[디지털타임스 차현정 기자] 증권사의 '특판 RP(환매조건부채권)' 상품이 자취를 감추자 '특판 발행어음'으로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은행 정기 예적금과 비슷한 구조인 발행어음에 초대형 투자은행(IB)이 상대적으로 고금리 혜택을 주며 가입자 유치에 적극 나선 결과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의 전체 발행어음 판매 잔고는 총 2조5000억원에 달한다. 원화와 달러 발행어음 각각 2조3000억원, 2000억원이다. 연초 창립 50주년을 기념해 내놓은 연 5% 적립형 발행어음(신규고객 선착순 5000명, 월 50만원 최대 연 600만원)은 지난달 모두 소진됐고, 카카오페이 제휴 특판인 연 3.5% CMA 발행어음은(5월 말까지) 현재 판매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이 연 3%를 내걸고 출시한 퍼스트발행어음(납입한도 인당 10억원)도 꾸준한 관심을 모으며 가입자를 끌어모으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이 연내 목표한 발행어음 판매 목표치는 6조원 수준이다.
발행어음은 초대형 IB가 자체 신용으로 어음을 발행해 일반 투자자에 판매하는 금융상품이다. 금융당국으로부터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은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 등 두 곳에서만 판매하고 있다.
발행어음 시장규모는 연내 두 배 가까이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한 초대형 IB 관계자는 "RP는 채권을 담보로 주고 회사가 보증까지 서는 2중 담보 구조라면 발행어음은 회사의 신용을 빌려준 돈으로 채권 이외 것에 운용가 크다보니 회사 입장에서도 마진이 큰 발행어음이 더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아직 발행어음 인가를 받지 못한 초대형 IB의 인가가 연내 1~2곳 더 있을 전망"이라며 "작년 말 국내 발행어음 시장 규모는 약 6조원으로 추가 시장 진입이 이뤄진다면 11조원 수준으로 확대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와 달리 특판 RP 상품은 품귀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상품은 신한금융투자 산본지점에서 제공하는 연 3.5% 특판 RP(70억원 한도)가 유일하다.
금융당국이 최근 RP 시장을 겨냥해 내놓은 리스크 관리 방안은 증권사들이 RP 상품 출시를 꺼리는 요인이 됐다. RP 시장이 너무 커졌다는 이유로 RP 차입시 현금성 자산 보유비율을 PR 거래 규모의 최대 20%까지 제한한 것이 골자다. RP 거래가 증권을 담보로 하는 만큼 무담보 차입보다 안정적인 거래로 보이지만, 레버리지 비율이 과도하게 오르면 안정적인 자금 공급이 어려워지면서 유동성 리스크 발생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당국 측 논리다.
RP는 국고채나 높은 신용등급의 금융사 등 우량채권을 만기 1~3개월짜리로 만들어 투자자에게 미리 약속한 이자를 지급하고, 일정기간 후 다시 매수할 것을 조건으로 파는 채권이다. 단 하루만 맡겨도 약정된 이자를 지급하고 수익성과 안정성 면에서 우수한 측면을 보여 수요가 높다.
증권사 입장에서도 역마진을 감수하고라도 3~5%대 특판을 통한 출혈경쟁에 나설 만큼 고객 유인효과를 누려왔다. 2013년 말 27조원에 불과하던 RP 시장 규모가 지난해 말 100조원에 육박할 정도로 커진 배경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