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저금리 덫에 걸리지 않으려면

김영익 경제칼럼니스트·서강대 경제대학원 주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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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3-14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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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저금리 덫에 걸리지 않으려면
김영익 경제칼럼니스트·서강대 경제대학원 주임교수
최근 시장금리가 이론적 적정금리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금리를 결정하는 요인을 고려하면 앞으로도 상당기간 저금리 추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가계나 금융회사를 포함한 기업 대응 방향도 과거와는 달라져야 한다. 이론적으로 시장금리는 명목 국내총생산(GDP) 증가율과 같아야 한다. 즉, 적정 명목금리는 실질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의 합으로 표시된다. 그런데 1997년 외환위기를 겪은 이후 거의 모든 시장금리가 적정금리를 밑돌고 있다. 특히 2008년 미국에서 시작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그 정도가 더 심해지고 있다. 2008~2018년 11년 동안 명목 GDP 성장률은 평균 5.0%였는데, 3년 만기 회사채수익률(AA-등급)은 같은 기간 3.7%로 그보다 낮았다. 이 기간 동안 국고채 수익률은 2.2%로 실질 GDP 성장률(3.1%)을 밑도는 특이한 현상이 발생했다.

금리가 낮은 이유는 '기대되는' 경제성장률 저하에서 찾아볼 수 있다. 2008년 이후 통계를 분석해보면 국고채 3년과 정기예금증서(CD 91일물) 수익률 차이인 장단기 금리차가 경제성장률에 3분기 선행(상관계수 0.68)했는데, 이 차이가 최근에는 마이너스(-)까지 떨어졌다. 현재의 저금리는 미래의 낮은 경제성장률을 선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저물가도 저금리의 원인이 되고 있다. 2018년 국민경제의 총체적 물가수준을 나타내는 GDP 디플레이터가 0.3% 상승에 그쳐 다가올 디플레이션 시대를 예고해주고 있다. 자금 수급 측면에서도 그 원인을 찾아볼 수 있다. 국민경제 전체적으로 보면 국내총투자율은 자금 수요이고 총저축률은 자금의 공급이다. 1997년 외환위기 이전에는 투자율이 저축률보다 높았으나 1998년부터는 저축률이 투자율보다 높아지기 시작했다. 1988~2018년 연평균 저축률이 34.4%로 투자율(31.2%)보다 3.2% 포인트 높았다. 2008년 이후에는 그 차이가 4.2% 포인트로 더 확대되었다. 그만큼 자금의 공급이 수요보다 많기 때문에 시장금리가 적정 수준을 밑돌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도 저금리가 지속될 수 있을까. 잠재성장률을 결정하는 노동이 감소하고 자본 증가세도 둔화되면서 경제성장률이 더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기업의 투자 부진으로 상당기간 저축률이 투자율을 웃돌 것이다. 여기다가 은행 등 금융회사가 채권을 사면서 시장금리는 더 낮아질 전망이다.

은행은 돈이 들어오면 그 돈으로 대출과 유가증권 투자에 운용한다. 대출은 가계와 기업 대출로 구분된다. 가계는 전체적으로 보면 금융회사에 저축한 돈이 빌린 돈보다 많은 자금잉여주체이다. 금융업을 제외한 기업은 가계와는 달리 자금부족 주체이다. 기업은 금융회사에 자금을 직접 차입하거나 증권시장에서 주식과 채권을 발행하여 자금을 조달해 투자나 운용 자금으로 사용한다. 그런데 기업이 자금잉여주체로 전환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명목 GDP에서 기업의 자금부족액이 차지하는 비중이 2008년 4분기에 9.1%(4분기 이동평균)였으나 지난해 3분기에는 1.9%로 줄었다. 이런 추세라면 2~3년 이내에 기업이 자금잉여주체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가계에 이어 기업이 저축하면 은행은 여유 자금으로 증권투자를 하게 될 것이다. 위험이 높은 주식보다는 채권을 집중적으로 살 전망이다. 일본 기업이 1998년부터 자금잉여주체로 돌아서자 은행이 채권을 적극적으로 사들이면서 금리가 거의 '0'%까지 떨어졌다. 우리 금리도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 기간의 문제일 뿐이다.

저금리가 경제 주체에 주는 의미는 크다. 저금리는 저성장을 의미한다. 이러한 시대에는 주식, 부동산 등의 자산에서 얻을 수 있는 기대수익률도 낮아진다. 금리 하락 폭보다 경제성장률 하락 정도가 더 클 것이기 때문이다. 금리가 낮다고 돈을 빌려 위험자산에 투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이야기다. 개인이나 기업의 금융회사 대출과 저축에 있어서도 선택을 요구한다. 만기가 길수록 대출은 변동금리로, 저축은 고정금리로 선택하는 것이 좋다. 저금리는 금융회사 경영에도 중요한 영향을 줄 것이다. 역마진을 이겨내지 못한 보험회사는 구조조정을 해야 하고, 은행의 경쟁력은 대출보다는 자산운용에 달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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