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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삼현 칼럼] 규제개혁의 시작은 `진흥법` 폐지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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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3-13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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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삼현 칼럼] 규제개혁의 시작은 `진흥법` 폐지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
지난 18일 혁신벤처단체협의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9년부터 8년 동안 신설된 규제는 9715건인 반면, 폐지된 규제는 837건이었다고 한다. 즉, 신설된 규제가 폐지된 규제보다 약 12배 이상 많았다는 것이다. 2008년 사토시 나카모토가 탈중앙화(Decentralization)를 위한 '블록체인'(block chain) 시스템을 창안했던 점을 감안해 보면 중앙화에 올인 했던 대한민국의 모습은 우려스럽지 않을 수 없다.

혁신벤처단체협의회(혁단협)는 '규제개혁 10대 과제'를 제시하면서 하위 행정규정 법령화를 통한 규제 법률주의 확립, 진흥법 폐기, 수요자 중심 정보공개시스템 구축, 규제 총 영향평가 제도 도입, 규제법령 정비 로드맵 구축, 연구 강화로 신규 규제 실효성 제고, 사전 허용 후 규제 검토 도입원칙 적용과 사전허용 원칙 채택, 인공지능 규제 영향평가제 도입, 갈라파고스 규제 전면적 폐기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중에서 '진흥법 폐기'가 눈에 확 들어온다.

그 동안 우리 정부와 정치권은 특정 산업을 육성한다는 명분 아래 기회만 생기면 언제든지 정부예산을 투입해 진흥정책을 펴왔다. 그리고 그 수단으로 무슨 무슨 진흥법을 제정했던 것이다. 어느 정책이든 정부예산이 투입되면 그 만큼 감사원 감사는 물론이고 국회의 국정감사를 받아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즉, 진흥법이 증가한 만큼 감독과 감사가 늘어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모든 정부가 국민들을 상대로 앞에서는 '규제완화'라고 쓰고는 뒤에 가서는 '규제강화'로 읽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지원하고 진흥하게 되면 규제와 감독이 자연히 뒤따르게 되고 결국은 '진흥'이 '규제'가 됐던 셈이다.

이처럼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인 대한민국이 21세기에 들어서서도 여전히 촌스러운 진흥법 제정을 통한 시장개입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정부 주도로 1997년 외환위기를 극복한 경험과 무관하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그 성공모델은 우리 경제의 저성장구조 진입과 더불어 그 생명을 다했다고 할 수 있다.

즉, 2010년에 6.5%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한 후 그 다음해부터 올해까지 2~3% 대의 경제성장률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등 SW기반의 창의적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의 절대적 강자로 등장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정부의 진흥정책은 더욱 이상해 보일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진흥정책마저 포기한다면 국내 산업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볼 때 민간기업들의 자율성을 확대하면 이런 문제도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일각에서는 대기업 중심의 산업구조가 대한민국의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요인이었기 때문에 정부가 중소기업을 보호하는 진흥정책을 펴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은 대기업은 시장지배력이 크기 때문에 규제해야 하고, 중소기업은 지원하기 때문에 감독해야 하는 이중적 규제시스템을 유지해야 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오죽했으면 진흥정책의 최고 수혜자여야 할 혁신벤처기업들이 진흥법 폐지를 제안했는지 고민해봐야 한다.

우리 헌법 제119조 제1항에서는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즉, 자유시장경제 질서가 우리 헌법의 기본이념임을 천명하고 있다. 혁단협도 정부주도의 진흥정책보다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 자유와 창의를 존중하는 것이 혁신벤처기업들의 성장과 국가경제발전에 더 효과적이라는 결론에 도달한 듯하다. 그래서 규제개혁위원회를 부처로 승격하고 기술개발 예산의 1%를 규제개혁 예산으로 책정해야 한다는 혁단협의 제안이 파격적이기는 하지만 공감이 가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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