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철의 까칠하게 세상읽기] 경협이 아니라 核폐기 설득해야

홍성철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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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3-03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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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철의 까칠하게 세상읽기] 경협이 아니라 核폐기 설득해야
홍성철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지난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정상회담은 일단 결렬로 끝났다. 결과적으로는 실패지만 지금까지 오간 대화만으로 봐도 엄청난 진전이다. 무엇보다 두 정상이 만나 서로의 요구 사항을 테이블 위에 놓고 구체적으로 이야기했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고무적이다. 하지만 대화 내용을 살펴보면 북한 핵을 바라보는 북한과 미국의 근원적인 입장 차이가 그대로 드러난다.

이번 회담에서 북한은 경제제재를 완화하면 북한 핵개발의 대명사인 영변 핵시설을 모두 폐기하겠다고 약속했다. 반면 미국은 영변만의 비핵화가 아닌 북한 전역의 비핵화를 요구했다. '리비아식 모델'을 기억하는 북한으로서는 모든 핵을 한꺼번에 내어놓을 수 없을 지도 모른다. 지난 2004년 리비아 가다피 정권은 핵무기를 비롯한 대량살상무기를 모두 폐기하고 미국과 국교 정상화를 했지만 미국은 반군과 손잡고 가다피 정권을 무너뜨렸다. 그렇기에 북한으로서는 국제사회에 드러난 영변 핵시설은 폐기하되 새로운 핵시설을 은밀히 보유하고자 했을 것이다.

반면 미국은 핵을 가진 북한을 잠재적인 위협으로 보고 있다. 미국은 지난 100 여년 동안 1차·2차 세계대전을 비롯, 한국전쟁, 베트남전쟁, 이라크전쟁 등 수많은 전쟁에 참여했지만 모두 본토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치뤘다. 그 과정에서 군인들의 일부 희생은 있었지만 일반인들은 전쟁의 안전지대에 살고 있었다. 1941년 일본의 진주만 공격은 미 본토가 아니라, 하와이 외곽이었다. 2001년 9.11테러 이후 미국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을 테러의 배후로 지목하고, 이라크를 공격하여 후세인 정권을 무너뜨렸다. 미 국민에 대한 0.01%의 위협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다.

그런 미국으로서는 북한이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갖고 있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 미국은 수년간 위성을 통해서 북한지역을 24시간 감시해왔기에 북한의 새로운 핵 시설도 잘 알고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영변 뿐만 아니라 다른 곳의 폐쇄도 필요했다. 나오지 않은 것 중에 우리가 발견한 것들도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미국이 알고 있다는 것에 북한이 놀랐던 것 같다고 전하기도 했다. 미 언론들은 이 북한의 강송(Kangsong)지역에 우라늄 농축시설이 있는 것으로 보도하고 있다.

어쩌면 미국도 이번 정상회담에 준비하면서 북한 핵 폐기를 단계적으로 유도하려고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상회담 준비과정에서 북한의 기대감이 크다는 것을 알고는 더 큰 성과를 내고자 욕심을 부렸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국은 정상회담 추진으로 이미 북한의 핵개발 및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억제하는 성과를 거뒀다. 반면, 북한은 지속되는 경제제재로 인해 경제위기가 가속화되고 있다. 그렇기에 북한은 사실 수세에 몰린 상황이고 이번 회담을 통해 경제난을 타개하고자 하는 간절함도 있었다.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지난달 28일 오전 트럼프 대통령은 "속도는 나에게 중요하지 않다. 서두르지 않겠다. 제대로 된 협상을 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반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나에게 시간이 중요한데…."라고 말했다. 노회한 사업가 출신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어려움을 이용해 젊은 김 위원장을 압박했을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 미국이 조금 더 욕심을 내면서 정상회담 의제가 영변 핵시설 폐기와 경제제재 완화의 맞교환이라고 믿었던 북한은 당황했을 것이다. 이는 "(미국은) 역사적으로 제안하지 않았던 제안을 이번에 했다"는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의 말에서도 확인된다.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중재자 역할이 다시 중요해졌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을 기대하면서도 이들 대화에서 사실상 소외되어왔다. 그래서 지난 28일 하노이를 떠난 트럼프 대통령이 귀국 비행기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25분 정도 대화를 나눈 것은 매우 의미가 있다. 문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실망한 미국의 입장에 공감하고, 허탈해야 하는 북한을 위로하는 것을 멈춰서는 안된다. 새로운 평화 중재에 나서야 한다. 이는 북한에 섣부른 경제협력을 약속하는 것이 아니라, 핵의 전면 폐기 이후 북한 체제에 대한 보장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한국과 미국이 원하는 것은 리비아식 반군 혁명이 아니라, 베트남식 경제개발이라는 것을 북한 지도자에게 명확하게 알려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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