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바이오산업, 시장 규제 완화로 막힌 시장 열어줘야"

이명화 과학기술정책연구원 국가연구개발분석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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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3-03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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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바이오산업, 시장 규제 완화로 막힌 시장 열어줘야"
바이오 분야는 대표적인 규제 산업이다. 생명과 건강, 안전 이슈 등이 결부되어 규제가 발달할 수 밖에 없다. 시의적절하고 적정 수준의 규제는 기술발전을 촉진하고 산업경쟁력을 키운다. 반면에 시대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는 낡은 규제는 그 자체로 사회악이다. 산업발전도 국민안전도 보장하지 못한다.

우리나라의 현실은 어떠한가. 수차례의 개선 노력에도 규제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따갑다. 새로운 혁신과 도전이 가능한 환경도 아니고, 국민들의 건강과 안전이 잘 지켜지고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ICT 강국이기는 하지만 원격의료는 20년동안 실현되지 못하고 있고, 개인 의뢰 유전자검사(DTC) 역시 12개 항목에 대해서만 허용되고 있다. 2015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보고서에 따르면, '개인건강데이터의 보유량과 완성도'에서 우리나라는 20개국 중에서 2위이지만, '활용을 위한 개인건강데이터에의 접근성' 면에서는 16위로 평가되고 있다. 건강 데이터는 많지만 규제로 인해 접근성이 낮기 때문이다.

최근에 변화가 있긴 하다. 얼마 전 규제 샌드박스가 시행되면서 손목시계형 심전도 측정기 업체의 심장 관리 서비스가 허용된 것이다. 제한된 조건(2000명 대상, 2년간)이기는 하지만, 이를 시작으로 원격의료가 확산될 것이라는 해석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DTC의 경우에도 규제 샌드박스로 승인 받은 업체가 송도에서 2년 간 25개 항목의 유전자 검사 연구를 시행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급변하는 외부환경을 생각해 보면 여전히 더딘 걸음이다.

지난해 출시된 애플의 '애플워치4'에는 미국 FDA(식품의약국) 승인을 받은 심전도 측정 기능이 탑재됐다. 우리나라에서는 규제 샌드박스로 조건부로 허용된 기능이 미국에서는 정식 허가를 받아 출시된 것이다. 미국에서 DTC 이용자는 2013년 33만 명에서 2018년 1230만 명으로 40배 가량 증가했다. 향후 2년 내에 미국 DTC 이용자 수가 1억명을 넘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국내에서는 불안감 유발과 과잉진료 우려로 인해 제한되었던 DTC 서비스가 해외에서는 빠르게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글로벌 환경 변화와 기술발전 속도에 맞춰 규제에도 혁신이 필요하다. 물론 바이오는 타 분야와 달라 규제 완화가 쉽지 않다. 자칫 국민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하지만, 더 이상 갈라파고스 규제국가로 낙인찍히지 않으려면 바이오 규제도 변해야 한다. 적어도 규제 선진국으로 불리는 미국이나 유럽에서 허용되는 제품 및 서비스에 대한 규제는 적극적으로 완화하고, 그 대신 사후모니터링과 사고발생시 처벌 강화를 통해 기업의 책임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바이오산업은 2025년까지 연평균 7% 수준으로 성장한다고 한다. 국내에 디지털 헬스가 적극적으로 도입될 경우 관련 산업이 2030년 25조원 규모까지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규제 샌드박스의 성공적인 추진으로 제도가 확대되고 관련 규제들이 빠르게 정비되어 국내 바이오 산업이 새롭게 도약할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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