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革新은 인재가 하는 것… 일을 해서 얻는 행복, 법으로 막지 말아야"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에게 고견을 듣는다]

근로시간 정해 놓고 글로벌 경쟁?… 각종 산업 부작용, 빈대 잡으려 초가삼간 태워
규제 해소 원론만 따져서는 진도 못 나가, '규제샌드박스 3법' 운영 고민이 더 유익
한국 노동시장 경직성 심각해… 시대 변화 못 따라가는 노동자 과잉보호가 원인
연공서열 등 한국은 인력 정체 사회… 과기 인재 육성은 저출산·주거문제와 연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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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革新은 인재가 하는 것… 일을 해서 얻는 행복, 법으로 막지 말아야"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에게 고견을 듣는다]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

박동욱기자 fufus@




[]에게 고견을 듣는다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


장 위원장은 혁신은 자발성이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가 나서서 재단하거나 간섭할 때 자발성은 약화되고 산업과 시장은 활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규제는 그럴 듯한 목적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은 자발성이라는 혁신 토대를 허문다고 했다. 또한 4차 산업혁명이 가열될 때를 대비하는 지금 인재육성, 노동, 자본 등에 대한 전반적인 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담 = 이규화 논설실장

-게임이 고용도 많이 하고 연봉 높은 고임금 근로자도 많이 배출하잖아요.

"예, 연봉도 높고요. 아시겠지만 베틀그라운드만 하더라도 처음 만들었던 사람들의 평균 인센티브가 그 때 아마 10억원 쯤 됐던 거 같아요. 물론 이런 경우는 흔치 않지만, 몇 억의 인센티브를 줄 수 있는 업이라는 게 많지 않잖아요."

-'게임 강국'이 아직은 빛바랜 건 아니네요.

"게임 강대국들이 미국 일본 한국 중국이거든요. 그 중 꼴찌라고 하더라도 세계 4위예요. 그러면 인더스트리 차원에서 좀 좋게 봐줄 수 있는 건데, 그런 맥락에서 게임산업인들은 아쉬워하고 있지요."-현 정부 들어와 셧다운제 등 일부 완화 움직임이 일다가 사라졌는데요, 고용 확대 차원에서도 게임산업 규제를 좀 풀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셧다운제 등 기존 규제보다는 주52시간근로 이슈가 더 크다고 봅니다. 일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일을 못하게 막는 건데요, 예를 들어 중국 같은 경우 우리와 달라요. 텐센트 산하 스튜디오가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을 만들었거든요.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을 우리가 라이선스를 주고 제작하도록 했어요. 모바일 버전을 만들 때 개발자 200명이 100명씩 2교대를 했다고 합니다. 3개월 동안요. 한국의 주52시간근로제에서는 불가능한 일입니다.지금 중국 게임산업이 욱일승천하는 요인은 일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제공되고 있기 때문이에요. 이 사람들은 누가 시켜서 일하는 게 아니고 연봉 많이 받으니까 하고 싶어서 하는 거예요."

-그렇다면 그들에게는 노동이 고역이 아니고 즐거움이겠어요.

"일을 해서 얻는 행복, 일을 자율적으로 하고 싶어하는 욕망, 이런 것은 혁신에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혁신은 자발적 욕망이 끌어오르는 상태에서 나와요. 자, 한번 생각해보시자고요. 만약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을 한국에서 만든다고 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현재로선 탄력근로제 적용기간이 1개월이고 2교대로 해서 다른 곳으로 일을 옮기고 할 수 있는 구조도 아니에요. 방법이 없어요. 실제로 저희가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을 만들기 위해 개발사(스튜디오)를 두세 군데 타진을 했었어요. 그런데 인수 고민을 하고 있는 중 이미 중국에서 만들어져 나온 거예요. 우리는 어떻게 만들까 고민 중이었는데 이미 제품이 만들어져 나왔다니까요. 속도가 이미 달라요. 한국 게임은 주52시간이라는 수갑을 채워놓고 경쟁을 하라 하니 자꾸 뒤처지는 겁니다."

-결국 규제의 문제로 귀결되네요.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운다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그런 영역이 있지 않느냐 하는 생각을 합니다. 특히 내년부터는 300인 이상 회사에서 50인 이상 회사로 확대 적용된다는데 게임산업에 큰 부정적 영향을 미칠 거로 봐요."

-그런 걸 개선하라고 조언하고 조정하는 역할을 4차산업혁명위가 맡고 있는 거 아닙니까.

"회의에서는 많이 얘기를 하지요. 아주 본질적인 이야기를 하면 이런 문제가 있어요. 지식노동자, 인재, 탤런트라는 한 부분이 있고요 제조업 현장의 노동이 또 있잖아요. 소위 컨베이어벨트를 지키고 있는 노동자와 탤런트 및 지식노동자는 다른 거거든요. 근본적인 문제는 노동법 내에 노동(labor)와 지식노동(knowledge work)라는 인재가 동일하게 취급되는 겁니다. 그 둘은 분리해서 봐야 합니다. 왜냐하면 컨베이어벨트 노동자들은 생산수단을 갖고 있지 않아요. 보호해야 합니다. 이 분들은 잡을 잃으면 많은 것을 잃고 생계 수단이 막막해져요."

-시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노동법과 노동의 과보호가 4차 산업혁명의 가속(加速)에 걸림돌이 된다는 말씀인가요.

"그런 의미지요. 예를 들어, 어떤 게임 아티스트가 크래프톤에서 일을 하다가 다른 게임사로 가더라도 똑같은 컴퓨터와 포토샵이 있어요. 아이디어와 노하우라는 생산수단은 그 사람에게만 있고요. 이사람은 생산수단을 갖고 있는 겁니다. 거의 제조업 밖에 산업이 없을 때는 지식노동이 낯선 개념이었어요. 한노총 민노총이 주장하는 것들이 제조업에 맞을지는 몰라도 지식노동 현장을 대변한다고 보이지 않아요. 그렇다고 자영업자를 대변하는 것도 아니고요. 그래서 4차산업혁명위는 이런 탤런트와 지식노동을 다르게 접근하자고 건의하고 있고 권고안에도 포함하려고 합니다."

-4차 산업혁명의 주요 분야로 지목되는 ICBM(IoT, 클라우드, 빅데이터, 모바일)과 ABCD(AI, 블록체인, 클라우드, 데이터) 중에서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가요.

"분명한 것은 모든 분야를 선도할 순 없다는 겁니다. 최근 기술적 이슈를 살펴보면 아직까지는 기술격차가 크지 않아요. 어느 한 가지를 집중하고 다른 것은 놔두어서는 안 된다고 봐요. 이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어느 나라가 압도적인 우위를 점한 경우는 없습니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차만 하더라도 지금 가장 앞서나가는 곳이 구글 웨이모이지만, 그를 바짝 쫓아가고 있는 곳이 있거든요. 우리도 현대차 등 기업연구소 등에서 연구를 하고 있고요. 아직은 기술격차가 따라갈 수 없을 정도는 아니라고 봅니다. 지금은 다양한 영역에서 뭔가 도전하고 따라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웬만한 역량이 있다면요. 아직은 4차 산업혁명의 초창기거든요."

-규제의 기본과 철학을 포지티브에서 네가티브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데요.

"네거티브 방식으로 규제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말은 많지만, 저는 이제 원론적인 주장보다는 규제샌드박스 위주로 사례별로 구체적으로 가져가야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요. 현행 규제샌드박스도 문제가 없는 건 아니지만요. 저는 신청한 사업은 모두 허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30일간 신속 심사를 하는데, 국민의 생명·안전과 지결된 것이 아니면 모두 허용해야 한다고 봐요. 정부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위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하지 못하면 다 받아들여야 한다는 거지요. 그런데 지금은 처음이라서 그런지 다 허용하지 못하고 있어요. 다른 또 하나 문제점은 허용 기간이 2+2로 4년 동안 실증이 되어야 하는데, 4년 후에 접어야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기업이 신청할 수 있겠습니까? 또 정권이 바뀌면 어떻게 될 지도 모르잖아요."

-공유경제는 기존 사업자들의 반발로 발도 제대로 못 떼는 분야가 많아요. 4차 산업혁명위가 이런 문제 해결에 관여하지 않나요.

"직접 관여는 않지만 부처에 의견을 전달합니다. 카풀 같은 문제도 지금 슬그머니 안 하는 분위기로 가고 있는데요, 참 딱한 상황입니다. 카풀을 국민들은 원하거든요. 이런 것을 보면서 규제샌드박스 혜택을 받아 사업을 시작했다가 데모 몇 번 맞으면 사업을 접어야 할지 모른다고 생각하지 않겠어요? 실제로 카카오와 택시업계의 갈등을 보았으니까요."

-인터넷전문은행 규제 완화나 데이터경제를 위한 개인정보 비식별화 이용 등에서 4차산업혁명위가 적잖은 역할을 한 것으로 아는데요.

"위원회가 규제 개혁과 관련해 하고 있는 일은 현재 소소한 일이긴 하지만 규제제도혁신해커톤입니다. 현 정부 출범 후 대통령께서 규제개혁에 대해 여러번 말씀 하셨고 실제 여당 내에서도 주장을 하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정권 출범부터 이제까지 통과가 된 것은 규제샌드박스 3법 정도입니다. 원론만 따져서는 진도를 못 나갑니다. 지금은 통과된 규제샌드박스 3법을 중심으로 민간과 정부가 어떻게 여하히 잘 운영해 나가느냐가 더 유익하지 않느냐 하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규제샌드박스에 사업 신청이 들어오면 위원회에 자문을 요청합니까.

"과기정통부나 산업부 등 직접 관련되는 부처에서 담당합니다. 민간 전문가가 참여한 각 부처 위원회에서 심의 프로세스를 밟습니다.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아무래도 부처 내에 있는 위원회다 보니까 부처 눈치를 보지 않나 하는 일부 우려도 없지는 않습니다."

-국민 안전과 관련되지 않는 분야는 민간에 폭넓은 재량권을 줘야 하지 않을까요.

"100% 동의합니다. 규제는 공직자들의 권한이라고 하는데, 관료 분들이 그런 것을 드러내놓고 과시하거나 인식하지는 않거든요. 특히 규제샌드박스를 통한 사업에서는 공직자들의 권한 개입을 최소한으로 줄인 것이기 때문에 그런 문제가 개입할 여지가 크지 않아요."

-4차 산업혁명의 기반기술을 말할 때 의외로 물리학 생물학 같은 기초과학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것 같아요.

"특정 과학기술이 더 중요하거나 압도하는 것은 아니라고 봐요. 과학기술 전반적인 뒷받침이 필요합니다. 컴퓨터사이언스에서 필수적인 딥러닝이라든가 바이오산업의 바이오테크놀러지 같은 분야도 융합으로 시너지가 나는 거거든요. 물론 차세대 컴퓨팅에서는 양자역학 얘기도 나오는 거고요. 우주 기술도 필요하고 에너지 관련 기술도 긴요합니다. 저는 과학기술 전반적인 혁신 속도가 빠르고 또 가속화되는 게 아인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특정한 영역의 과학기술을 집중 육성하는 것보다는, 물론 사람을 키울 때는 이런 방식이 필요하지만요, 우선은 과학기술의 수요와 공급 체인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봐요. 수요와 공급의 미스매치가 지금 발생하고 있거든요. 산업계는 필요한데 대학에서는 그 필요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죠. 결론적으로 과학기술을 편식하는 것은 곤란하고 산업계가 필요로 하는 수요에 맞는 육성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위원회가 과학기술 인재 수급정책에도 관여를 하시나요.

"위원회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제한적입니다. 저는 인재 육성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이 있어요. 좀 생뚱맞게 들릴지 모르지만, 우리나라 과학기술 인재 육성도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근본적으로는 저출산 문제와도 연결돼 있습니다. 저출산 문제는 주거나 교육 등 직접적인 생존의 문제와 직결되는데 이게 해결되지 않으니 아이를 안 낳는 겁니다. 그리고 똑 같은 이유로 과학기술 인재들이 마음 놓고 가정을 꾸리며 연구에 몰두할 수 없는 거예요. 과학기술 연구도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일단 자기 삶이 괜찮아야 돼요. 자기 수입으로 아파트를 살 수 있어야 합니다. 일자리가 보장되고 주거문제가 해결되고 아이들 교육에 문제가 없으면 과학기술 인재 육성은 어려울 것 없습니다. 과학기술 인재도 연구 이전에 생활인이거든요. 글로벌 인재가 한국에 들어오는 것을 꺼리는 것도 바로 이 3가지 문제 때문입니다. 여기에 언어장벽도 있지만요."-그 3가지 문제가 해결된다면 해외 인재 유치도 쉽고 국외 이탈도 좀 막을 수 있지 않을까요.

"예를 들어 제 대학 동기나 선배들 중 미국 실리콘밸리에 가 있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런데 떠난 이유가 그 회사들이 좋아서 떠난 경우도 있지만,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애 교육 때문이예요. 국내에서 받는 연봉으로는 집 사고 애들 교육시키기 빠듯한데 거기서는 그 둘을 모두 해결할 수 있거든요. 해외인재 유치 문제와 국내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가 근본적으로 주거와 교육 문제를 해결해주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제를 4차 산업혁명위원회에서 던지셔도 좋을 것 같은데요.

"주거문제는 모르겠지만 교육 문제는 권고안에 들어갈 겁니다. 교육 문제가 해소되지 않으면 그와 연계된 다른 문제가 풀리지 않을 거니까요."

-권고안은 언제쯤 내실 예정인가요.

"올 가을 쯤 아마 3분기 중에는 나오지 않을까 합니다. 각 산업별 부처별로부터 의견을 청취하고 있습니다. 시간을 좀 들이더라도 제대로 하자는 생각입니다."

-권고안이 정부 정책의 지침이나 방향성을 제시한다고 봐도 될까요? 일반 국민들에게는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미래상을 보여주는 창이 될 것 같은데요,

"저희가 바라는 바입니다.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는 데 따른 여러 변화와 다가올 사회에 대한 하나의 레퍼런스로 활용되면 좋겠습니다."

-스스로 4차 산업혁명의 꽃이라는 SW 개발자였잖아요. 검색엔진을 직접 개발해 이른바 '대박'을 터뜨린 경험이 있고, 본인이 4차 산업혁명이 지향하는 한 모델이라 할 수 있는데요.

"2005년 '첫눈' 개발에 들어가 1년 만에 완성하고 2006년 매각을 했습니다. 첫눈 개발팀은 원래 네오위즈라는 회사의 내부 팀이었어요. 네오위즈에서 스핀오프한 겁니다. 당시 검색이라는 것이 큰돈이 된다는 것을 업계 관계자들은 거의 모두 이해를 하는 분위기였어요. 그러다보니 그 당시 네이버가 되든 세계 1등인 구글이 되든 검색과 관련해서 자본투자가 엄청 거대했습니다. 2년에 100억원 정도 투자하려고 마음 먹고 있었는데, 경쟁 상대들을 보니 이 금액을 갖고서는 도저히 경쟁을 못 하겠더라고요. 자본을 더 확충하든가 아니면 다른 방법을 찾아보든가 해야 했어요. 그 와중에 네이버가 일본에서 검색서비스를 제대로 해보겠다고 해서 일본 시장에서 한번 도전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마지막 인수자로 나선 곳이 네이버과 구글이었어요. 만약 구글로 인수되었다면 구글의 한국 R&D센터가 되었겠지요. 돈을 따지면, 구글에 팔아야 맞습니다. 그러나 일본 시장에 도전해보자는 데 의기투합해 네이버에 매각을 하게 됐어요"

-넥슨 매각과 관련해 얘기가 나왔습니다만, 앞으로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하면 기술과 자본의 이동이 빨라질 텐데요, 특히 국경을 넘나드는 자본의 이동에 대해서는 어떻게 봐야 할까요.

"글로벌 경제가 통합되어가는 과정에 있고 자본의 이동이 국경을 넘나드는 것은 막을 수 없다고 봅니다. 그러면 그것을 여하히 활용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만약 중국 업체가 인수를 하게 되면 한국에 있는 게임 관련 노하우와 지적재산권이 안 넘어간다고 할 수 없겠지요. 그러나 글로벌 경제에서 이런 문제는 비일비재할 것이기 때문에 우리도 공격적으로 해외에 진출하는 것으로 만회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부가 이런 것을 장려해야 한다고 봐요. 이런 점에서 우아한형제들이 베트남에서 회사를 인수했잖아요, 그런 것이 좋은 예이지요. 네이버가 일본 시장에 진출했을 때 라이브도어라는 일본 기업을 인수한 것처럼요. 이런 흐름은 이제 시작된 것 같아요."

-성공한 창업벤처의 해외진출이 앞으로 대거 늘어날 것으로 보시나요.

"그렇습니다. 기업 인수도 좋지만, 외국에 스타트업 캠퍼스 같은 것을 우리가 만드는 것도 좋은 사례라고 봐요. 예를 들면, 인도에다 반은 한국 스타트업 반은 인도 스타트업이 혼재된 캠퍼스를 조성해 서로 교류할 수 있는 장소를 많이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이런 역할은 정부도 할 수 있는 일이고 위원회에서도 적극적으로 정부에 요청하고 있습니다. 대통령 직속 기구이니만큼 청와대와 특히 정책실과 대화를 많이 나누어요."

-소프트웨어 개발자, 특히 AI 인재가 태부족하다고 하는데요, 어느 정도입니까.

"SW 인공지능 개발자나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분야에서 인재 미스매치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해외인재를 유치하는데 관심을 갖고 있지만 저는 해외 인재 유치보다도 우선은 국내 인재 육성을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내 인력의 재교육 또는 국내 대학의 질적 변화가 더 중요하다고 봐요. 국내 젊은이들의 잠재력은 매우 우수하거든요."

-요즘은 공학교육인증제도 같은 것도 있고 산학협력이 어느 정도 자리잡은 것 같은데, 아직 미흡한가요?

"대학교육과 직결되는 등록금 문제가 있어요. 대학 등록금이 수년 째 동결돼 있잖아요. 그런데 그걸로는 양질의 교육을 못합니다. 또 하나는 학과별 TO가 고정돼 있어서 인재의 수요공급이 제대로 반영이 될 수가 없습니다. 과학기술 전반의 공급이 필요한다고 해도 수요가 늘어나는 분야는 좀 열어줘야(늘려야) 하는데 이게 전혀 안 이뤄지고 있거든요. 그리고 교수분들의 혁신교육에 대한 열정이 필요합니다. 정년 보장된 교수님들이 열심히 혁신할 동기가 있을까요?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요. 종신고용 교수님의 혁신 문제를 포함해 대학교육은 지금 복합문제에 봉착해 있어요. 단순 대학교육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은 의미 없는 말이고 이런 구체적인 핵심 분야에서 하나하나 변화가 일어나도록 해야 합니다. 대한민국 교육이 중학교까지는 세계에서 가장 우수하다는 지표가 나오는데, 그 이후 교육 경쟁력은 떨어지잖아요."

-혁신이 지금 정부나 기업, 심지어 개인에게 최대 관심사입니다. 4차 산업혁명을 다른 말로 하면 기존 산업과 기업의 혁신이라 할 수 있는데요, 어떻게 혁신해야 합니까.

"미국 케이스를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사회체제가 다른 중국을 우리가 배울 계제는 아직 아니고요. 미국이 혁신이 잘 되는 나라라고 하지 않습니까. 미국이 혁신이 잘 되는 이유는 제가 보기에 미국기업의 중간간부 이상의 직업인들이 일을 정말 잘해요. 실무진들은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나 VP 이상 우리로 보면 부장급 이상 이그제큐티브급 리더들은 정말 경쟁력이 있다는 걸 느껴요. 방향을 잘 잡아요. 그러면 밑에서 일을 좀 못하더라도 제 방향으로 잘 가거든요."

-그에 반해 한국은 어떻습니까.

"한국은 인력 정체 사회입니다. 저능력자를 못 내보내요. 그런 사람들이 연공서열로 진급하고 관리자와 리더가 되니 미국 기업과 경쟁하면 이길 수 있겠어요? 재벌기업에서는 또 오너에게 아부하는 사람이 자리를 꿰차고요. 혁신은 인재가 하는 겁니다. 인재도 상층의 인재가 하는 거예요. 그런데 노동자 과보호법이 저능력자를 감싸고 도니 혁신이 안 되는 겁니다. 능력이 안 되는 사람을 내보낼 수 있어야 해요. 그런데 한국은 정작 필요한 정규직 저능력자를 해고할 수 있는 길은 막아놓고 비정규직에만 노동 유연화가 돼있는 이상한 나라입니다. 즉 사회적약자에게 노동의 유연화를 실현시켜 놓은 겁니다. 그들은 오히려 보호해야 하는 계층입니다."

-현 정부가 내세우는 것이 사회적약자에 대한 보호인데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한다는 말은 곧 사회적 약자가 아닌 사람들을 보호하지 않는 겁니다. 연봉 1억원이 넘는 사람들을 능력이 떨어지는데 왜 보호해줍니까? 그들은 정규직이라는 갑옷을 입고 있어요. 이 문제는 현 정부가 하루 빨리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이 문제를 풀지 않고는 혁신은 말로 그칠 겁니다."

-그 부분은 현 정부에 참 아픈 부분인데요.

"삼성이 이른바 무노조 경영을 한다고 비난하잖아요. 그런데 한 번 생각해보십시오. 무노조 경영을 하는 삼성전자가 얼마나 성과가 좋습니까. 그렇다고 제가 무노조 경영을 하자는 게 아닙니다. 사회적 약자는 보호해야 한다니까요. 다만, 중간관리자 이상 직원에 대해서는 과보호를 하지 말고 경쟁이 일어나게 해야 한다는 겁니다. 경쟁이 일어나야 혁신이 일어나는 거거든요. 가령 삼성전자 부장급 이상 사람들을 만나보면 정말 달라요.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아요. 그래서 놀라운 성과를 내는 겁니다. 적자생존 경쟁에서 살아남은 경쟁력을 지닌 사람들이죠. 이런 게 바로 혁신의 출발점이 돼야 합니다."

-위원장으로 활동하시면서 회사 일은 많이 손해를 보시고 계시겠어요.

"예, 회사 일은 매일매일 집중은 못하고요 위원회 일을 최우선 순위에 놓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제주에서 학회가 있었는데, 대통령께서 부산 행사에 참석하시게 돼 제가 부랴부랴 호출을 받았어요, 학회 발표 날짜를 바꾸는 해프닝도 있었습니다. 회사도 여기 저기 흩어져 있다보니 짬이 나 들리려 해도 시간을 많이 잡아먹어요."

-끝으로 한창 나이인데 지금은 비상근이지만 나중에 상근을 하고 싶지 않으세요.

"(활짝 웃다가)제가 위원장을 하면서 깨달은 것 중 하나가 '아 나는 정말 정치인은 안 되겠다'하는 생각인데요, 왜냐하면 정치인 분들을 옆에서 보니까 도저히 따라갈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전문관료는 나이가 좀 들면 한 번 도전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인 반면 정치인은 달라요. 올해 목표는 권고안 잘 만든 다음 올해 임기(위원장 임기는 1년이다. 매년 재선임 한다)를 잘 마치는 겁니다."

-두 번째 임기인데 최소 3년은 하셔야지요.

"한 번 생각해보겠습니다.(웃음) 건강한 편이지만 체력적으로도 만만치 않아요. 물론 저보다 더 힘들게 일하시는 분들이 엄청 많지만요. 얼마 전에 청와대에서 나오신 전직 한 분을 만났는데 그 분이 그러시더라고요 '전역(저녁)을 했다'고요. 처음에 무슨 말씀인지 몰랐는데, '저녁'을 하셨다는 말씀이었어요. 청와대 계신 분들 정말 일 너무 많이 하시더라고요. 권력을 쥐고 있다는 말은 옛말이에요. 그 분들은 참 주52시간근로제 적용 안 받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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