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5·18 논의, 성역 없어야 한다

한희원 동국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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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2-26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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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5·18 논의, 성역 없어야 한다
한희원 동국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자유의 유령과 싸워 이기는 것이 가능한가? 많은 독재자와 사상의 교조자가 나섰지만 만용으로 그쳤다. 사상을 단죄하려고 했던 중세의 종교재판은 역사의 조롱거리가 되었다. 민주주의는 통치수단이자 방법이다. 가치가 없는 수단은 맹목적이다. 수단은 가치를 필요로 한다. 민주주의가 필요로 하는 핵심 가치가 자유이다. 따라서 자유민주주의만이 진정한 민주주의이다. 방법에 지나지 않는 민주주의의 가장 큰 위험이 '다수결의 독재'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과반수에 많이 못 미치는 41.1%의 지지로 대통령이 되었다. 그럼에도 국가의 모든 일을 마음껏 결정한다. 자칭 진보세력 가운데 이런 점을 정확히 알고 다수의 독재를 우려했던 분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촛불정부라고 자부하는 문재인 정부가 조급증을 보이는 듯해서 불안하다. 집권당의 이해찬 대표는 자신들의 이념이 절대적 진리라는 취지에서 100년 집권을 공언한다. 설훈 최고위원은 '20대 남성층과 연세 많은 분들은 민주주의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해서 정확한 판단을 못하는 것 같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 무능력자 논의가 5·18 가치논쟁으로 이어진다. 문재인 대통령은 "5·18 폄훼는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나라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일" 이라고 논쟁에 뛰어들었다. 더불어민주당, 민주평화당, 정의당은 '5·18 왜곡 처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5·18을 부인·비방·왜곡·날조하거나 허위 사실을 유포하면 7년 이하의 징역이나 7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겠다는 것이다. 15개 시·도지사는 "5·18 왜곡은 민주주의 부정행위" 라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세계 역사에는 뜻있는 많은 '5.18'이 있다. 그런데 '대한민국 5.18'은 성역이 된 듯해 보인다.

존 스튜어트 밀은 명저 『자유론(On Liberty)』에서 단언한다. 틀렸다거나 해롭다는 이유로 표현의 자유를 옥죄면 안 된다. 표현의 자유 일부라도 제한하면 곧 모든 표현의 자유가 제한되고 만다. 국가권력이나 대중의 여론이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은 그들의 인식에 오류가 없다는 독단적 사고에서 비롯된다. 다만 그는 표현의 한계는 설정했다. "표현하는 내용에는 제한이 없어야 하지만, 표현의 방식에는 제한이 필요하다. 굶주림에 시달려 흥분한 군중을 상대로 곡물 도매상을 직접적으로 지목하면서 여러분이 굶주리는 것은 저런 자들의 착취 때문이라는 식의 직접적이고 해악적인 표현은 표현의 자유로 허용되지 않는다."

의견을 공표하는 방식은 어디까지나 대중연설이나 저술이어야지 다른 사람에게 직접 피해를 주는 방식으로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5·18에 북한군이 개입되었다는 등의 발언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그러한 비판받을 발언에 대한 정치권이나 시민사회의 역비판도 역시 자유의 한계를 지키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상의 독재가 된다.

누군가 단지 도덕적 오류를 범하거나 품위없는 행동을 한다고 해도 국가가 나서서 그런 행위자를 경멸하거나 처벌할 수는 없다. 개인은 광장의 함성을 거부할 수 있다.이러한 다양성이 사회진보의 원동력이다. 모든 인간이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은 표현을 하는 것이 민주주의가 아니다. '모든 국민이 같은 것을 읽고, 같은 것을 듣고, 같은 것을 보고,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은 판단을 해야 한다'는 구절은 민주주의 경전 그 어디에도 없다.

미국 민주주의의 아버지인 토크빌은 민주적 독재라는 용어로 다수의 폭력을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광장 민주주의의 특징은 무지와 조급함이다. 야비한 야망을 품은 사람들이 국가의 정점에 있다.거만함은 넘쳐나지만 일의 처리에 있어서 그 위엄과 전문성은 부족하기 짝이 없다. 사람들의 견해는 먼지처럼 흩날려 응집하기가 불가능해졌다. 정신적 통일 공동체는 위태로워졌다. 무엇보다 사상과 토론의 자유가 심각하게 지장을 받는다는 게 가장 위험하다."

민주의사를 진정으로 빛나게 하고, 5·18의 참된 가치를 드높이기 위해서도 성역 없는 논의는 계속되어야 한다. 군대의 임무와 한계, 보호와 지원의 내용과 기한, 진정한 민주투사의 범위 등 논의할 사항은 차고도 넘친다. 분명히 누군가는 민주주의를 잘못 알고 있다. 그것도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동서고금을 통틀어 정치적 포용성이 없는 국가는 성공하지 못했다. 서로 남의 말을 더 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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