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본말 전도된 유료방송시장 인수합병

황근 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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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2-24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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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본말 전도된 유료방송시장 인수합병
황근 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지난주 'LG U+'가 케이블TV 1위사업자인 'CJ헬로비전'을 인수·합병한다고 발표한 데 이어 SKT도 '티브로드'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연이어 나왔다. 'LG U+'의 'CJ헬로비전' 인수는 2016년 SKT의 인수합병이 무산된 이후 꾸준히 거론되어 왔던 것이어서 새삼스러워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다른 케이블TV사업자들도 인수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것을 보면 말 그대로 20년 가까이 유료방송시장을 지배해왔던 케이블TV시대가 막을 내리는 것 같은 느낌이다.

솔직히 케이블TV의 급속한 쇠퇴는 후발 유료방송사업자인 IPTV에 대한 정부 지원정책의 덕을 봤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근본 원인은 한마디로 케이블TV사업자들이 지역독점구조에 안주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디지털 융합시대에 대비한 미래지향적 전략을 도외시하고 눈앞의 이익에 매몰되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다보니 IPTV나 모바일 플랫폼 같은 양방향 디지털 매체들과의 경쟁에서 급속히 밀려나버렸던 것이다. 때문에 케이블TV사업자들은 객관적 열세를 정부 정책이나 법제도를 통해 현상을 유지하려 했고 일부 성공한 측면도 있다. 최근에 다시 제기되고 있는 '유료방송합산규제'가 대표적인 경우라 하겠다. 그래서인지 일부에서는 IPTV의 케이블TV 인수합병을 계기로 유료방송시장이 정상화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는 것 같다. 거의 중단상태였던 아날로그 케이블TV의 디지털 전환, 콘텐츠 산업 활성화 같은 것들이다.

하지만 이 같은 낙관적 기대와 달리 IPTV사들의 케이블TV 인수합병이 콘텐츠 산업을 활성화시킬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물론 인수합병 이후 다소 시간은 걸리겠지만 그 동안 지지부진했던 디지털 전환은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TV홈쇼핑채널들이 디지털가입자를 기준으로 송출수수료를 지불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콘텐츠 투자가 활성화될지는 지극히 의문이다.



다른 나라들도 비슷한 상황이지만 최근 빈번해지고 있는 방송시장에서의 인수합병은 가입자 숫자를 늘려 이른바 '협상력(bargaining power)'를 높이는데 주목적이 있다. 콘텐츠사업자 혹은 지상파방송사들과의 대가협상에서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기 위한 '지렛대 전략(leverage strategy)'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물론 지상파방송사나 콘텐츠 사업자들 역시 반대 입장에서 인수합병이 추진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는 현재 방송시장 특히 유료방송시장의 수익원이 가입자가 직접 지불하는 B2C모델이 아니라 밸류체인(value chain)상의 연관사업자의 홈쇼핑송출수수료나 지상파재송신 대가 같은 B2B모델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IPTV에 대한 케이블TV의 열세는 기술적 문제도 있었지만 결국 모바일 상품이 결여된 결합상품의 낮은 경쟁력 때문에 가입자 확대 혹은 유지에 실패했고, 이것이 결국 협상력을 약화시키는 원인이 되었다는 사실을 전혀 부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처럼 최근 유료방송플랫폼 인수합병이 가격협상력을 높이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면 콘텐츠시장은 활성화되기보다 도리어 더 황폐화될 수 있다. 물론 인수합병을 추진하면서 콘텐츠에 투자하겠다고 표방하고 있기는 하지만 지난 수 십 년간 경험에 비추어 그것이 실현될 가능성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실제로 최근 넷플릭스(Netfix)의 콘텐츠 공세에 아무런 대처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보면 우리 방송시장의 열악함을 실감할 수 있다.

어찌되었던 이번 'LGU+'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에 대해서도 심사가 실시될 것이다, 유료방송시장에 1위 사업자가 변동될 정도도 아니고 2016년 SK 인수합병 당시와는 분위기도 많이 달라져 형식적인 심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만 우리 방송 산업의 경쟁력확보나 시청자 권익을 위해서라도 영국의 '공익성 심사' 제도처럼 인수합병이 방송시장에 미치는 질적 영향력에 대한 면밀한 심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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