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종이 호랑이` 국회 윤리특위 쇄신해야

윤종빈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미래정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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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2-21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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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종이 호랑이` 국회 윤리특위 쇄신해야
윤종빈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미래정치연구소장
국회 윤리특위가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 국민의 대표자로서 품위를 지키지 못한 국회의원에 대해 징계는 커녕, 논의를 위한 회의조차 개최하지 않기 때문이다. 여야 4당이 '5.18 왜곡 폄훼' 논란을 일으킨 자유한국당 의원 3인에 대한 징계를 요청하자 한국당은 방위비 분담금 관련 국민 무시 발언과 옛 직장 동료 성추행 혐의에 휩싸인 민주당 의원 2인에 대한 징계안 제출로 맞불을 놓았다. 이처럼 동료의원을 감싸기 위한 시간 끌기 꼼수로 국회 윤리특위는 유명무실한 존재가 되었고 실효성 논란에 휩싸여 있다.

민주주의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경제발전과 마찬가지로 정치제도의 수준이 높아질수록 민주주의는 성숙한다고 본다. 우리나라의 정치제도가 많이 발전했다고 평가받지만 아직도 국회 윤리특위처럼 국민의 눈높이와 동떨어진 미숙한 제도가 존재한다. 19대 국회 4년 동안에 39건의 징계요구안 가운데 단 1건만 가결되고 25건이 임기 만료로 자동폐기된 것은 부실한 제도적 민주성을 여실히 보여준 것이다. 또한 18대 국회에서도 의원 징계요구안 54건 가운데 1건만이 가결되고 30건이 자동폐기 되었다.

1991년에 제정된 국회의원 윤리강령의 첫 번째 규정은 '국민의 대표자로서 인격과 식견을 함양하고 예절을 지킴으로써 국회의원의 품위를 유지하며'라고 선언하고 있다. 또한 현 20대 하반기 국회의 박명재 윤리특위 위원장은 첫 회의에서 "국민 눈높이에 맞게 자정능력을 강화하겠다"고 소임을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대 국회에서 총 29건의 의원 징계요구안이 제출되었지만 2년 반이 지나도록 단 한 건도 처리되지 못한 것은 자정에 대한 의지를 탓하기 전에 제도적 결함을 진단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국민 눈높이에 맞는 윤리특위가 되기 위해서는 자문위원회의 구성과 역할을 바꾸는 것이 무엇보다도 시급하다. 2010년에 신설된 윤리특위 자문위는 외부위원들에 의한 심사절차를 추가해 '제 식구 감싸기'로 기능을 못하는 윤리특위를 보완할 것으로 기대되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징계요구안은 심사조차 이뤄지지 않고 자동으로 폐기되는 것이 관행이 되었다.

현재 8인의 자문위는 외부 전문가로 구성되었지만 어느 정당 몫의 추천인지를 윤리특위 홈페이지를 통해 대외적으로 밝히고 있다. 다시 말해서, 외부 전문가들이지만 추천받은 정당의 의사에 반하는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구조로 되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선거구획정위원회가 소속을 국회에서 중앙선관위로 변경했지만 여야의 추천을 받은 외부전문가들에 의해 정당 대결구도는 그대로 재현되고 파행을 거듭한 교훈이 있다. 정당의 영향력이 완전히 차단된 자문위의 구성이 필요한 이유이다.

자문위원회 구성의 독립성과 함께 위원회 역할의 실효성 또한 제고되어야 한다. 자문위원회는 윤리특위의 결정에 의해서만 개최될 수 있고 안건을 상정할 수 있다. 스스로 회의조차 개최할 수 없고 설상가상으로 자문위 의결사항은 윤리특위의 참고 자료에 불과하다. 자문위가 단독으로 징계요구안에 대한 회의를 개최할 수 있고, 자문위의 결정사항이 단순히 참고용이 아닌 윤리특위가 최종 결정으로 수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

현재 국회의원에 대한 징계는 크게 4단계인데 이를 좀 더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 공개회의 경고와 공개회의 사과는 복잡한 공식 절차의 노력을 무색케 하는 가벼운 징계에 불과하고 30일 이내 출석정지(수당 50% 감액)와 제명은 구체성이 떨어진다. 추가적으로 일정 기간 동안의 세비를 삭감하거나, 징계를 받은 의원의 소속 정당의 상임위 정책 활동비를 삭감하는 방안, 교섭단체의 정당연구소에 지급하는 정책개발비를 삭감하는 방안과 같이 다양하고 구체적인 제재 조치가 필요하다.

정당 규율이 강한 우리의 정당정치에서 동료의원을 징계하는 것은 쉽지 않다. 윤리특위 자문위원회의 독립성 보장과 강력한 징계 규정이 마련되어야 국민 눈높이에 맞는 국회의원의 인격과 예절, 품위는 지켜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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