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김아름 기자] 유통업계가 불황의 늪에 빠졌다. 매출은 꾸준히 늘고 있지만 정작 이익은 내지 못하며 헛심만 쓰고 있는 꼴이다. 지갑을 열지 않으려는 소비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마진을 줄이며 박리다매 마케팅을 펼친 결과라는 분석이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국내 1위 대형마트인 이마트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0.9% 감소한 4628억원에 머물렀다. 같은 기간 매출은 17조491억원으로 전년보다 10% 가까이 증가했다. 4분기만 놓고 보면 매출과 이익 격차는 더 커진다. 매출이 7.2% 늘어나는 동안 영업이익은 58.9% 줄었다.
이렇게 매출은 늘면서 영업이익은 뒷걸음질친 곳은 이마트뿐이 아니다.
편의점 1위 업체인 GS25와 GS슈퍼 등을 운영하는 GS리테일은 지난해 매출이 4.8% 늘어나는 동안 영업이익이 18.3% 줄었다. 현대백화점과 롯데하이마트는 매출을 전년 수준으로 맞췄지만 영업이익은 각각 9.4%, 10.1% 뒷걸음질쳤다.
홈쇼핑업계 역시 상황이 비슷하다. GS홈쇼핑은 매출이 1.7%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3% 감소했고 현대홈쇼핑과 롯데홈쇼핑은 영업이익 감소세(10.3%, 12.1%)가 매출 감소세(2.4%, 1.7%)를 크게 웃돌았다.
고가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는 백화점업계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유통업계가 큰 폭으로 이익이 줄어든 것이다.
업계에서는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기존 유통업체들이 마진을 포기하고 '박리다매형 마케팅'에 나선 결과라고 지적한다. 가격 경쟁력을 내세운 이커머스에 대항하기 위해 초저가·특가 판매를 이어가면서 매출 규모는 유지하지만 이익은 감소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이마트의 경우 기존 할인점보다 이익률이 낮은 창고형 할인매장 '트레이더스'가 매출 성장의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다. 트레이더스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25.5% 늘어난 1조9100억원을 기록했다. 마찬가지로 20%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온라인 부문은 지난해 적자폭이 확대됐다.
문제는 이익 감소세를 해결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업체들 역시 오프라인의 반등을 노리기보다는 온라인 시장을 강화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소비시장의 흐름이 빠른 배송과 결합된 온라인 커머스로 넘어오고 있는 시점에서 오프라인 매장의 새로운 활로를 찾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지금처럼 가격으로 온라인 업체들과 승부하려는 전략은 결국 '손해보고 파는'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신선식품 전문매장·체험형 매장 등 오프라인만의 강점을 살린 특화 매장으로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유지비가 필요한 오프라인 매장이나 TV에 얽매여 있는 홈쇼핑사들이 쿠팡 등 이커머스 업체들과 '가격 경쟁력'으로 경쟁하기는 어렵다"며 "기존 방식을 고수하기보다는 새로운 방식의 영업을 고심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아름기자 armijjang@dt.co.kr
유통업계가 지갑을 열지 않으려는 소비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마진을 줄이며 박리다매 마케팅을 펼치면서 매출은 늘지만 이익은 오히려 줄어드는 불황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사진은 이마트 본점 전경. <이마트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