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왜 또 신공항인가

류동길 숭실대 명예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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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2-20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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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왜 또 신공항인가
류동길 숭실대 명예교수·경제학

신공항 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부산을 방문, '동남권신공항' 재검토 시사발언을 해서다. 부산·경남에서는 '가덕도신공항' 재추진을 기정사실화하면서 부산시장은 "대통령이 큰 선물을 주셨다"고 했고, 대구시장과 경북지사는 "대구·경북은 우리 길을 가면 된다"고 했다. 봉합된 지역갈등이 대통령의 발언으로 재점화될 가능성이 보인다.

동남권신공항은 부산·경남이 원했던 가덕도신공항이나 대구·경북이 바랬던 밀양신공항은 모두 경제성이 없는 걸로 판명돼 김해공항 확장으로 이미 결정된 사업이다. 그것도 프랑스 업체에 선정용역을 맡긴 결정이었다. 오랜 검토를 거쳐 확정돼 추진되고 있는 국가적 사업이 특별한 상황변화가 없는데도 정권에 따라 이리저리 바뀌거나 폐기되고 또 폐기된 것이 다시 부활하는 일이 반복된다면 장기적 국책사업이 안정적으로 추진될 수 없을 뿐 아니라 그에 따른 예산 낭비는 엄청나게 늘어난다.

지역의 숙원사업은 지역 간 이해가 엇갈리는 경우는 많다. 이런 경우 정부는 국가적 차원에서 합리적 결정을 내려야 한다. 각 지자체의 주장이나 숙원사업이 어떻든 그 사업이 국가적으로 바람직한 것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선거에서 표를 얻는데 도움이 된다면 못할 일이 없는 것이 정치라고 하더라도 정책결정에는 분명한 원칙과 기준은 있어야 한다. 공약이 돼 추진된 정책이 백지화됐다가 다시 살아나는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되는 것이다. 지난 2016년 총선 때 민주당 대표였던 문재인 대통령은 "부산에서 5석을 만들어주면 가덕도신공항을 반드시 유치하겠다"고 했다. 최근 문대통령의 언급은 그 때의 약속을 지키려고 하는 것인가.

한국에는 공항이 넘쳐난다. 현재 15개 공항이 있지만 그 가운데 10곳은 적자다. 최근 5년간 누적 적자는 3500억 원에 이른다. 적자는 줄기는커녕 계속 누적되고 있다. 그런데 또 공항을 짓겠다니 공항이 부족해서 풀리지 않는 문제가 있다는 것인가. 이용객이 없어도, 경제적 타당성이 없어도 공항을 짓겠다는 것은 표를 의식한 정치적 계산이라 해도 그 도가 지나치다.

정치논리로 추진한 지방공항의 실패사례는 차고 넘친다. 힘을 자랑했던 정치권과 정치인들은 천문학적인 예산낭비를 부채질하고서도 책임질 줄 모르고 반성도 없다. 그러면서 또다시 똑같은 잘못을 반복하려한다. 1997년 대선공약으로 추진됐던 울진공항은 비행훈련센터로 용도가 변경돼 사용되고 있고, 예천공항은 경영난으로 문을 닫았다. 김제공항은 착공을 앞두고 중단됐다. 현재 운영 중인 여타 공항의 적자누적과 문제점은 여전히 남아있고 해결될 가능성도 없어 보인다.

이제 자칫하면 가덕도신공항과 대구·경북이 추진하는 대구통합공항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게다가 예비타당성 면제 사업으로 지정된 새만금신공항은 착공된다. 텅텅 빈 활주로에 인근 주민들이 수확한 고추를 말린다고 해서 화제가 된 공항이 무안공항이다. 무안공항은 목포공항과 광주공항 국제선을 대체하고 개항했다. 그러나 국내 환승이 되지 않아 반쪽짜리 공항, 만성적인 적자공항이 돼있다. 새로 만들어질 공항은 예천공항이나 울진공항의 사태가 재연되거나 무안공항과 같은 반쪽짜리 공항이 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KTX나 고속도로 개통 등으로 전국 곳곳을 연결하는 교통망은 계속 발달되고 있다. 좁은 국토에 지금도 공항은 넘쳐나는데 경제성이 없는 공항을 또 만들겠다는 것은 강이 없는데 다리 놓겠다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법을 소홀이 하고 계략에만 힘쓰며 국내정치를 어지럽게 두거나 대형 건축공사를 일으켜 국고를 탕진하면 그 나라는 망할 것이다." 한비자(韓非子)는 나라가 망하는 징조를 이렇게 말했다. 공항을 만들면 경제는 하늘로 치솟고 민생은 비행기 타고 여행이라도 할 수 있다는 것인가. 경제는 추락하고 있고 풀어가야 할 과제는 켜켜이 쌓여있다. 그런데 선거를 의식한 공항 만들기에 매몰될 여유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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