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의 시대에 우리 민족의 등불로"… 추모영상에 눈시울

김수환 추기경 선종 10주기 추모 미사
종교인·시민 등 3000여명 참석해 애도
"사랑·나눔의 고귀한 정신 일깨운 분
추기경 남기신 정신 더 그리운 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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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의 시대에 우리 민족의 등불로"… 추모영상에 눈시울
염수정 추기경이 16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김수환 추기경 선종 10주기 추모 미사를 집전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생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나는 정말 많은 시련과 우여곡절에도 불구하고 다른 이들에 비해 여러 가지 의미로 행복한 일생을 살아왔습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하세요."

평생 사랑과 나눔을 실천한 김수환 추기경 선종 10주기 추모 미사가 지난 16일 서울 명동대성당에서 열렸다. 김 추기경의 생전 목소리가 담긴 영상이 흘러 나오자 추모객들은 눈시울을 훔쳤다. 제대 앞에는 김 추기경이 스스로 '바보'라고 쓴 자화상이 놓였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인 염수정 추기경은 이날 강론에서 "김수환 추기경님은 인간의 마음 깊은 곳에 있는 사랑과 나눔의 고귀한 정신을 일깨워주셨다"며 "인간의 삶에서 물질이나 명예, 권력보다 더 중요한 가치인 사랑과 용서, 나눔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주셨다"고 회상했다.

염 추기경은 이어 "오늘날 물질만능주의와 생명을 경시하는 풍조가 만연하고 자신들의 주장만을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시대에 더욱더 김 추기경님이 남기신 중요한 정신이 그리운 이유"라고 말했다.또한 "가난하고 억울한 사람, 어려운 사람에 대한 배려가 얼마나 값진 것인지를 김 추기경의 삶을 통해 되새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염 추기경은 "특별히 1968년부터 1998년 일선에서 은퇴하실 때까지 3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서울대교구장으로서, 또 혼란한 시대에 가야할 길을 알려주는 우리 민족의 등불로서 빛을 밝혀 주셨다"고 기억했다.

"혼란의 시대에 우리 민족의 등불로"… 추모영상에 눈시울
16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열린 김수환 추기경 선종 10주기 추모 미사에서 한 신도가 김수환 추기경의 모습이 인쇄된 전례지를 들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추모 미사는 '바보의 나눔' 재단과 평신도 사도직 단체협의회가 공동 주관했다. 주한 교황대사 앨프리드 슈에레브 대주교,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를 비롯한 사제들과 이용선 청와대 시민사회수석,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배우 이윤지, 가수 바다 등 약 3000여 명이 참석했다.

주한 교황대사 알프레드 슈에레브 대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격려와 인사를 전했다. 그는 "교황님께서는 추기경단 선배이신 김수환 추기경님에 대한 소중한 기억을 많이 가지고 계신다"며 "교황님께서는 김 추기경님이 보편교회와 이 땅의 민주화 역사에 영혼의 참된 목자로서 기여하신 특별한 역할을 상기하셨다"고 말했다.

또한 "김 추기경님께서 그리스도의 제자로서 또 목자로서 남긴 영적, 사회적 유산은 시간이 흘러도 사라지지 않고 한국 교회의 사명을 지속적으로 밝혀 줄 것"이라며 "동정마리아와 주님께서 이 땅의 지속적인 평화와 확고부동한 화해의 여정에 함께 해 주시며 여러분 모두에게 좋은 것으로 갚아주시고 이끌어주시길 빈다"고 말했다.문재인 대통령은 김용삼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이 대독한 추모사를 통해 "독재정권 탄압 속에서 추기경님은 불의한 권력에 맞선 젊은이들을 보호해주셨다"며 "저도 추기경님과 인연이 깊은 천주교정의평화위원회와 천주교인권위원회에서 오래 활동하면서 불의와 타협하거나 힘과 권력에 굴복하지 않는 용기를 배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이제 대통령으로서 '사람이 곧 국가이지, 국민이 국가 아래 있는 것은 아닙니다'라는 추기경님 말씀을 늘 가슴에 새기고 있다"며 "오늘 추기경님이 더욱 그리운 까닭은 미움과 분열이 아닌 사랑과 화해를 기도하는 우리 시대의 스승이셨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또한 한반도 평화를 언급하며 "추기경님이 계셨다면 전쟁과 적대를 이겨낸 이 시간을 얼마나 반가워하셨을까 생각해본다"면서 "오늘 추기경님께 지혜를 물을 수 있다면 변함없이 만나고 대화하고 사랑하라고 하실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독재 정권의 어둠 속에서 젊은이들을 보호하고 인권과 정의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였다면서 "힘과 권위에 굴복하지 않는 용기를 배웠다. 우리 시대의 스승"이라고 말했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는 "김수환 추기경님은 한국의 가난하고 불의한 역사와 묵묵히 함께하셨다"며 "정치적으로는 장기독재 정권을 계획하는 정부에 대해 그것이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것인지 물으며 시대의 어른으로서 권력에 당당히 맞서셨다"고 말했다.김 대주교는 "5.18에 대해서는 당신 생애에 가장 쓰라린 아픔을 준 비참한 역사의 한 사건이라며 슬픔을 감추시지 않았다"며 "근래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모욕적이고 반역사적인 발언도 서슴지 않는 일부 정치인들의 모습을 보신다면 김수환 추기경님은 어떤 심정이시며 그들에게 어떻게 말씀하실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1922년 대구에서 출생한 김 추기경은 1951년 사제품을 받았고 1966년 초대 마산교구장을 거쳐 1968년 대주교로 승품한 뒤 서울대교구장에 올랐다. 1969년에는 한국인 최초 추기경으로 서임됐다. 당시 전 세계 추기경 136명 중 최연소였다.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헌신한 김 추기경은 2009년 2월 16일 선종했다. 당시 빈소가 마련된 명동성당에는 약 40만명이 조문했다.

김광태기자 kt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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