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업계, 美 집단소송엔 ‘후덜덜’…한국선 ‘나 몰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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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타임스 김양혁 기자] 미국에서 집단소송은 자동차 업계에 '대형 악재'다. 결과에 따라 수조원에 달하는 과징금 '철퇴'를 맞은 사례가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과징금과 함께 소비자가 진행한 집단소송에 따른 배상액은 별개다.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피해자 역시 보상 범위 내로 포함된다. 이렇게 되면 기업이 물어야 할 금액은 천문학적으로 늘어난다. 기업이 기를 쓰고 소비자와 합의에 골몰할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반면 미국과 견줘 국내는 자동차 업계로선 '천국'이다. 차만 팔면 그만이다. 그만큼 소비자 보호에 허술하다. 소비자가 대기업에 맞서 직접 싸워야 하니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나 마찬가지다. 호기롭게 시작한 싸움은 막대한 자본과 시간이라는 벽에 직면하면서 결국 백지화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올해부터 새로 산 차량이 반복적으로 고장 나면 차를 교환·환불받을 수 있는 이른바 '레몬법'이 시행됐지만, 실효성은 여전히 의문이다. 전문가들이 나서 소비자를 구제하겠다는 게 골자지만, 만족할만한 결과가 나오지 않을 경우 결국 소송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 집단소송제가 아직 도입되지 않은 국내에서는 레몬법이 시행돼도 소비자 피해 구제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美서 집단 소송 '발발' 대형악재…합의에 총력전 = 17일 자동차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현대차는 파노라마 선루프를 적용한 일부 차종을 구매한 차주가 미국 캘리포니아 센트럴지역 연방지방법원에 낸 집단소송에서 최근 잠정 합의안을 도출했다. 지난 2015년 12월 이후 3년여 만이다.

현대차는 이전에도 미국에서 조향장치, 엔진 등 차량 품질을 이유로 크고 작은 집단소송에 휘말린 바 있다. 현대·기아차는 2012년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13개 차종의 연비가 부풀려졌다고 발표한 데 따른 소비자 집단소송으로 3억9500만 달러(당시 4187억원)를 보상하기로 합의한 데 이어 2016년 미국 33개 주 정부에 4120만 달러(당시 472억원) 지급하며 사태를 매듭지었다.

배상금 '폭탄'을 맞은 기업은 현대차뿐만 아니다. 일본 도요타는 2009년 미국에서 급발진 관련 리콜로 당시 업계 최대 규모인 12억 달러(약 1조4000억원)의 벌금을 냈고 리콜과 소비자 소송으로도 각각 24억 달러와 16억 달러를 지출해야 했다. 2015년 세계를 상대로 배출가스 조작을 벌인 폭스바겐은 이른바 '디젤스캔들'로, 147억 달러(약 16조7000억원)에 달하는 배상금 합의안을 내놨다. 이는 역대 소비자 집단소송 배상액 중 최대 규모다.

◇한국만 오면 '돌변'…美와는 별개 사안 '선 긋기' = 이런 폭스바겐도 한국에선 미국에서와는 전혀 다른 얼굴이었다. 미국에서는 1인당 570만~1190만원의 보상금을 지급하는 데 반해, 한국에선 100만원짜리 바우처를 지급하는 데 그쳤다. 폭스바겐의 고향인 독일에서는 전액 배상 판결이 나온 사례도 있었다. 다만 상반기 중 국내서도 피해 보상에 대한 1심 판결이 나올 것으로 전망되면서 보상금 규모가 늘어날 수도 있다.

작년 주행 중 화재사고로 소송에 휘말린 BMW에 대한 소송 역시 관심이 쏠린다. 이미 국토교통부 민관합동조사단이 '차량 결함'을 화재 원인으로 지목하면서 피해자인 원고들에게 유리한 판결이 점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법원은 소비자가 제기한 소송에서 기업의 손을 들어주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2014년 국내서 현대차 싼타페 DM R2.0 2WD 모델을 구매한 소비자 1890명이 '연비 과장 광고'로 집단소송을 제기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당시 법원은 2년여간의 검토 끝에 1심에서 현대차의 손을 들어줬다.김양혁기자 mj@dt.co.kr

車업계, 美 집단소송엔 ‘후덜덜’…한국선 ‘나 몰라라’
현대자동차 싼타페. <현대자동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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