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박상길기자]전세보증금을 떼일 위기에 놓인 임차인을 중심으로 전세금을 지키려는 경매 신청이 늘고 있다.
17일 지지옥션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 임차인 혹은 전세권자가 보증금을 돌려받기 위해 경매(강제경매·임의경매 포함)를 신청한 경우는 2017년 108건에서 지난해 125건으로 15.7% 늘었다. 지난달에는 전월보다는 5건 많은 17건의 신청이 들어왔다. 이 가운데 낙찰가가 채권청구액보다 낮은 건수는 37건이었다.
2017년부터 2018년까지 지방 지역의 도별 신청 건수는 충남이 26건에서 49건(23건)으로 가장 많이 늘었고 경북 15건에서 36건(21건↑), 경남 25건에서 45건(20건↑), 전북 26건에서 33건(7건↑), 충북 12건에서 17건(5건), 강원 7건에서 12건(5건)으로 각각 늘었다. 전남만 20건에서 19건으로 1건 줄었고 제주는 2건으로 동일했다.
지지옥션 서지우 연구원은 "부동산 시장 상황이 워낙 좋지 않기 때문에 임차인의 경매신청이 증가하는 추세이고 앞으로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본다"며 "집주인으로서는 가장 꺼리는 상황이겠지만 보증금을 떼일 위기에 처한 임차인이라면 마지막 수단으로 경매신청을 고려해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전셋값이 매매가격과 엇비슷하거나 아예 추월해버린 지방과 달리 수도권은 역전세가 아직 위험 단계까지는 아니라고 보고 있다. 전셋값이 하락 추세이긴 하나 여전히 2년 전 가격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장 상황이 불안한 만큼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보험료를 낮추거나 만기까지 잔여기간과 상관없이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세입자 보호 방안을 강화할 필요는 있다고 조언했다.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박원갑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과거와 달리 매매와 전셋값이 동시에 하락하고 있어 지방을 중심으로 깡통주택, 깡통전세가 함께 나타날 수 있다"며 "수도권은 아직 주의보 수준이지만 물량이 많은 만큼 모니터링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만기가 얼마 남지 않은 세입자는 소송이나 경매 외 선택지가 많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가입 의무화, 보험료 인하, 가입 시기 확대 등을 검토해볼 만하다"고 덧붙였다.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역대급 부동산 규제로 시장 침체가 지속되자 임차인들의 경매 신청이 늘고 있다. 서울은 송파와 강동을 중심으로 내년까지 전셋값 약세가 이어져 이들 지역에서 임차인의 경매 신청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경매 입찰 법정 전경.<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