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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정치적 泡沫 가능성… 그가 뜰수록 靑·민주당 신날 것" [윤평중 한신대 교수에게 고견을 듣는다]

황 전 총리, 현실성 떨어지고 정치적 역량도 검증 안돼… 한국당 꼴통보수 이미지 탈피를
지역에 기댄 거대양당 나눠먹기 선거 이제 그만… 정치 선진화 위해 연동형비례대표제 필요
여당 20년 이상 집권하겠다? 상당히 시건방진 말… 민심 승인없는 정권재창출은 절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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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정치적 泡沫 가능성… 그가 뜰수록 靑·민주당 신날 것" [윤평중 한신대 교수에게 고견을 듣는다]
윤평중 한신대 교수(정치철학)

박동욱기자 fufus@


[]에게 고견을 듣는다

윤평중 한신대 교수(정치철학)




윤평중 교수는 정치 개혁을 위해서는 선거제 개편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지역 할거 적대적 두 거대 정당의 야합을 부수기 위해서는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해야 하고, 그를 위해 국회의원 정수 확대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의 북핵을 둘러싼 대북, 대중 저자세 외교와 한미, 한일 관계의 악화에 대해서도 직설을 피력했다. 그런 정권을 견제해야 하는 자유한국당에 대해서는 갈피를 못잡고 허우적거리고 있다고 쓴소리를 했다.


대담 = 이규화 논설실장


-국회의원 선거제 논의가 지금 한창입니다.

"국회의원 선거법 개정은 사실 시급한 과제입니다. 한국정치와 한국사회를 바꿀 수 있는 핵심 과제라고 봐요. 헌법에서 자유를 빼는 논쟁보다 선거제가 어떻게 개정되느냐가 실질적으로 정치 지형에 더 큰 영향을 끼칩니다."

-교수님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주장하는 대표적 학자 중 한 분인데요,

"지역 할거 지역 1당 독재 현상을 흔들기 위해서는 연동제에 입각한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중앙선관위가 제안한 방안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봐요. 권역별 연동제를 도입해 1당 독식을 못하게 하는 방안이 절실합니다. 정당 내에서 특정 세력이 당 운영권을 장악하는 것도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통해 혁파해야 하고요.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을 했던 방안이기도 합니다. 또 진보 보수를 망라해 광범위한 지지를 많이 받고 있고요. 정개특위에서 합의를 이뤄 국민에게 보고를 하면 다행이지만, 합의를 못 보면 언론에서 이것저것 따져서 국민들에게 바르게 전달하고 국민으로부터 압박이 전달되도록 해야 합니다. 정치 선진화를 위해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필요하고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말이죠."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가려면 국회의원 정수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민주당이 국회의원 수를 늘리지 않겠다는 당론을 밝혔는데요, 할 일을 제쳐두는 안이한 일이라고 봅니다. '미국의 민주주의'를 쓴 알렉시스 토크빌의 유명한 말이 있어요. 민주주의를 지키고 성숙시키기 위해서는 개개 시민들의 각오와 마음이 있어야 한다는 '마음의 습관'을 얘기했는데요, 정치의 선진화를 위해서는 우리 국민들도 이 '마음의 습관'을 새겨야 합니다. 국회의원 정수 늘리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지금의 지역적 패권 구도에 입각해 있는 거대 양당의 적대적 공존을 보장해주는 지금의 선거구 선거법으로는 정치변화가 어렵거든요. 선진 정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지역 할거 거대 당들의 구도를 허물어야 합니다. 민심을 반영한 선거구 개편도 중요하지만 국민 계몽 정치개혁도 필요합니다."

-그런데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입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정수 확대는 매우 어려운 문제인 건 확실합니다. 하지만 정치 선진화를 위해 꼭 가야할 길이라면 회피해서는 안 되지요. 국민을 설득하기 위해 제가 그동안 제안해온 것이 우선은 국회의원 특권을 내려놓는 겁니다. 지금 국회의원 특권을 다 꼽으면 아마 100가지 200가지는 되는 걸로 아는데 전면적 폐지까지도 고려해야 합니다. 그리고 국회예산을 시행령이 아니라 법으로 동결해야 합니다. 국회의원 수를 늘리더라도 국회 관련 예산은 동결하는 거지요. 우선 이 두 가지를 갖고 국민들을 설득하는 작업을 해야 합니다."

-국회의원 수는 얼마가 바람직한가요.

"지금 360명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요, 대한민국 국가의 사이즈를 보면 국회의원 수가 한 500명 정도로 늘어나도 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국민들이 국회의원들을 불신하기 때문에 수를 더 늘릴 수는 없고 360명 정도면 합리적이지 않나 생각합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특권 없애고 국회예산 동결하는 국민 설득방안을 여야 합의로 마련할 수 있을까요.

"사실상 그 방법 밖에 없다고 봐요. 정치인들이 자신들 것을 내놓지 않고 국민을 설득할 수는 없으니까요. 또 사실 우리나라 국회는 예산이 1조에 많이 못 미치는 6000억원대로 알고 있는데, 물론 국회는 입법활동 등 활동영역이 제한적이어서 그렇지만 행정부 예산에 비해 매우 적은 예산을 쓰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전부 행정부 예산은 아니지만 정부 1년 예산 470조원에 비해 국회 예산은 그 1000분의 1 정도에 그치니까요. 국회의 막중한 역할에 비하면 국회가 쓰는 예산은 그렇게 많지 않은 셈이지요."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을 짚어보시죠. 지금 보수 우파는 문 정부의 대북정책이 위험수위에 도달했다고 보고 있는 것 같아요. 특히 작년 9·19 남북군사합의는 김정은의 선의를 믿고 군사 경계를 해제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습니다.

"남북 관계에 대한 시각은 제가 보수 쪽의 비판을 많이 받고 있는 분야인데요, 일단 큰 그림을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 한반도 상황은 2국(二國) 체제로의 진입이 불가피한 국면이라고 봐요. 현재 한반도에서는 북한만이 핵을 가진 정권이 됐습니다. 이는 북 핵이 포기되지 않는다는 전제에서 말씀드리는 겁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어쨌거나 70년 동안 유지돼왔고 앞으로도 상당기간 동안 유지될 것으로 보이는 상황이거든요. 특히 중국이라는 스폰서를 끼고 있는 한, 한반도의 현상 변경, 즉 대한민국과 북한의 병존이라는 현상을 변경하기 어렵다는 것이지요. 또 북한의 핵 보유가 점차 굳어져가는 상황에서도 앞으로 상당기간 동안 대한민국과 북한이 병존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는 의미입니다."

-문재인 정부의 차선책은 이해가 가나 대북제재에 구멍을 내는 석탄 수입이라든가 작년 유럽 순방 시 대북제재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면박을 당한 것은 어떻게 봐야 하나요.

"석탄 수입 문제도 그렇고 대북제재가 엄중하게 가동되고 있는데 대북제재를 해제해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을 추진하는 것은 매우 생뚱맞은 일입니다. 국제사회에 제재완화를 호소하고 거부당하는 외교적 행보 역시 매우 성급하고 현명치 못한 일입니다. 협상은 타이밍이 매우 중요한데, 지금은 북한 제재 해제를 거론할 때가 아니라는 겁니다. 스스로 대북제재의 실효성과 진실성을 깎아먹는 행위입니다. 그리고 북한에 일방적으로 매달리는 행보는 소위 '촛불 정부', '촛불 대통령', '민주국가의 정통성을 가진 대통령'이라면 취할 자세가 아닙니다. 이건 북한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중국에도 해당하는 요구예요. 우리가 머리를 굽히고 들어간다고 해서 북한이 우리가 바라는 대로 행동하지는 않습니다. 북한은 지난 70년간 자기들만의 페이스를 유지해오고 있어요. 우리도 당당하게 하면 되는 거예요. 우리가 일본에 대해서는 매우 당당하게 나가고 있잖아요. 그런 방식으로 북한과 중국을 대하면 되는 겁니다."

-김정은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시는데, 그렇다면 미국과 UN의 대북제재가 김정은에게 압박이 되고 있지 않은 건가요.

"북한 경제 전문가 가운데 서울대 김병연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지금이 북한에게는 매우 크리티컬한 시점이라는 겁니다. 현재 국제 공조의 대북제재가 상당한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는데요, 김정은이 사실상 대화를 먼저 제안한 것도 그 때문이라는 겁니다. 그리고 앞으로 2~3년 동안 지금과 같은 제재조치를 유지하면 김정은 정권이 매우 어려워질 것이고 핵 포기를 진지하게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생사의 기로에 서게 될 것이라고 봤습니다. 설득력 있는 주장이라고 봅니다. UN안보리 제재와 미국 제재가 결정적으로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증거가 중국정부의 대북지원이 거의 4분의3 줄어들었다는 겁니다. 그 중 가장 큰 것이 석탄 등 광물 수출이 막혀버렸다는 거예요. 지금 북한의 외화가 거의 소진되어가고 있어요. 미중 무역분쟁이 진행 중이어서 중국이 미국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는 형국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겁니다."

-문재인 정부가 남북경제협력이 막혀 있으니 군사합의로 대화 통로를 유지하려고 하는 것은 과연 우리에게 득이 될까요.

"제가 군사전문가가 아니라서 구체적인 것은 모르겠지만, 북한의 선의만을 믿고 일방적인 행위를 취하는 것은 매우 위험천만한 일입니다. 특히 서해5도의 안전에 대해서는 심각한 상황을 맞을 수 있다고 봐요. 안보는 단 1%에도 대비를 해야 합니다. 한반도에 휴전 체제가 70년 동안 유지됐던 것은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세력균형이 잘 유지된 덕분이예요. 국제적인 역학 관계 상 북한이 전면전을 벌일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북한 내부 사회의 변화도 들여다봐야 할 것 같은데요. 어떤 에너지에 의해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은 없나요.

"북한 내부에 지금 '시장화'라는 돌이킬 수 없는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어요. 북한 인민의 90%가 장마당에 의존해 살고 있습니다. 김정은 정권을 물려받은 2012년 이후 김정은이 북한 사회의 시장화를 역진하는 어떤 조치도 취한 적이 없습니다. 김정은도 시장화의 불가피한 성격을 알고 있는 거지요. 인센티브 시스템을 사회주의기업경영에도 접목하는 등 다양한 시장화 정책을 펴고 있는 상황입니다. 북한 경제의 압도적인 부분이 시장에 의해 움직이고 있는 거죠. 시장과 싸움에서 김정은 정권이 이길 수 없어요. 아무튼 우리 입장에서는 북한이 시장화로 가는 것을 적극 도와줄 필요가 있습니다."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는데 무력에 의한 것이 아닌 시장화로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볼 수도 있겠네요.

"무력에 의한 변화는 대재앙을 몰고 올 우려가 있는 반면, 시장화를 통한 변화는 재앙을 유발하지도 않으면서 또 스스로 변화하는 것이니까 훨씬 효과적이고 안정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장이 계속 확대되면, 제가 '시장의 철학'이라는 책에서도 쓴 적 있는데요, 시민사회가 생겨나게 됩니다. 그래서 중앙정부에 의한 통제가 희석되게 됩니다. 중국같은 경우도 민간의 자생적인 부분이 확장되니 소요사태가 일어나고 있는 거거든요. 북한 사회의 시장화가 전면적으로 이뤄지는 과정에 들어선다고 가정하면, 북한 사회의 시스템이 어느 정도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갖춰지게 되는 시점에서 해외 자본이 유입될 겁니다. 가령, 맥도날드가 평양에 들어서게 되면 북한 사회의 질적 변화가 가속화될 수밖에 없겠지요. 김정은 체제가 연착륙하게 되는, 즉 중국이나 베트남식으로 가게 되는 결과가 나타날 거로 봅니다. 다만 걸림돌이 있는데, 북한이 중국이나 베트남과 다른 점은 유일지배체제라는 거예요. 적어도 중국과 베트남의 개혁 개방 초기 집단지도체제 형태의 체제 변환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김정은과 그 주변 그룹이 이를 수용할 것인가 하는 점에서는 희망은 하지만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시장화로 인한 북한사회의 변화 가속화의 임계점 시기를 어떻게 보시는지요.

"현재 시장화가 외부에서 보는 것보다 심화하고 있다고 보입니다. 시장화가 지속되면 지금과 같은 폐쇄체제가 과연 유지될 수 있을까요? 적어도 4대 세습체제는 유지되기 어렵다고 봅니다. 충분히 잡아서 앞으로 그 시기는 한 세대 즉 30년 내에 올 것이라고 봐요."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를 놓고 문재인 정부가 움직이지 못하는 것에 대해 김정은 정권의 압박이 큰 것 같아요. 그만큼 김정은 통치 달러가 말라가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요.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은 서두를 일도 아니고 서두를 수도 없는 겁니다. 그러나 북미간 회담이 어느 정도 효과를 내고 북미관계 정상화 길로 들어서면 그에 맞춰 제재가 이완되거나 해제될 때까지 기다려야지요. 김대중 대통령은 정치인들은 국민보다 반 발자국만 앞서가라 했거든요, 이 말은 한국 정치인들에게 불변의 진리라고 생각합니다."

-북핵 협상과 북한의 미래에서 중국과 한반도와의 역학관계가 매우 중요한데요, 더구나 지금 중국은 미국에 적어도 동아시아에서 헤게모니 도전장을 던진 거잖아요.

"중국이 미국에 도전장을 던졌지만 중국이 결코 미국의 적수는 못 됩니다. 우리의 스탠스는 미국보다 반 보만 앞서 가는 것이 지혜로운 길이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중재자 역할에서 더 나아가 미중 관계의 어떤 지렛대 역할을 찾으려 한다면 한미관계에 금이 갈 수 있습니다. 미중 경합관계에서 우리는 한미우호관계라는 틀을 벗어나서는 안 됩니다."

-최근 '주한미군 철수'라는 그동안 거의 금기시 됐던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할 수 있다면 주한미군을 철수하고 싶다는 말까지 했는데요.

"미국은 제국입니다. 제국주의라는 의미가 아니라 전 세계 질서를 유지하는 지도국입니다. 여기에 중국이 성장하며 도전하는 양상인데, 사실 중국의 군사력은 미국의 10분의1도 안 됩니다. 2월 말까지 무역분쟁을 휴전한 후 협상을 하고 있는데, 결국은 미국이 세게 나오니까 중국이 굽히고 들어가고 있는 게 아닙니까. 미국은 절대 자신과 패권을 다투는 국가의 부상을 허용하지 않을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중국을 관리하고 세력확장을 억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한반도를 포기하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이를테면, 미국이 대만을 포기할 수 있겠습니까? 대만해협에 항모를 파견하겠다고 하는 미국입니다. 대만은 중국의 태평양 진출을 억제하는 불침항모거든요. 대만을 포기 못하는데 그 못지않게, 아니 더 중요한 지정학적 가치가 있는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인 대한민국을 포기하겠습니까?"

-북한과 외교관계를 수립한 이후에는 미국이 주한미군 철수나 한미동맹을 달리 볼 수 있지 않을까요.

"대한민국은 미국에서는 일종의 쇼윈도입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세계 지도국이 되면서 자신들이 지원했던 나라 중 한국만큼 성공적인 케이스는 없어요. 경제발전도 그렇고 민주주의체제 면에서, 군사전략적으로도요 그렇습니다. 또한 한국에 미국 시민권자가 20만명 이상 살고 있다고 합니다. 미국 자본도 천문학적으로 들어와 있고요. 그것을 포기할 순 없을 겁니다. 주한미군이 나간다는 것은 심지어 중국에 한반도를 너희가 알아서 하라는 메시지가 될 수 있어요."

-보수, 특히 태극기 세력은 문재인 정부의 대미 정책을 생각하면 안심할 수 없다고 해요.

"태극기 보수 세력의 걱정은 이해하지만, 미국에 너무 매달리는 것도 볼성 사납습니다. 우리가 이제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이 됐으니 이제 미국에 당신들의 이해관계를 위해서도 한국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당당히 말해야 해요. 미국이 얻고 있는 군사안보적 이득, 경제적 이득이 결코 적지 않기 때문에 주장을 해도 돼요. 게다가 한미 양국은 자유민주제와 시장경제를 공유하고 있잖아요."

-최근 한일관계가 레이더 사건 이후 매우 악화됐습니다. 한일관계는 한미일 삼각 협력관계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인데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문재인 정부에 할 말이 많습니다. 우리의 지정학적, 지경학적 상황 때문에 역사를 더 깊이 봐야 합니다. 특히 국가를 운영하는 정권은 더 깊이 사고해야 해요. 일본에 대해서 저렇게 퇴행적으로, 과거 매몰식으로 나가는 것은 대한민국의 국익을 심대하게 훼손하는 어리석은 행위입니다. 북한과의 체제 경쟁이 새롭게 전개되고 중국이 중화주의와 중국몽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 전략적으로 우리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우군은 미국과 일본입니다. 일본과는 비록 불행한 과거가 있긴 하지만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가치를 공유하잖아요. 문재인 정부는 노무현 정부 2기를 자처한다면, 노무현 정부의 실용적 대일외교를 좀 배워야 한다고 봐요."

-위안부 문제는 박근혜 대통령 때 합의한 것이 이제 없던 일로 돼버렸고 징용자에 대한 대법원 판결로 점점 더 악화일로를 겪고 있어요.

"노무현 대통령은 징용자 배상문제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징용자 배상문제는 한일협정에 의해서 해결된 거로 본다고요. 위안부 할머니에 대해서도 일본이 엄청난 죄악을 범했지만, 대한민국 정부가 해결하겠다고 밝혔어요. 일본의 국격이 우리와 국제사회가 바라는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데 계속 그것을 요구하는 것도 문제지요. 일본이 독일이 못 되는 건 일본의 한계입니다. 일본이 자신들이 갖고 있는 경제력에 비해 국제사회에서 위상을 확보하지 못하고 대접을 못 받는 것도 과거사 정리를 깨끗이 못하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이 과거 역사와 경제 및 안보외교는 별개로 투 트랙으로 한일관계를 관리하겠다고 했는데요.

"말로는 그렇게 하지만, 모든 문제가 역사와 과거로 매몰되고 있어요. 지극히 퇴행적인 일이지요. 더 심각한 것은 문재인 정부가 지지율에서 데드크로스를 지난 후 손혜원 의원의 목포 땅 투기의혹이 터진 후 더더욱이나 문 정부가 일본을 비난하는 민족감정을 자꾸 확대 재생산하는 행보를 취하고 있어요. 물론 올해가 임시정부 100주년이라는 시의적 의미가 있긴 하지만요. 21세기 대한민국에서도 강력한 효과를 발휘하는 주홍글씨가 바로 친일파라고 하는 거잖아요. 빨갱이라는 주홍글씨는 많이 희석됐어요. 사실 우리가 일본에 대해 콤플렉스를 가질 필요가 없어요. 피해의식에서 이제 벗어나야 합니다. 민주주의 역동성 측면에서 보면 우리가 일본보다 낫다고 생각합니다. 민주주의 수준을 재는 국제적 연구기관들의 평가에서도 한국은 일본보다 민주주의 수준이 높아요. 한국은 아시아 민주주의 수준 1위 국가입니다. 우리 스스로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고 봅니다."

-민주주의 역동성은 우리가 더 낫다고 하더라도 흔히 '민도'라는 시민의 민주주의 의식 측면에서는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이 있지 않습니까, 한국 시민사회의 성숙이 정체돼 있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시민의 결집이나 시민단체의 활동 등 시민사회는 일본보다 훨씬 더 활성화돼 있습니다. 문제는 경제력이 뒤지는데 따른 여러 가지 사회 병리 현상 등에서는 경제력이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성숙돼 갈 것으로 봅니다. 정치적 민주주의는 계속 발전해 갈 거고요. 그래서 대한민국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시민사회 심지어 음식 등 생활수준 등에서 민주주의의 발전 성숙도 면에서 세계 탑5에 들어갈 수 있다고 봅니다. 미래지향적으로 일본에 책임을 묻되 투 트랙으로 가는 것이 모범답안이라고 봅니다. 제가 특히 문재인 정부에 요구하고 싶은 것은 역사문제를 현실정치에 이용하지 말라는 겁니다. 이건 한국에서 문 정부뿐 아니라 역대 정부에서도 그렇게 해왔고 일본 자민당 정권도 그렇게 해왔어요. 문재인 정부와 아베 정부 모두 자국의 민족감정을 이용하고 있어요."

-양국 정권의 퇴행적인 대립은 국민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 양상이 양국 국민들 사이에서 달리 나타나고 있어요. 이명박 정부 때 과거사에 대해 일왕(천황)이 사죄해야 한다고 하는 동시에 독도를 방문한 것이 일본인의 민족감정에 엄청난 앙금을 남긴 것으로 드러나고 있거든요. 그 이후 일본인의 혐한 활동이 급격히 늘었고 한국방문객 수는 급전직하했어요. 반면 한국인들의 일본 방문은 거의 3배로 증가했습니다. 매우 대조적인데요, 물론 환율과 한국인의 소득증가 등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이런 현상에 대해 어떻게 보시는지요.

"일본의 천황제는 일본 고유의 문화로 깊숙이 뿌리박혀 있기 때문에 외부에서 그것을 폄훼한다는 오해를 하면 엄청난 반발이 일어나는 것은 당연합니다. 우리 국민이 일본을 많이 방문하는 것은 여러 가지 영향이 있겠지만, 일단 가깝고 항공편이 잘 발달돼 있으니가요. 무엇보다 우리 국민들이 정부의 민족주의 자극에 대해 표면적으로는 동조하는 것 같지만, 하등 소득이 없다는 현실을 잘 알고 있어서라고 봅니다. 국민들이 한일 관계를 매우 실용적으로 보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할까요. 그런 점에서 정부 레벨이 시민 레벨을 못 따라가는 거죠. 일본 국민의 한국 방문이 줄어든 것은 한국인의 일본 방문의 배경과 견줄 때 아직도 일본인의 의식 밑바탕에는 천황제나 폐쇄적 민족주의가 우리보다 더 강하게 자리잡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요즘 유튜브에서는 보수 팻캐스트들이 홍수를 이루고 있고 구독자도 급격히 늘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매우 역동적인 한국 시민사회와 민주주의의 모습이라고 봐요. 어느 정부가 들어섰든 간에 자기 입맛에 맞는 경영진을 세우고 방송을 영향권 아래 두려고 했어요. 그와 관련한 신문 칼럼도 쓴 적이 있습니다만, 촛불 정부, 촛불 대통령이라면 방송의 정파화라는 악순환을 끊어야 하는데, 문재인 정권은 그것을 못하고 오히려 답습하고 있어요. 지금 방송의 균형이 완전히 무너져버렸거든요. 지상파는 친정권으로 기울어져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요. 그러니 그에 반발한 시민사회의 대항 목소리가 자생적으로 생긴 거라고 봅니다. 민심의 향배에 균형 잡힌 전자공론장이 형성된 거지요. 저는 그 내용에 다 동의는 안 하지만 그 현상 자체는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박근혜 정부 때는 진보 팟캐스트들이 관심을 끌었지 않았나요."

-가짜뉴스를 규제하려는 시도도 있었는데요.

"시민사회의 자연스러운 현상을 억제하겠다는 전형적인 내로남불의 발상입니다. 표현의 자유라는 헌법적 가치에 대한 도전이에요. 진보적 시민단체도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지 않았습니까? 민심을 업었다고 하는 촛불 정부에서 그런 생각이 나왔다는 것 자체가 경악스러운 일입니다."

-자유한국당 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가 2월 말 열립니다. 한국당에 관심이 쏠리고 지지율도 올랐는데요, 한국당 당권주자들과 한국당에 쏠린 관심이 유지될까요.

"최근 황교안 전 총리가 소위 뜨고 있는데, 저는 이렇게 봐요. 황교안 씨가 떠서 과연 누가 좋아할까, 청와대와 민주당이 가장 좋아할 거라고 봐요. 현실성도 떨어지고 명분도 없고, 정치적 역량도 검증된 적 없습니다. 저는 정치적 포말현상으로 그칠 공산이 크다고 봅니다. 한국당이 또 유의할 것이 소위 '꼴통보수'라는 이미지를 빨리 탈색해야 합니다. 가령 최근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망언은 한국당이 시스템적으로 통제가 안 되는 정당이란 인상을 주고 있어요. 유언비어 수준의 발언을 막무가내 쏟아내는 의원들이 있는 한 지지도 외연 확대는 어렵습니다."

-여당에 비해 그동안 야당은 이렇다 하게 부상하는 인물이 없었거든요. 성급하지만 차기 대선 주자 지지율 조사를 보면 거의 여당 인사들이 상위권을 차지하고요. 그러다 황 전 총리가 등장하니 참신성으로 관심을 받고 있는 것 같은데요, 거품이라고 하시니 지지자들은 실망이 크겠습니다.

"정치적 역동성과 변동성의 진폭이 워낙 크니까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예측하는 것은 힘듭니다. 우선 민심이 호락호락 하지 않아요. 여당에서 자신들이 20년 이상 집권해야 한다고 말하는데, 제 생각으로는 매우 시건방진 발언이라고 봅니다. 한국 현대정치사를 보십시오. 성과에 대한 민의의 승인 없이는 정권재창출은 되지 않았습니다. 한국 정치의 역동성을 감안하면 야당도 기회가 충분히 있다고 봅니다. 앞으로 상상을 뛰어넘는 정치인들의 이합집산과 정계개편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차기 총선도 그렇고 대선도 그렇고 정면 대결, 굉장히 호각지세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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