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원 칼럼] `주먹구구` 예타면제, 우려가 앞선다

박병원 前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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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2-13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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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원 칼럼] `주먹구구` 예타면제, 우려가 앞선다
박병원 前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정부가 24조원 규모의 건설투자 사업에 대해서 국가재정법 제38조가 규정하는 예비타당성 조사(이하 예타로 약칭)를 면제하기로 한 것을 두고 논란이 분분하다. 총규모 500억원, 중앙정부 부담 300억원 이상의 사업에 대해서 적용되는 이 예타는 민간기업이 투자할 때의 타당성 분석과는 많이 다르다. 즉 비용편익분석(B/C Ratio)으로 대표되는 경제적 타당성이 35~50% 반영되고, 정책의지 등 정책적 타당성이 25~35%, 그리고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고려가 25~35% 반영되도록 되어 있어 융통성이 있다. 이번 예타 면제 사업들이 이런 헐렁한 기준에 의한 타당성 분석도 통과하지 못할 정도의 형편없는 사업들이었는지 궁금하다.

수익성이 확실한, 경제성만으로도 타당성이 충분한 사업들은 민간에 맡겨도 된다. 민자유치 사업이 그런 것이 아닌가? 국가 백년대계를 위해서 꼭 필요한데 민간이 할 수 없거나 나서지 않는 대규모 사업들이야말로 나라가 할 일일 수도 있다. 비용편익분석에 입각한 경제적 타당성은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더라도, 정책적 판단,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고려 등을 더하여, 예산 반영 여부는 정부가 판단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이 부분까지 한국개발원(KDI)의 공공투자관리센터(PIMAC)나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에 맡기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 있다는 말이다.

1999년 김대중 대통령 때 예타 제도가 도입된 이후 거의 20년 동안 PIMAC의 판단은 점점 더 경직화되어 온 것으로 보인다. 타당성이 있다는 판단을 하는 경우 그 사업이 추진되어 그 판단이 맞았는지가 증명이 된다. 반면, 타당성이 없다고 하는 판단에 대해서는 사실은 해 볼 가치가 있는 사업이었다는 것이 밝혀질 방법이 없다. 이런 경우 타당성이 없다는 쪽으로 판단이 왜곡될 유인을 가지게 된다. 이것이 우리나라를 '되는 게 없는 나라'로 만드는 데 상당한 기여를 한 것 같다. 기획재정부 예산실을 비롯한 정책 당국자들이 이 타당성조사라고 하는 '담' 뒤에 숨어버리면 리스크가 있는 사업들을 추진하기는 불가능해진다.

어쩌면 PIMAC은 소임을 다하고 있는 것일 수 있다. 고속도로, 제철소, 자동차, 조선 등 60년대 우리나라의 경제발전을 견인한 대표적인 개발사업들은 당시 세계은행(IBRD)이나 선진국 금융기관들의 타당성조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경부고속도로, 포항제철, 소양강댐 등을 모두 한일청구권 자금으로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이다.

그러나 정부 당국자들마저 그래서는 나라가 전진을 멈추게 된다. 예컨대 인구고령화에 따라 예상되는 수요증가에 외국인 환자 유치 가능성 등을 감안할 때 의료산업은 우리나라의 가장 확실한 미래성장동력이 될 것이라는 데 모두가 동의함에도 불구하고 시대착오적 의료법은 병원산업에 투자를 금지하고 있다.

세종시 융합의과학대학원과 병원 같은 사업은 필자는 시급한 사업이라고 생각하는데, 몇 년간 보완에 보완을 거듭하고도 결국은 PIMAC을 통과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사업들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타당성 없는 사업들을 모두 다 하자는 것은 아니다. 새만금 간척사업이나 울진, 양양 공항과 같이 정부가 판단하기에도 적절치 않은 사업들을 정치권의 압력에 못 이겨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이번 예타 면제 사업들이 대부분 토목 건설 사업이라는 것은 이런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이런 사업들은 완공과 동시에 일자리도 사라지고 경기 부양효과도 사라진다.

완공되면 일자리가 더 생기는 국책사업들의 경우 예타를 생략하고 서둘러 추진해야 할 것이다. 설악산, 지리산 케이블카와 같이 각 시·도가 해 보고 싶은 관광인프라 사업을 하나씩 가져 오게 해서 예타를 면제하고 관계부처가 신속하게 판단을 해서 예산을 주자. 고부가가치 수출 농업을 실현할 스마트 팜이나 외국인 전용병원을 해 보겠다는 지방이 있으면 한 곳에 5,000억원씩 예산을 반영해 주자. 기업들이 해 보겠다고 했던 사업들이니 경제성만으로도 타당성이 있다는 얘기다. 정책적 타당성, 지역균형발전까지 감안하면 당연히 할 만할 것이다. 단지 기업이 할 수 있도록 해 주지 못했으니 공공부문이라도 나서자는 것이다. 더 이상 타당성 검토는 필요 없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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