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서 '5G 시대와 망 중립성' 재정립에 대한 논의를 이어 가고 있지만, 유럽에서는 5G와 망 중립성 문제가 크게 결부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게임이나 동영상 등 특정 콘텐츠 사용에 따르는 트래픽 비용을 면제해 주는 '제로레이팅'(zero-rating)과 같은 인터넷제공사업자(ISP)의 가입자 유치 활동은 망중립성 정책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평가도 나왔다.
오픈넷은 13일 서울 강남구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서 EU 전문가를 초청해 '5G 시대에 대비한 유럽의 망 중립성 규제'를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기조발제에 나선 프로드 소렌슨 수석 자문은 "5G 시대 망 중립성은 이전과 다를 게 없다고 본다"며 '제로레이팅'을 원칙적으로 허용하는 것에 있다고 설명했다. 기조발제에 나선 프로드 소렌슨 수석자문은 베렉(BEREC ·유럽전자통신규제기구)의 2016년 망 중립성 가이드라인 및 보고서 작성을 주도한 2010-2018 베렉 망 중립성 전문가 워킹그룹의 의장이었으며 현재 노르웨이 통신위원회의 수석자문을 맡고 있다.
'제로레이팅'은 통신사들이 동영상과 음원 스트리밍, 게임 등 특정 콘텐츠를 소비자에게 제공하면서 데이터 비용을 과금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프로드 소렌슨 수석자문은 "모든 유럽 국가에서 제로레이팅 상품이 나오고 있다"면서 "그러나 제로레이팅에 관한 규제를 갖고 있는 국가는 거의 없으며, 대체적으로 제로레이팅 규제는 인도와 캐나다, 미국 캘리포이나 주 정도에서만 도입하고 있는 법"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정부에서도 5G 급행차선인 '패스트 레인'에 대해서는 신중히 접근하자는 기조이지만 제로레이팅은 통신요금 인하 효과가 큰 만큼, 긍정적인 평가가 지배적이다. 국내에서도 페이스북 등 글로벌 콘텐츠 사업자(CP)와 ISP간 분쟁이 빈번하고 있지만, 통신사가 계열사 콘텐츠에 제로레이팅을 제공하는 사례는 증가하고 있다. 제로레이팅이 망중립성을 완화 시킨다는 일각의 우려와 달리, 제로레이팅은 현재도 허용되고 있으며 현행법상 사전 규제를 받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김경진 민주평화당 의원이 지난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설문 응답자 10명 중 9명은 데이터를 무료로 제공하거나 할인해주는 제로레이팅 서비스를 이용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다만, ISP들이 자회사의 서비스에만 제로레이팅을 적용하는 등 '배타적 제로레이팅'을 한다면 제재 여부를 놓고 논란이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인다.김은지기자 kej@dt.co.kr
노르웨이 통신위원회 수석자문인 프로드 소렌슨(Frode Sørensen)이 13일 '5G 시대에 대비한 유럽의 망 중립성 규제' 세미나에서 기조 발표를 하고 있다. 김은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