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진수 칼럼] `악어 입` 정책이 난무하는 文정부

[예진수 칼럼] `악어 입` 정책이 난무하는 文정부
예진수 기자   jinye@dt.co.kr |   입력: 2019-02-12 18:09
예진수 선임기자
[예진수 칼럼] `악어 입` 정책이 난무하는 文정부
예진수 선임기자

인류의 가장 오래된 꿈 중 하나였던 비행기는 언제나 상상력과 호기심을 자극했다. 중국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세계 최대 수륙양용기 '쿤룽 AG600'이 지난해 10월 20일 후베이( 湖北)성 징먼(荊門)에서 물 위에 가뿐하게 착륙했다. 미국에서는 프로펠러도, 엔진도 없는 '이온풍 비행기'가 미끄러지듯이 12초간 하늘을 날았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스티븐 배럿 교수 연구진은 지난해 11월 22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인류 최초로 전기를 띤 입자가 일으키는 바람으로 나는 '이온풍 비행기' 실험 결과를 발표해 과학계를 놀라게 했다.

항공분야만 봐도 남들이 넘볼 수 없는 초혁신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쏟아지는 지금, 어중간한 산업전략은 통하지 않는다. 블록체인 혁신과 디지털 대전환, 거래 혁명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흐름에는 한 나라 경제·사회 시스템 전체의 역량을 결집하는 국가 전략으로 대응해야 한다.

우리에게는 10년∼20년 이상을 내다보면서 산업·경제 뿐 아니라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인구정책·도시정책·미래학 등을 포괄하는 중·장기 종합 국가 전략이 안 보인다. 다양한 이해관계자까지 참여시킨 독일의 '플랫폼 인더스트리 4.0'이나 일본의 '소사이어티 5.0', 중국의 '중국제조 2025'는 치열한 국가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코드이자 미래비전이다. 이들 국가의 경쟁력 강화 정책은 이미 한국 경제에 충격을 주고 있다.

각국의 정책 대응을 보면 중국은 10년전부터 '인터넷 플러스 전략'을 연속성 있게 추진하고 있다. 모든 전통산업에 인터넷을 결합해 '플랫폼 경제화'를 앞당기려는 시도다. 첨단기술 발전전략인 중국의 '제조 2025'는 반도체 자급률을 2025년까지 70%로 끌어올리겠다는 전략까지 담고 있다. 2010년부터 본격화한 미국의 제조업 재육성 정책은 글로벌 통상 질서를 뒤흔들고 있다. 중국의 '제조 2025'를 겨냥한 미국의 공세에 중국은 시장 개방 폭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게도 기회가 될 수 있지만, 우리는 타깃 설정부터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

최근 만나본 기업인들은 "대한민국호가 북극으로 항해할지, 태평양으로 나갈지 도무지 분간할 수 없다"거나 "명확한 미래 좌표를 설정하지 못한 채 갑론을박만 되풀이해서는 선진 경쟁 대열에서 영영 낙오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한 중견기업인은 "경기가 하강하고 있는 지금은 당장 어렵더라도 미래를 도모할 수 있도록 정부가 소나기처럼 시원한 국가 전략을 마련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대표적인 경제단체인 대한상의 박용만 회장도 정부와 대화하는 자리에서 "우리나라도 선진국의 제조업 부흥정책이나 중국의 '제조업 2025' 같은 산업발전 전략을 만들고 민관이 함께 협업해나가면 좋겠다"고 말한 바 있다. 오죽하면 기업인들이 정부를 향해 국가전략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겠는가.

우리의 귀에는 '인구절벽'을 재촉하는 째깍째깍 시계 초침 소리가 들린다. 인구감소가 예상보다 빨리 시작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어서 우리에게는 여유가 없다. 낮은 생산성, 한계기업 급증, 공공부문의 비대화 등 강 하구 삼각지에 쌓여가는 모래처럼 누적되고 있는 비효율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걷어내야 한다. 복지전문가들도 "인구감소가 시작된 뒤 기업 체질 개선이 이뤄질 수 있도록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국가 전략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단기정책이 난무하고 있다. 단기 경기 부양책과 일자리 충격을 틀어막기 위한 미봉책이 쏟아진다. 세금낭비를 막을 수 있는 장치인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한 것은 대표적인 '악어 입 정책'이다. '악어 입'이란 세출은 느는데 세입은 줄어들면서 재정그래프가 악어 입처럼 크게 벌어지는 모양에서 나온 말이다. 이 같은 정책 기조가 지속되면 순식간에 국가 재정을 위태롭게 만들 수 있다. 세계적으로 성공한 국가 전략들은 예외 없이 튼튼한 재정과 공공부문의 효율성, 획기적인 규제 완화, 친기업 정책을 장기적으로 유지했다. 관건은 투명성이다. 만시지탄이지만, 지금이야말로 위기에서 탈출하기 위한 입체적인 국가 전략을 세워야 할 때다.

예진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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