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현장] `가짜뉴스` 시장에 맡겨라

김광태 디지털뉴스팀장

  • 프린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DT현장] `가짜뉴스` 시장에 맡겨라
김광태 디지털뉴스팀장

73세 박막례 할머니. 유튜브가 낳은 A급 스타다. 2017년 초 개설된 박 할머니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는 지난 10일 기준 66만743명이다. 176개 등록 동영상의 조회수는 9821만59회. 영상 하나당 적어도 30만~40만명, 많으면 300만~400만명이 시청한 셈이다.

그야말로 유튜브 세상이다. '유튜버'가 지난해 '초등학생 희망직업 순위' 5위에 새롭게 등장했다는 소식은 이제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유튜브 크리에이터 사이에서 '30:800:1000'이라는 법칙이 있다. 구독자 30만명 이상에 월 영상 총 조회수가 800만건이 넘으면 월 1000만원 이상 수익이 발생한다는 것. 이것 하나만을 바라보고 달려가는 유튜버들이 부지기수다. 유튜브는 '갓튜브'가 됐다. 전세계에서 매월 18억명이 접속하고 있다. 전 세계인 4명 중 1명이 유튜브 영상을 본다. 이들의 유튜브 시청량은 매일 10억 시간이 넘는다. 요즘 젊은 층은 물론 50대까지 유튜브에 푹 빠져 산다. 특히 유튜브는 모든 세대에서 압도적인 사용량을 자랑한다.

2017년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의 자료에 따르면 구독자 197만명을 기록중인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은 2017년 19억3000만원을 벌었다. 유튜브가 큰 시장이 되자 광고주들도 덩달아 몰려들고 있다. 메조미디어에 따르면 유튜브는 지난해 상반기 국내 동영상 광고 매출의 40.7%를 쓸어 담았다. 네이버(8.7%)와 다음(5.7%)을 합친 것보다 세 배 가량 많다는 분석이다. 콘텐츠를 쉽게 만들고 소비할 수 있어 누구든 '셀럽'이 될 수도, 언론인이나 마케터가 될 수도 있다. 정치인들도 제 물 만났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유튜브 채널 '홍카콜라'를 내놓자 유시민 전 의원도 '알릴레오'로 맞불을 놨다. 손혜원 의원이 목포 문화재 투기 논란에 대해 억울하다며 격정적으로 토로한 곳도 유튜브다. 정당의 조직이나 언론에 의존하지 않고 직접 시민과 소통하겠다는 뜻이다. 유튜브에 대중이 있고 지지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튜브는 특별한 규제가 없어 사실보다 감정이 신념으로 가공돼 무차별 유포되곤 한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으려는 대중의 심리가 유튜브 전성시대를 이끌고 있다. 바로 '확증편향'이다. 유튜브는 '하나 뿐인 내 편'인 셈이다. 김민호 성균관대 교수는 이 용어를 사용하면서 "확증편향은 개인은 물론 공동체 전체를 붕괴시킨다"고 지적했다. 가짜뉴스의 부작용은 경계해야할 일이다.

고전에 '삼인성호'(三人成虎), '증삼살인'(曾參殺人)라는 말이 있다. '삼인성호'는 없던 호랑이도 여러 사람이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하면 진실이 된다는 뜻이다. '증삼살인' 또한 증삼이란 사람이 살인하지 않았지만, 여러 사람이 나서서 살인했다고 말하면 진실이 되고 만다. 빤한 거짓말도 여러번 반복해 듣다 보면 진실로 굳어지기 쉽다.

이낙연 총리는 최근 "가짜뉴스는 사회통합을 흔들고 국론을 분열시키는 민주주의 교란범"이자 "공동체 파괴범"으로 규정하면서 적극 대응을 주문했다. 그러나 '가짜뉴스'에 정부가 규제의 칼을 꺼낸다는 것은 지나치다. 온갖 정보가 넘쳐나고 팩트 확인이 쉬운 4차산업혁명의 시대에 가짜뉴스가 발붙이기는 어렵다. 뉴스는 시장에서 평가받고 용인되면 그만이다.

카카오톡과 극우 유튜브 채널 등에선 지난해 가을부터 박 전 대통령이 몸무게가 39㎏까지 빠지는 등 생명이 위독한 상태라는 가짜뉴스가 확산됐다. 이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을 유일하게 접견하고 있는 유영하 변호사는 7일 "사실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건강이 좋지는 않지만 위독한 정도는 아니다"고 밝히기도 했다. 가짜뉴스는 이렇듯 시장에서 자연치유되기 마련이다. 가짜뉴스에 대한 전쟁선포나 새로운 법적 규제를 강화하는 방식만으로는 문제 해결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자칫 새로운 미디어 환경의 역동성을 가로막을 수도 있다. 가짜뉴스란 의견제시, 오보, 지라시, 풍자, 유언비어 등 단순 허위사실과 혼용되고 다의적으로 사용되고 있어 정부 규제정책의 대상 개념이 되기 어렵다는 전문가의 지적도 있다.

과연 정부가 '가짜뉴스'로 정의한들, 누가 그 허위성을 판단할 수 있을까. 관련 논의를 서두르지 말고 근본대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사회적 논의부터 시작해야 한다. 실체도 효과도 애매하기 짝이 없는 가짜뉴스 규제에 힘을 쏟을 만큼 우리는 한가하지 않다.

김광태 디지털뉴스팀장 ktkim@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