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 추기경 선종 10주기… "여전히 보고싶은 시대의 어른"

'바보 김수환' 삶 기리는 전시회 등 봇물
천주교 서울대교구 10주기 행사 준비
"김 추기경, 종교와 계층 관계없이 소통
화해하고 사랑하라는 유언 실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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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환 추기경 선종 10주기… "여전히 보고싶은 시대의 어른"
김수환 추기경 선종 10주기… "여전히 보고싶은 시대의 어른"
자화상 '바보야'와 함께 웃고 있는 말년의 김수환 추기경. 세상을 떠나기 2년 전 모습이다. 김영사 제공

오는 16일은 김수환 추기경 선종 10주기다. 평생 약자의 편에 서서 온몸으로 사랑을 실천한 고(故) 김 추기경. 2009년 선종 당시, 그의 마지막 길을 국민들은 종교와 이념을 초월해 한마음으로 애통해했다.

선종 당시 장례위원회 대변인 역할을 했던 허영엽 신부(사진)는 김 추기경 선종 10주기를 준비하면서 "그 당시 저희도 많이 놀라고 당황할 정도로 추모 열기가 뜨거웠다"고 회상했다. 허 신부는 현재 천주교 서울대교구 홍보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우리사회 정신적 지주였던 김 추기경은 엄혹했던 군사정권 시절 추상같이 민주화를 요구하며 정권과 첨예하게 각을 세웠다.

허 신부는 김 추기경이 국민적인 존경을 받은 이유에 대해 "어두운 시대에 빛을 비추며 방향을 제시해주신 분"이라고 말했다.

10년 전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하자 빈소가 마련된 명동성당을 찾은 조문객만 40만명에 달했다.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긴 추모 행렬이 이어졌다.

허 신부는 "교회의 가장 큰 어른의 마지막 길을 잘 배웅해야겠다는 생각 뿐이었는데, 그렇게 추모객이 몰릴 줄 몰랐다"며 "신앙에 관계없이 많은 분들이 빈소를 찾아 우리 사회의 어른을 잃은 슬픔을 표현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추기경은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의 아픔을 돌보는 한편, 불의에는 단호히 맞섰다.

성직자로서 교회 안에서 편안하게 보낼 수 있었지만, 어렵고 거친 길을 선택했다. 평생을 노동자, 빈민, 농민과 함께 했다. 2007년 8월, 김 추기경은 동성중·고 개교 100주년 기념전에 한 그림을 출품했다. 크레파스로 얼굴을 그린 뒤 아래 여백에 '바보야'라고 썼다. 그의 자화상이었다. 이후 '바보'는 김 추기경의 별명이 됐다. 그는 평생 '바보'같은 삶의 길을 걸었다.

허 신부는 "어두웠던 시절 세상이 추기경님에게 그런 역할을 원했고, 그렇게 해주신 추기경님은 그 시대에 필요한 인물이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언젠가 추기경께서 개인적인 자리에서 내가 그렇게 나서는 성향이 아닌데 시대 상황상 해야 할 일이었다며 때로는 무섭고 두렵기도 했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고 전했다.

허 신부는 "김 추기경 정신의 핵심은 사람이다. 부딪히는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해 종교에 관계없이 관심을 기울였다"며 "말이 되지 안는 얘기도 무시하는 법 없이 끝까지 듣고 대꾸했다. 평신도 단체에서 주관한 '내 탓이오' 운동도 그분 캐릭터와 연결돼 큰 반향을 일으켰다"고 말했다.

종교를 넘어 한국 사회의 정신적 지주였던 김 추기경 선종 이후 존경할 만한 큰 어른이 없음을 아쉬워하는 목소리도 많다.

허 신부는 "종교와 계층에 관계없이 소통했던 추기경의 삶이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친 것 같다"며 "어른이 없다는 것은 우리 사회 전체의 불행"이라고 강조했다.

이 시대에 김 추기경이 들려줄 말이 있다면 무엇일까. 허 신부는 "추기경님은 아랫사람을 대할 때도 말을 끊는 적이 없고 항상 먼저 듣고 말씀하셨다"며 "소통을 강조하면서도 모두 자기 이야기만 하는 지금 살아계신다면 귀를 막고 내 것만 이야기하지 말고 진심으로 귀 기울여 대화하라고 하실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추기경은 선종을 며칠 앞두고 "나는 사랑을 많이 받았다. 서로 화해하고 사랑하라"고 유언한 바 있다.

허 신부는 10주기 행사준비에 대해 "행사가 아니라 그분이 남긴 메시지를 기억하고 되새긴다는 의미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14일에는 '김수환 추기경의 나눔정신'을 주제로 하는 기념 심포지엄이 김수환추기경연구소 주관으로 서울명동성당 꼬스트홀에서 열린다. 기념위원회는 16일 오후 2시 명동대성당에서 염수정 추기경 주례로 추모미사를 봉헌한다. '바보의 나눔'재단과 평신도 사도직 단체협의회가 공동으로 주관한다. 김수환 추기경 생전의 다양한 활동을 담은 사진전도 11~23일 명동성당 지하 1898광장에서 열린다.


김광태기자 kt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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