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엽 한국원자력연구원 첨단방사선연구소장
![[기고] 미세먼지 줄이는 名藥, 방사선](http://contents.dt.co.kr/images/201902/2019020702102269660001[1].jpg "[기고] 미세먼지 줄이는 名藥, 방사선")
미세먼지는 입자 크기가 10㎛(마이크로미터) 이하인 먼지를 말하고, 미세입자농도(PM)를 사용하여 PM10이라 한다. 초미세먼지는 그보다 더 작은 2.5㎛ 이하 먼지로 PM2.5라고 표현한다. 또한, 1차 미세먼지란 발생 때부터 고체상인 미세먼지 입자를 말하고, 2차 미세먼지는 발생 시에는 기체였으나 공기 중에 화학반응을 거치면서 고체입자로 변하여 미세먼지가 된 것을 일컫는다. 2차 미세먼지가 1차 미세먼지의 3배 가량 월등히 많이 발생하고, 인체유해성 측면에서는 입자가 작은 초미세먼지가 일반 미세먼지보다 인체에 더 치명적이다.
미세먼지는 호흡기를 통하여 우리 몸의 기관지, 폐에 들어와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입자가 더 작은 초미세먼지는 혈관을 타고 몸 속 깊숙이 파고들어 염증을 일으키거나 더 큰 질병을 유발한다. 최근 한국원자력연구원 첨단방사선연구소에서는 방사성동위원소 중 하나인 요오드-125를 이용해 미세먼지 표준물질인 DEP(Diesel Exhaust Particulate)의 체내 분포를 영상화 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흡입된 DEP는 60% 가량이 폐에 축적되고, 배출하는 데에 일주일 이상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나 미세먼지가 건강에 얼마나 치명적인지를 규명해냈다.
화력발전소에서는 석탄이나 석유 등 화석연료가 불완전 연소하며 발생하는 질소산화물, 황산화물과 같은 오염물질을 대량으로 발생시킨다. 이 중 일부는 대기 중에서 다른 오염물질과 햇빛을 만나 입자화된 미세먼지를 만들어낸다. 이 때문에 올해부터 석탄 화력발전소의 먼지배출 허용기준이 2배 가까이 강화됐다. 화력발전소에서는 이들 질소산화물, 황산화물의 배출을 억제하기 위해 다양한 배출저감시설을 갖추고 있다. 그런데 질소산화물의 경우에는 처리가 쉽지 않다. 가장 일반적인 탈질기술인 선택적 촉매환원법은 촉매 기반의 고온 반응에 의해 질소산화물을 질소기체로 환원시키는 기술인데, 촉매 비용이 고가이고 고온반응에 따른 처리비용 또한 높아 큰 난제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가운데 첨단방사선연구소는 최근 방사선을 이용해 미세먼지와 그 원인물질들을 저감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공기나 물에 방사선을 조사하면 수화전자, 수소라디칼, 수산화라디칼 등 반응성이 뛰어난 라디칼들이 다량 생성되어 유해화합물질, 중금속류 등과의 산화·환원 반응을 일으킨다. 특히, 상온·상압 조건에서 매우 단시간 내에 반응이 일어나므로 대용량 처리가 용이할 뿐만 아니라, 2차적 부산물이 생성되지 않는 친환경 클린공정이 가능하다. 방사선 조사를 통한 화학반응으로 미세먼지 원인물질인 질소산화물, 황산화물들을 입자화하여 분리 제거하는 기술은 화학약품 사용을 최소화할 수 있고, 특별한 온도나 압력조건 없이 짧은 시간에 반응하기 때문에 석탄 화력발전소와 같은 대형 사업장의 대용량 배기가스 처리에 매우 실용적이다.
방사선은 미세먼지 원인규명부터 저감기술까지 다방면에 활용가능한 명약이 될 수 있다. 우리가 미세먼지로 매일매일 사투를 벌이는 중에도 방사선기술 분야의 새로운 산업들이 활발하게 기지개를 펴고 있다. 자동차, 선박, 공기청정기, 가습기 등의 전통 분야에서부터 화장품, 의류에 이르기까지 폭 넓은 산업군에 활용되고 있다. 방사선 기술 개발이 현 정부에서 추진하는 일자리 창출에도 크게 기여를 할 수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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