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함 칼럼] 김경수 판결을 정치논쟁으로 모는 이유

[양승함 칼럼] 김경수 판결을 정치논쟁으로 모는 이유
    입력: 2019-02-06 17:55
양승함 前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양승함 칼럼] 김경수 판결을 정치논쟁으로 모는 이유
양승함 前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실형 선고를 받고 구속되자 여당은 공식적으로 "사법농단 세력의 사실상 보복성 재판이다"라고 규탄하고 "사법농단 세력 및 적폐청산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이번 판결을 내린 재판부 등을 응징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이와 같은 재판 불복 선언과 함께 재판부 자체를 부정하는 행위는 철저한 정치적 행위이다. 법적 판결에 대한 법리 논쟁이 아닌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정파적 논쟁에 불과하다.

민주주의가 법치주의를 근간으로 하고 모든 법은 객관적 증거와 형평성의 원칙에 따라 집행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 집행에 있어서 또 법을 해석함에 있어서 정치적 논리를 완전히 배제할 수 없음도 물론이다. 법의 냉정하고 엄격한 적용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온정적이면서 사회정의와 인간성 보호를 위한 정치논리의 적용이 불가피할 때도 있다. 이것이 바로 법정치인 것이다. 그런데 지금 한국의 정계에서는 법정치가 오남용 되고 있다. 그 정도가 지나쳐 무엇이 사회정의인지, 무엇이 정상적 인간 행위인지를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도덕적 기준이 파탄에 이르렀고 법 적용과 그 판결에 대한 반응 역시도 정치적 입장에 따라 제멋대로이다.

법정치의 오남용이 어제 오늘만 있었던 것만은 아니나 최근의 사례들은 그야말로 역설적이고 모순투성이다. 우선 박근혜 대통령 탄핵 사태를 보면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판결에 대해 박대통령을 포함한 지지 세력들은 불법적 위헌적 판결이라고 주장할 뿐만 아니라 헌법재판소 자체를 부정했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다수의 재판관이 박대통령에 의해 임명되었으며 여러 재판에서 친정부적 판결을 했던 것으로 알려 졌다. 판결에 대한 불만과 부인은 충분히 있을 수 있으나 헌법재판소를 부정하는 행위는 국가기관의 근본을 매도하는 행위이다.

촛불시위의 정당성에 힘입어 등장한 현 여권이 당시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드높이 찬양했음은 당연하다. 그러한 여당이 김경수 지사의 구속 판결에 사법부 적폐 세력의 보복 판결이라고 정치적 투쟁을 선언한 것은 대단히 역설적이고 자기당착에 빠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권력을 장악한 정당이 정치적 보복을 당하고 있다는 것이 잘 납득이 가지 않는다. 또 집권 3년차에 이르러 적폐잔존 세력에 의해 재판이 좌지우지 되었다면 그동안의 국정 우선정책인 적폐청산은 실패했다는 것을 자임하는 것이 아닌가. 사상 초유로 전 대법원장을 구속 수사하고 있는 상황에서 관련 재판관의 편파성을 문제 삼는 것은 대단히 옹색한 구실이다.

이와 같이 법리논쟁을 마다하고 정치논쟁으로 몰고 가고 있는 여당의 대응은 김경수 판결이 그만큼 현 정권의 정통성에 중대한 타격을 주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선거에서의 여론조작은 비일비재하나 드루킹사건은 그 규모면에서 그리고 현 대통령의 최측근 중의 한 사람이 연루되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정치적으로 불순한 동기에 의해서 그러한 판결이 나왔다고 몰아 내세워 사건을 은폐 또는 축소하려 한다면 그 역풍은 걷잡을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진실에 기초한 법적 투쟁을 하지 않고 적폐청산의 정치투쟁으로 일관한다면 결국 사법부의 독립성은 심대하게 훼손될 것이며 이에 따른 정부와 여당의 정치적 부담은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사법농단을 바로 잡는 일은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참으로 중요하다. 그것의 궁극적 목표는 법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확립하는 일이다. 그동안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과 같은 사회적 조소가 의미하듯이 법이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에 의해 형평성을 상실해 온 것을 바로 잡는 일은 국민이 진정으로 원하는 바이다. 정치권은 정치이익에 따라 법을 도구적이고 종속적인 것으로 다루는 관행에서 벗어나야 하며, 사법부는 사법부대로 법정치에 휘말리지 말고 법 정의를 확립하는데 혼신을 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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