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삼현 칼럼] 대통령의 `갑질`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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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1-28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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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삼현 칼럼] 대통령의 `갑질`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
문 대통령의 기업관, 부메랑 될 수 있다. 전삼현 칼럼 숭실대 법학과 교수

최근 국민연금의 대한항공 경영참여 여부를 두고 연금사회주의 논란이 많았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이 지난 1월 23일 서울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공정경제 추진전략회의에서 "국민연금은 대기업 대주주의 중대한 탈법과 위법에 스튜어드십코드를 적극 행사해 국민이 맡긴 주주의 소임을 충실하게 이행해야 한다"며 "틀린 것을 바로잡고 책임을 반드시 묻겠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즉, 대통령이 대한항공의 대주주를 교체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물론, 다음날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원칙만 천명했을 뿐 대통령이 나서서 민간기업을 지배하려는 의도는 없다고 해명하기는 했다.

그럼에도 해명 말미에 "주주권 행사의 전제 조건은 대기업·대주주의 중대한 탈법과 위법"이라고 언급하면서 경영진 교체 의지를 재천명한 것이다. 그러나 아직 다툼 중에 있기는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의 구속사유 중 하나가 국민연금의 삼성물산합병 개입의혹인 점을 고려해 보면 대통령의 '갑질' 또한 우려되는 것이 사실이다. 이제 국민들은 대통령의 갑 질과 대기업·대주주의 갑 질 중 어느 것이 더 큰 문제인지를 고민하게 됐다.

세 가지 관점에서 이 문제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첫째는 대통령이 갑질하는 것이 타당한지 여부이다. 둘째는 누구의 갑질이 더 큰 문제인지를 고민해 봐야 한다. 그리고 셋째는 갑질에 대한 책임 추궁의 방법이다. 지금은 누가 뭐래도 국민연금의 지배자는 대통령이다. 국민연금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의 20인의 구성원 중 6명은 대통령이 직접 임명했다. 잔여 14명의 위원도 보건복지부 장관이 위촉했다. '국민연금의 지배자 = 대통령'이라는 공식을 반대할 근거가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대통령과 보건복지부장관 중 그 누구도 국민연금 대상자가 아니라는 점이다. 즉, 이들은 공무원연금수혜자들로서 국민연금과 한 배를 탄 사람들이 아닌 것이다. 대통령이 국민연금가입자들의 수임자로서 갑질하는 것 자체가 부당한 이유다.

다음으로 대통령이 갑질하는 경우 그 파급력이 문제다. 대통령이 갑질을 하면 그가 탄핵 당하지 않는 한 이를 막을 제도적 장치가 전혀 없는 것이 현실이다. 대통령의 갑질에 반기를 드는 순간, 각종 인허가는 물론이고 과징금·영업정지·세무조사 등과 같은 행정벌이나 징역·벌금 등과 같은 형사벌의 제재가 따르게 된다. 또한 이를 계기로 헤지펀드나 국민연금 등과 같은 기관투자가들로부터 경영권을 위협받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대통령의 갑질이 대주주의 갑질하고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더 위험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갑질 한 사람의 책임이다. 현행법상 대주주가 갑질한 경우에는 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법제도적 장치가 많이 마련되어 있다. 당장, 갑 질의 당사자인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있다. 그는 각종 형사소송은 물론이고 민사소송의 피의자 겸 피고인으로서 현재 재판을 받고 있는 중이다. 자칫하면 선대로부터 일궈놓은 경영권을 갑질 하나로 박탈당할 위기에 처한 것이다.

반면에 대통령이 갑질을 하는 경우에는 현행법상 처벌할 근거가 없다. 즉, 국회가 나서서 직권남용으로 탄핵하지 않는 한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것이 현행 법제도인 것이다. 결국, 대통령의 갑질에 대한 책임은 탄핵뿐인 것이다.

다만, 문 대통령이 전임 박 대통령을 국민연금의 지배자였다는 이유로 탄핵시키는 선례를 만든 것은 사실이다. 문대통령도 예외가 될 수 없는 '국민연금의 민간기업 지배구조개입 = 탄핵'이라는 공식이 완성될 수 있다는 의미다. 국가적으로 매우 불행한 일이다. 문 대통령이 국민연금을 통해 민간기업을 지배하겠다는 생각을 바꿔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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