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빈 명지대 미래정치연구소장
![[포럼] 개혁 미적대면 한국당 미래 없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901/2019012802102369660001[1].jpg "[포럼] 개혁 미적대면 한국당 미래 없다")
3년 전 공천 파동을 시작으로 보수의 궤멸을 자초한 자유한국당은 아직도 반성과 변화를 거부하고 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20년, 100년 집권정당 주장이 근거 없는 자신감이 아니라는 것을 더욱 실감나게 한다.
2월 말로 예정된 한국당의 전당대회는 내부 권력쟁탈전 이상의 의미가 없어 보인다.
출마하는 당 대표 후보들의 면면을 보면 새로운 인물이 없다. 자성과 개혁을 위한 치열한 몸부림이 없는 그저 예정된 일상적인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대통령 탄핵의 책임에서 절대 벗어나기 어려운 황교안 전 총리, 옥쇄 공천 파동의 당사자인 김무성 의원, 실체 없는 '샤이 보수'에 기대어 보수의 몰락을 촉진한 홍준표 전 대표, 무상급식 주민투표의 자충수로 서울시장 자리를 내준 오세훈 전 시장은 보수의 개혁과 새로운 통합의 시대를 이끌 적임자로 보기 어렵다. 이들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한국당을 구하고 다가오는 총선과 대선을 승리로 이끌 수 있는 인물이라고 보는 국민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새로운 당 대표의 가장 중요한 책무는 내년 총선을 위한 깜짝 놀랄 공천혁명을 이뤄내 당의 이미지를 쇄신하고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것인데, 이는 보수몰락의 책임론과 구태의 계파정치에 매몰되지 않은 새로운 인물이 아니고는 불가능한 역할이다. 과감한 인적쇄신과 세대교체가 필요한 이유이다. 그나마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이 권력욕을 접고 불출마를 선언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전당대회 관리의 책임을 맡은 심판이 직접 선수로 등판하는 것은 정치를 다시금 희화화하고 당을 조롱거리로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조해주 중앙선관위 상임위원 임명을 둘러싼 한국당의 인식과 대처는 더욱 놀랍고 의아하다.
여당의 대선캠프 출신 인사를 정치중립성과 공정성이 생명인 선관위원 자리에 지명하고 여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임명을 강행한 대통령의 행태도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그 과정에서 국회법에 정해진 절차인 인사청문회를 보이콧해 국민들의 알 권리를 원천적으로 봉쇄한 한국당의 행태는 더욱 놀랍다. 이 때문에 2월 국회 일정을 거부하겠다는 용기 또한 의아할 뿐이다. 식물국회는 어떠한 명분도 정당화 될 수 없다는 것을 여야 막론하고 수차례 경험했다. 맹목적 반대에 집착하는 '강한 야당' 프레임에 갇혀, 국민을 대표하기 위해 국민을 버리는, 반(反)개혁적인 구태는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는다는 것을 아직도 모르는 것일까.
한국당이 선거제 개혁에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것 또한 비난받아 마땅하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당내 의견 수렴을 핑계로 고의적으로 방관하지 말고, 책임감 있고 진중하게 대안을 제시하고 협상에 임해야 한다. 대통령 탄핵과 보수의 몰락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에서 촉발된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대통령과 여당에 과다하게 집중된 권력이 측근에 의해 남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국민투표가 필요한 권력구조 개헌보다는 정치관계법과 국회법 개정을 통해 가능한 선거제 개혁이 더 빠르고 간단한 방법이다. 몇 년 전 중앙선관위가 이미 제시했고 최근 야3당이 제안한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권력과 책임을 공유하는 최선의 대안이다. 지역주의에 기댄 현역의원의 기득권 지키기에 혈안이 되어 시대적 과제인 선거제 개혁은 안중에도 없는 한국당의 모습은 보수 몰락의 반성과 책임을 망각한 것이다.
반(反)개혁적 행태에도 불구하고 한국당의 지지율은 20%대 중반으로 올라섰다. 그러나 지지율은 상대적인 것으로, 문 대통령의 지지도 하락의 반대급부로 봐야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대통령의 국정운영은 칭찬보다는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김병준 비대위 체제가 출범한 이후 한국당의 계파갈등은 그의 주장처럼 약화된 것이 아니라 책임론과 대통령의 인기에 눌려 일시적으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고 본다. 보수 몰락에 대한 자성과 체감할 수 있는 과감한 인물교체 및 세대교체를 이뤄내지 않고는 보수는 거꾸로 퇴보할 것이고 진보정당의 집권은 지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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