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석의 건강수명 연장하기] `죽음의 입자` 초미세먼지

이현석 대한흉부외과학회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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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1-24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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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석의 건강수명 연장하기] `죽음의 입자` 초미세먼지
이현석 대한흉부외과학회 상임이사


미국 중서부에 산으로 둘러싸인 맑고 청정한 시골 마을이 있었다. 1988년 유타주(州) 브리검영대학의 교수인 아덴 포프는 마을 주민으로부터 "아들이 동네 제철소가 가동되면 몸이 아프고 공장이 가동을 멈추면 건강이 회복된다"는 말을 들었다. 호기심이 동한 포프는 호흡기 질환으로 입원한 아이들의 통계를 조사하고는 깜짝 놀랐다. 제철소가 가동되면 입원하는 아이들이 두 배로 늘었고, 가동을 멈추면 입원 어린이가 줄었다. 누가 봐도 제철소에서 나오는 오염물질이 원인이었다. 주범은 먼지였다. 먼지 농도를 조사했을 때 마을 아이들의 입원율과 같은 패턴을 보였다. 특히 지름이 2.5㎛ 이하 초미세 먼지 농도는 입원률과 정비례했다.

이 연구는 그 동안의 환경과학계의 상식을 뒤흔들어 놓았다. 1952년 12월 초 4000명의 목숨을 앗아간 런던 스모그의 주성분이 바로 석탄에서 나온 이산화황이었기에 먼지는 당시 과학자들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미국 환경보호청 데블린 박사는 "입자가, 그것도 크기가 작은 입자일수록 인체에 위험하다는 건 완전히 새로운 발견이었다"고 말했다. 포프 교수가 연구했던 마을은 평소에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대기층이 정체된 상태에서 공기가 매우 맑았으나, 제철소가 가동을 시작하면 오염된 공기가 가두어졌기 때문에 비교 분석이 정확히 이루어질 수 있었다.

이 연구를 계기로 하버드 의대 더커리 박사가 미국 6개 도시에서 15년 간 8000명의 건강 기록을 추적해 초미세 먼지가 폐질환 또는 암, 심장질환을 유발해 사망률을 명백하게 높인다는 사실을 밝혀냈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1997년 미 환경보호청은 세계 최초로 초미세 먼지에 대한 환경 규제를 만들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물체의 크기가 머리카락 굵기의 4분의 1 정도(25㎛)가 되면 사람의 눈으론 볼 수 없는데 초미세 먼지란 그 보다도 10배나 더 작은 지름이 2.5㎛(1㎛는 100만분의 1m) 이하의 크기이므로 당연히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대개의 경우 미세먼지와 초미세 먼지가 같이 증가하는 패턴을 보이고 있다. 또한 미세 먼지인 황사의 경우 그 자체도 해롭지만 황사에 중금속과 몸에 해로운 화학물질이 흡착되어 함께 날라오기 때문에 미세 먼지 또한 문제가 된다.
[이현석의 건강수명 연장하기] `죽음의 입자` 초미세먼지

먼지의 크기가 크면 콧털과 점막에 흡착되어 가래로 배출이 되지만 크기가 작으면 폐포까지 쉽게 도달하여 폐포의 손상을 일으켜 폐 질환을 유발할 뿐 아니라 직접 폐포를 통과하여 혈관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이렇게 혈관에 도달된 미세먼지는 혈액을 통해 전신을 순환하면서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나 뇌혈관에서 염증을 일으켜 협심증이나 뇌졸증을 일으킬 뿐 아니라 면역기능도 감소시킨다. 그 밖에도 임산부의 사산 확률을 높이고 아토피의 원인이 되기도 하며 인슐린 조절 능력을 감소시켜 당뇨를 유발하거나 악화시킬 수도 있다.

캐나다 온타리오주에서 660만 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장기간에 걸쳐 시행된 미세먼지 연구에 의하면 거주지가 차가 많이 다니는 주도로에서 50m 미만 거리일 경우 200m 이상인 경우에 비해 치매에 걸릴 위험성이 12% 더 높은 것으로 보고됐다.

국내에서도 초미세 먼지에 대한 연구들이 있는데 초미세 먼지가 10㎛ 증가하면 모든 종류의 암에서 사망률이 최대 17%까지 증가한다는 보고도 있다. 또한 작년 6월 서울대 예방의학과에서는 우리나라에서 초미세 먼지로 조기 사망하는 사람의 수를 1만2000명으로 추산했는데 사망원인은 뇌혈관 질환이 47.3%, 심장병이 28%, 폐질환 25%인 것으로 추산됐다. 그리고 직접적인 피해 외에도 미세먼지의 노출을 피할 수 없는 가축이나 식물에도 해를 끼쳐 건강하지 못한 가축의 고기를 먹거나 중금속에 오염된 야채를 먹는 2차적인 피해의 가능성도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미세먼지를 측정하는 측정구의 높이가 평균 14미터로 6층 높이에 해당하는 반면 사람들은 주로 도로로 걷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측정치보다 훨씬 많은 미세, 초미세 먼지를 마시는 셈이다. 흔히들 삼겹살을 먹으면 도움이 된다고 하나, 먼지는 폐를 통하여 흡수되는 반면에 삼겹살은 위와 장에서 소화되므로 전혀 도움이 될 수 없다. 외출 시에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실내에서는 공기 청정기를 사용하며 밖에 나갔다 들어오면 손과 머리를 씻어서 손과 머리카락에 묻어 있는 먼지를 제거하는 것이 좋다. 특히 초미세 먼지가 높은 날에는 최대한 야외활동을 자제해야 한다. 먼지가 잘 흡착될 수 있는 재질의 천으로 된 옷은 먼지를 집 안으로 운반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피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먼지와 초미세 먼지의 농도가 대단히 심각한 상황에서는 개인의 노력 만으로는 피할 수 있는 한계가 있으며 직업적으로 야외 활동이 불가피 한 사람도 있다는 점에서 문제는 대단히 심각하다. 따라서 석탄을 사용하는 화력발전과 같은 공해 산업을 억제하고 노후 차량을 대체하며 불가피하게 미세 먼지를 배출하는 경우에는 집진 장치를 통하는 먼지 방출을 막는 등의 산업 구조 전반에 걸친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변화를 유도하는 한편 중국과의 국가적인 협력 강화가 필요하다. 이미 많은 피해를 낳고 있는 초미세 먼지는 잠재적인 위험인 원전보다 훨씬 더 심각한 문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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