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근 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포럼] `코리아 OTT 연합군`에 필요한 것](http://contents.dt.co.kr/images/201901/2019012102102369660001[1].jpg "[포럼] `코리아 OTT 연합군`에 필요한 것")
본격적인 OTT시대에 돌입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전쟁터가 전통 미디어시장에서 인터넷·모바일 시장으로 급속히 이동해가고 있는 것을 확연히 느낄 수 있다. 오랫동안 전통 미디어들을 먹여 살려왔던 광고매출이 급속히 줄어들고 있고, 유튜브의 시장 지배력이 엄청나다는 정도로만 생각했던 것 그 이상이다. 그야말로 방송은 방송이고 통신은 통신이라는 이분법적 고정관념에서 완전히 벗어나야 할 시점이 된 것 같다.
이 같은 패러다임 변화는 국내외에서 벌어지고 있는 통신사업자와 방송·콘텐츠사업자간 인수·합병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AT&T가 HBO, CNN 같은 막강한 콘텐츠를 가지고 있는 '타임워너'를 인수했고, 애플은 잡지계의 넷플릭스라고 불리는 '덱스처'를 인수하고 헐리우드 제작진들도 대거 확보하고 있다. 플랫폼사업자들의 콘텐츠 확보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즉, 플랫폼사업과 콘텐츠사업을 수직적으로 연계하여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한 인수·합병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전에 주로 플랫폼 확장 차원에서 이루어졌던 것과는 맥락이 다르다. 그 이유는 플랫폼 확장을 통한 가입자 확대가 사실상 용이하지 않고 경제적 기대효과도 높지 않은 상태에서 고부가 콘텐츠 전략으로 전환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된다. 또한 5G 같은 고가의 고품질 네트워크시대에 들어서면서 이를 보전할 수 있는 수익모델로 콘텐츠 확보전략을 모색하고 있는 것도 또 다른 이유일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SKT가 선제공격을 취하고 있는 모습이다. 연초 SK텔레컴은 '옥수수'(oksusu)와 지상파방송 3사의 '푹'(Pooq)을 통합해 이른바 '코리아 OTT연합군'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여기에 SKT는 '제로레이팅' 등을 통해 공세적으로 지원하고, 항상 그래왔던 것처럼 한류 콘텐츠를 강화해 글로벌 시장에 도전하겠다는 포부도 밝히고 있다.
주목할 점은 이 같은 연합전략의 가상의 적으로 넷플릭스나 구글 같은 외국사업자들이 거론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작 사업자들 스스로 직접 그렇게 말한 적은 없지만 대부분의 언론기사들은 이들 연합전략이 마치 다국적 플랫폼사업자들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접근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방송시장에 외국사업자들이 진출하는 것에 대해 매우 배타적이었던 우리 과거 역사를 살펴보면 그런 인식도 충분히 이해는 간다.
특히 SKT-지상파방송 연합은 UCC 형태가 아닌 방송용 콘텐츠라는 점에서 넷플릭스를 더 주목하는 것 같다. 그런데 지금까지 넷플릭스의 국내 가입자 규모나 성장속도가 솔직히 그렇게 위협적이지 않고 시장에서의 전망도 별로 긍정적이지 않다. 때문에 솔직히 사업자들이나 전문가들 대부분 냉소적인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경쟁사업자로 그것도 위협적인 사업자로 여전히 인식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 그것은 가입자 시장 즉, B2C 시장이 아니라 B2B 시장에서의 위력 때문 아닐까 싶다. 미미한 국내 가입자에도 불구하고 넷플릭스의 콘텐츠 투자는 위협적인 것이 사실이다. '옥자'에서 시작되어 최근 '미스터 션샤인'에 이르기까지 국내 방송제작시장에 막강한 재원을 투입하고 있다. 때문에 넷플릭스는 가입자를 빼앗아 가는 것이 아니라 하류시장 즉, 제작요소시장을 점령해가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이 부분이 우리 방송사들이 가슴 아파하는 것 아닌가 싶다. 오랜 기간 구축해왔던 제작요소시장이 본격적으로 붕괴되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국내 1위의 모바일 사업자 및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지상파방송 3사의 연합이 위력을 발휘하고 경쟁력을 가지려면 외형 확대가 아니라 제작요소시장을 견고하게 구축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야 할 것이다. 배타적인 콘텐츠 제공으로 방어하려했던 지상파방송과 주요 채널사업자들의 '스마트미디어렙'에도 불구하고 지난 5년간 급성장한 구글과 유투브는 이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어쩌면 CJ ENM과 jtbc 같은 사업자들이 참여하기를 주저하거나 부정적인 이유도 여기에 있을 수 있다.
SKT와 지상파방송 3사의 연합체제가 진정한 '코리아 OTT 연합군'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가입자 확보를 위한 배타적 접근이 아니라 콘텐츠 제작시장을 내실화해 질적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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