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호 칼럼] 김정은의 `兵不厭詐`를 배워라

박선호 정경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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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호 칼럼] 김정은의 `兵不厭詐`를 배워라
박선호 정경부 부장

드디어 제2차 미북 정상회담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 18일(현지시간) " 2차 미북정상회담이 2월 말께(near the end of February) 열릴 것"이라고 공식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방미 중인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의 예방을 받고 면담한 직후에 나온 결과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소위 '친서 외교'가 또 한번 힘을 발휘한 것이다. 2018년 신년사로 경제제재의 '사면초가' 돌파를 시도한 북한은 이제 조금씩 미북 정상회담의 주도권마저 잡아가는 모양새다. 이미 외신에도 조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가 북한의 위상만 높였다고 평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미·중 사이를 파고든 수가 절묘했다고 평한다. 미북정상회담에 앞서 북중정상회담이 반드시 열린다는 패턴을 북한은 만들어 냈다.

이는 중국 '병불염사'(兵不厭詐) 고사의 묘수를 연상케한다. 후한의 안제 때 1만의 서북방 오랑캐 강족의 침입을 수천 명의 병사로 물리친 지역 태수 우후의 이야기다. 우후는 병사들에게 조정의 수만 대군의 지원군이 곧 도착한다고 거짓말을 했다. 우후 군의 사기가 좀처럼 꺾이지 않자, 강족은 지원군 도착을 사실로 믿고 도주한다. 우후는 도주하는 적을 쫓아 쉽게 섬멸했다. 이 과정에서 우후는 이동할 때 밥솥에 더 연기를 피우도록 했다. 궁금해 하는 병사들에게 "멀리서 적이 우리 밥솥 수와 연기로 사람 수를 파악할 것이니, 적을 속이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북한은 북·중 정상회담으로 우후가 노린 두 가지 효과를 톡톡히 봤다. 첫째, 중국의 지원이 있다는 믿음이 각국에 생기도록 했다. 강경했던 대북 제재 연대에 금이 갔다. 둘째, 밥솥의 연기처럼 이 같은 믿음이 확산되도록 했다. 북한이 거짓으로 중국을 이용했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 북중회담은 언제나 모두가 예측했던 수준에서 끝났다. 하지만 결과는 회를 더할 수록 달라지고 있다. 이제 각국은 북한과 중국의 긴밀한 협조가 미북 간 핵협상이 결렬된다고 해도 이어질 것이라 믿고 있다.

이 과정에서 우리 정부는 철저하게 우후의 병사 역할을 담당했다. '한 민족'이란 대의 속에 북한의 핵 폐기 주장을 맹신하고 북한을 압박했던 국제사회 수많은 강족의 마음을 돌리는 데 일조했다. 황당한 것은 그에 대한 우리의 대가다. 전쟁의 위협이 사라져 평화가 정착된다는 것이고, 경제협력으로 새로운 부 창출의 기회가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우리가 진작 지금처럼 북한의 뜻대로 따랐으면 없었을 위협이었다. 보다 나은 안보와 생존의 답을 찾기 위해 대립해왔던 것이다. 우리는 북한 김정은 일가의 영원한 집권을 보장하는데, 때가 되면 정권이 바뀌는 우리의 안정은 누가 보장하는가? 경제협력에서 북한의 제대로 된 대가 지불은 누가 보장하는가? 합리적인 의심들이다. 북한 입장에서 '미국이 약속을 어기면 어쩔 것인가?'와 같은 의심이다. 북한은 중국을 끌어들여 스스로 답을 찾았다. 하지만 우리 정부 누구도 합리적 의심에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종교도 아니고 "민족끼리 믿으라"는 답만 되풀이 한다.

그러는 사이 국제사회에서 우리가 잃은 건 적지 않다. 우리만의 잘못이 아니었는지 몰라도 미국과 전통적 우호 관계에 금이 갔고, 우방 일본과 아예 서로 적대시 하고 있다. 우리 정부의 굴욕적이다 싶을 정도의 수많은 러브콜에도 중국의 '사드압박'은 지속되고 있다.

대의 맹신을 경계하는 중국 고사가 있다. 바로 춘추시대 송나라 양공의 '송양지인'(宋襄之仁) 이다. 춘추전국 시대 송나라는 명분을 좇아 자신보다 강한 초나라 대군과 전쟁을 벌였다. 양공은 전투에서 강을 건너는 초나라를 섬멸할 기회가 있었지만 "적이라도 위급한 상황에 처한 이를 군자가 어찌 공격하랴"라며 참모의 간언을 거부했다. 결국 전쟁은 누구나 예측했듯 송나라의 패배로 끝났다. 당대 각국은 송나라를 비웃었고, 이 고사는 지금까지 전해져 송 양공의 우둔함을 경계하고 있다. 합리적 의심, 바로 국제사회 신뢰의 기반이다. 합리적 의심을 제어할 방법, 답을 스스로 찾아야 신뢰가 가능하다. 소위 '운전자'가 되기 위한 관계의 주도권은 오직 스스로 답을 찾을 때 가능하다. 북한을 보고 배우라!

박선호 정경부 부장 sh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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