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도로위 맹수` 재규어 전기차 I-페이스... 보닛 움푹 파인 이유

입력: 2019-01-20 09:20 김양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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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타임스 김양혁 기자] 재규어가 첫 전기차 I-페이스로 고리타분했던 '영국 신사' 이미지를 내던지고 한 마리 '맹수'를 내놓았다.

지난 18일 인천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재규어 I-페이스를 처음 만나 송도 경원재 엠배서더 호텔까지 편도 45㎞를 주행했다. 약 1시간 정도의 짧은 주행이었지만, 도심에서의 저속주행과 인천대교를 가로지르는 고속주행의 적절한 조화로 성능을 확인하기에는 충분했다.

재규어의 첫 전기차인 만큼 '자존심' 강한 영국차의 고심이 그대로 묻어났다. 성능과 효율이라는 상반하는 요소에 대한 조화의 고민을 '모방의 대상이 될지언정 어떠한 것도 따라 하지 않는다(A Copy of nothing)'는 디자인 철학으로 풀어냈다.

차량을 마주하면 전면부 보닛이 움푹 파인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전면부 그릴로 유입하는 공기를 통과시키는 역할을 한다. 여기에 주행 시 밖으로 노출되지 않는 자동전개식 플래시 손잡이도 공기 저항을 줄이는 데 한몫한다. 이를 통해 I-페이스는 공기 항력 계수 0.29Cd를 구현했다. 통상 승용차의 공기 항력 계수는 0.35~0.4Cd로, 스포츠카가 0.3Cd 정도다.

외관은 주행을 위한 것이었다. 도로 위에서는 한 마리 맹수가 따로 없다. 앞차와의 간격을 벌리기 위해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자마자 차량의 움직임이 급격하게 둔화했다. 마치 사냥을 위해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기는 재규어 같다. 곧이어 가속페달을 밟음과 동시에 목이 뒤처질 정도로 차량이 쏜살같이 튀어 나간다. 차량은 앞뒤로 장착한 전기 모터 2개로 최대토크 35.5kg.m과 최대출력 400마력의 힘을 낸다. 제원상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4.8초다. 가속페달에 조금만 힘을 주면 곧 차량 내 거울로 후미 차량이 점처럼 보이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ADAS(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의 핵심인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주행 중 약 20초간 작동한다. 이는 BMW, 메르세데스-벤츠 등 독일차 업체와 현대·기아차의 차량이 30초 이상까지 유지하는 것과 비교해 적은 수준이다. 아직 도로 위 변수가 많기 때문에 보수적으로 책정해 '맛보기'만 보여주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차 간 간격 조정을 설정해 운전대에 손을 얹고만 있는 것만으로 장시간 주행에서 생기는 피로도를 상당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전기차는 간결하다. 내연기관차와 달리 엔진이나, 변속기가 필요 없다. 내부 역시 불필요한 군더더기를 모두 없앴다. 센터패시아 내에는 10인치와 5인치 크기의 터치스크린을 적용함으로써 불필요한 디자인을 최소화했다. 터치를 통해 조작하지 않는 것은 공조시스템과 주행모드 설정 등 매우 한정적인 수준이다. 사실상 스마트폰 기기를 조작하는 것과 다름없다. 간결함은 곧 개방감으로 연결된다. 전 차종에는 고정식 파노라믹 글래스 루프가 적용된다. 운전석이나 조수석, 뒷좌석 등 어느 곳에서도 탁 트인 하늘을 바라볼 수 있다. 눈부심이나 자외선 걱정은 세라믹 소재를 적용함으로써 덜어냈다.

아쉬운 점은 주행거리다. I-페이스는 유럽 WLTP(국제연비측정표준방식) 기준 1회 충전으로 480㎞까지 주행할 수 있지만, 국내 기준은 333㎞다. 가뜩이나 작년 9월 출시 예정이었던 차량이 인증 문제로 4개월이나 늦어졌는 데 주행거리까지 대폭 줄었다. 올해 국고보조금 최대치인 900만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위안거리다. 차량 가격은 1억1040만~2800만원으로, 국고보조금과 지방자치단체 보조금까지 더할 경우 최대 1900만원의 할인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스포티한 감성을 원한다면 250만원을 더해 퍼포먼스 시트 옵션을 추가할 수도 있다.김양혁기자 mj@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