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은 17일 서울 방배동에 위치한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서 열린 '2019년도 신년 기자단담회'에서, 정부가 미래산업인 제약·바이오를 챙겨야 한다고 주문했다.
원 회장은 정부가 제약바이오산업의 중요성은 인식하고 있음에도, 산업계가 체감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은 부족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최고 정책결정권자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 제약산업이 국가 주력산업임을 선언함으로써 이같은 문제점을 해소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원 회장은 "정부는 2018년 미래형 신산업 중 하나로 제약산업을 꼽고, 이 산업에 대한 지원을 100대 국정과제로 선정하는 등 육성방침을 밝혔다"면서 "하지만 실제 제약산업계의 R&D(연구개발)에 투자된 금액을 보면, 정부 지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8%에 불과하다 "고 지적했다. 이어 원 회장은 "국산 신약에 대한 낮은 성과보상 체계 등으로 인해 정부 지원에 대한 산업 현장의 체감도는 '냉골' 수준"이라 면서 "제약산업은 지식기반 기술집약적 산업인 데, 정부는 이를 규제산업으로 인식해 가격통제 등에 치중해 왔다"고 일침했다.
정부 지원이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업계만 고군분투 하면 국내 제약산업의 성장은 더딜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그는 "업계는 지난 10여년 간 '맨땅에 헤딩'하는 식으로 피나는 노력을 경주해 왔다"면서 "정부는 제약업계에 건강증진 등 사회적 의무를 주로 요구했고 산업 육성 의지는 부족했다. 이로 인해 우리 제약산업은 1400조 세계 제약시장에서 2%도 차지하지 못하는 현실을 마주하게 됐다"고 토로했다.
이같은 악조건에도 국내 제약업계는 그동안 치열한 노력으로 성과를 일궈내고 있다는 설명이다. 원 회장은 "내수·제네릭 중심으로 안주해 온 제약산업이 2000년대 이후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신약·개량신약 연구개발을 본격 추진해 왔다"며 "그 결과 2006년 3500억원 이던 제약기업의 R&D 투자 규모는 2017년 1조3200억원으로 늘었고, 같은 기간 상장 제약사의 매출 대비 R&D 투자 비중도 5%에서 9%로 증가했다"고 강조했다. R&D 경쟁력을 바탕으로, 국내 의약품 수출은 2006년 8700억원 에서 2017년 4조6000억원으로 증가했고, 기술수출 계약은 지난해 유한양행이 거둔 성과를 포함해 4조7500억원에 달한다.
특히 원 회장은 국내 제약산업이 R&D에 적합한 우수 보건의료 인력과 인프라, 임상경쟁력 등에서 강점을 갖고 있는 만큼, 정부가 제대로 된 지원으로 해당 산업의 국부창출 잠재력을 터뜨려 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원 회장은 "국가 간 차세대 성장동력 쟁탈전이 치열한 4차산업혁명 시대에는 정부의 산업정책 방향이 국가 미래를 좌우한다"며 "업계의 지속적인 R&D 투자와 오픈이노베이션 확산, 대통령의 국가주력산업 선언, 글로벌 진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G2G(정부 간 협력) 등의 병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원 회장은 "이같은 노력이 계속될 때 2025년 안에 글로벌 매출 1조원을 벌어들이는 국산 신약이 탄생하고, 2030년 내에 10조원 매출을 올리는 국내 제약회사가 출연할 수 있을 것"이라며 "2035년 내에는 의약품 수출액 100조원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역설했다.
이러한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올해 협회에서는 '민관협치'와 '건전한 산업육성'을 키워드로 내걸고 △AI(인공지능) 신약개발 지원센터 설립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생태계 구축 △신약개발 성과 보상을 위한 약가제도 개선 요구 △글로벌 시장 진출 지원을 위한 산·학·연·병·정 글로벌 진출협의체 가동 추진 △채용박람회 정례화 △ISO 37001(부패방지경영시스템)인증 지속 추진 등을 중점 사업으로 전개할 계획이다.김수연기자 newsnews@dt.co.kr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이 17일 서울 방배동에 위치한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서 열린 '2019년도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