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중국전 2-0 승리…조 선두로 16강 진출
중국 매체들 "손흥민이 두골 창조…경기장 빛났다"
차범근 출전 경기부터 내리 이겨…19승 13무 2패
중국 매체들 "손흥민이 두골 창조…경기장 빛났다"
차범근 출전 경기부터 내리 이겨…19승 13무 2패
중국 축구대표팀이 한국에 완패당하자 중국 매체들은 17일 이같은 표현을 쓰며 민감하게 반응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17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의 알 나얀 스타디움에서 열린 조별리그 C조 최종전에서 중국을 상대로 2-0으로 승리했다.
조별리그를 3전 전승(승점 9) 무실점으로 마친 대표팀은 C조 선두로 16강에 나서게 됐다.
이날 경기에서도 벤투 감독의 선수 기용카드가 빛을 발했다. 특히 손흥민은 지난 14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경기에 풀타임을 뛴 후 사흘도 되지 않아 중국전에 투입하는 건 무리로 보였다.
그러나 벤투 감독은 키르기스스탄과 2차전 때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섰던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을 대신해 손흥민을 선발 명단에 올렸다.
"위험 부담이 따르겠지만 공격적으로 경기해서 승점 3점을 따겠다"고 선언했던 벤투 감독의 승부수였다.
두 골 모두 손흥민(사진)의 발끝에서 시작됐다.
손흥민은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서 중국 수비진을 흔들었다. 손흥민은 중앙은 물론 최전방과 좌우 측면까지 종횡무진 파고들어 중국 수비수의 견제망을 허물었다.
손흥민은 전반 14분 김문환(부산아이파크)이 오른쪽 측면에서 연결한 볼을 받아 중앙으로 들어가는 과정에서 상대 수비수 시커의 파울로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키커로 나선 황의조는 감각적인 슈팅으로 첫 골을 완성했다.
후반 시작 6분만에 터뜨린 두 번째 골도 손흥민의 발끝에서 시작됐다. 손흥민의 날카로운 코너킥이 골대 정면으로 배달되자 김민재가 헤딩슛으로 골대 안에 꽂아 넣은 것.
한국팀이 압도적인 경기력을 자랑하자 중국의 신랑(新浪)스포츠는 "국가대표팀이 아쉽게도 한국전에서 승리를 맛보지 못했다. 공한(恐韓)은 최후의 벽이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공한증은 중국 남자 축구팀을 떠나지 않는 그림자"라며 "지난 40년간 중국팀이 한국팀을 이긴 것은 단 3번뿐"이라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이어 "마르첼로 리피 감독이 대표팀을 맞은 이후 중국은 한국과 두 번 싸워 1승 1무로 무패의 기록을 냈지만 리피의 '신비'는 더는 나타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신랑스포츠는 이날 경기에서 한국팀이 점유율, 슈팅 수 등 전반적으로 경기를 완벽히 지배했다고 평가하면서 점수 차는 중국과 한국 사이의 실력 차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중국 팬들의 실망감도 컸다.
'산싸오예***'라는 아이디를 쓰는 누리꾼은 "정신력, 기술, 신체, 속도, 패스 능력 등등 수준 모두에서 상대방에 뒤떨어졌다"며 "일본과 한국은 아시아 일류지만 국가대표팀은 삼류, 사류"라고 힐난했다.
이날 경기의 핵심인 한국팀의 캡틴 손흥민에 대한 찬사도 쏟아졌다. 중국 공한증의 중심엔 손흥민이 있었다.
펑파이(澎湃)는 "영국에서 막 돌아온 손흥민은 패널티킥을 만들어내고 득점으로 이어진 코너킥을 찼다"며 "'아시아 최고'의 본색을 보여줬다"고 극찬했다.
텅쉰(騰迅·텐센트)스포츠도 "손흥민이 두 골을 창조해내며 전 경기장에서 빛났다"고 그를 집중 조명했다.
그동안 한국대표팀은 중국만 만나면 승승장구했다.
한국은 무려 32년 동안 중국전에서 무패행진을 이어갔다. 이 기간에 27전 16승 11무의 성적을 기록했다.
한국 축구대표팀이 중국과 첫 공식 A매치를 펼친 것은 1978년 12월 17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방콕아시안게임 본선 무대였다.
당시 대표팀은 후반 2분에 나온 에이스 차범근의 결승 골로 중국을 1-0으로 물리쳤다.
오랜 세월 동안 승리하지 못하다 보니 중국 선수들은 한국을 만나면 지나치게 긴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과 중국 언론은 이를 '공한증'이라 불렀다.
그러나 2010년을 기점으로 '공한증'이라는 단어도 서서히 힘을 잃었다. 한국은 2010년 2월 10일 도쿄에서 열린 동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에서 중국에 사상 첫 패배를 기록했다. 충격적이었다.
가장 최근 맞대결을 벌였던 2017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첫 경기에서는 2-1로 리드하던 후반 31분 위다바오에게 동점 골을 내줘 2-2로 비겼다.
한국은 2010년 이후 6번의 중국 A매치에서 2승 2무 2패를 기록했다.
한국 대표팀은 이번 경기에서 승리를 거둬 잊혀져가던 공한증이란 단어를 부활시켰다. 이날 승리로 한국은 중국과의 상대 전적 19승 13무 2패를 기록했다.
16강 대진표는 18일 오전에 가려진다.
김광태기자 kt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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