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 좋다`만 말고 難題 해결의지 보여야 국제사회 신뢰"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에게 고견을 듣는다]

정부·기업·국민 모두 지금은 어느 때보다 위기의식 가져야 할 때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에게 고견을 듣는다]
靑의 '기업인 초청 대화' 좋은 일이지만 립서비스로 끝나선 안돼
노동·규제개혁 없인 절대 성장어려워… 이제라도 개혁 가속도내야
파일럿, 예상루트에서 난기류 만나면 궤도수정… 정책도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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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경제 좋다`만 말고 難題 해결의지 보여야 국제사회 신뢰"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에게 고견을 듣는다]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前 금융위원장

박동욱기자 fufus@


[]에게 고견을 듣는다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前 금융위원장


새해 들어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조였던 통화정책을 다시 돌아보기 시작했다. 미국을 위시한 세계경제가 수축기로 접어드는 게 아니냐는 보고서와 진단이 작년 말부터 쏟아진 후였다. 미 연방준비제도(Fed) 제롬 파월 의장은 "경제를 지켜보면서 인내심을 가질 것"이라고 했다. 매파적 모습을 보이던 파월 의장이 갑자기 비둘기로 변했다. 재닛 옐런 전 연준 의장까지 가세해 지난 12월 인상이 마지막 금리인상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을 했다. 마치 통화정책을 급반전시키기 위해 '짜고 치는 고스톱'같은 양상이 전개됐다. 전망이 모두 어두우니 통화 완화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확산되자 외려 올해 경제가 좋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형편이다. 경제정책은 야누스 속성을 갖는다고 하지만 요즘처럼 국내외 경제를 둘러싼 정책들이 종잡을 수 없을 때도 흔치 않았다. 이런 국내외 경제의 불확실에 대해 고견을 듣고자 이명박 정부 금융위원회 위원장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을 지냈고 노무현 정부에서는 국제금융대사로 활약했던 세계경제연구원 전광우 이사장을 만났다. 전 이사장은 우리 경제가 올해 낙오하지 않고 '부활'하려면 단도직입적으로 두 가지를 하면 된다고 밝혔다. 하나는 규제개혁이고 다른 하나는 노동개혁이다. 이 두 가지만 제대로 하면 한국경제는 잠재성장률을 올릴 수 있고 그 이상 성장할 수 있다는 말이다.



대담 = 이규화 논설실장

마침 전 이사장의 세계경제연구원은 인터뷰가 있던 전 날(15일) 올해 첫 초청강연회를 가졌는데, 세계적 경기예측 전문가 앨런 사이나이(Allen Sinai) 디시전이코노믹스(Decision Economics) 대표가 한국경제에 희망적인 분석을 내놓았다. 경상흑자가 이어지고 재정건전성이 좋은 한국은 올해 3.0% 성장을 할 수 있다고 진단한 것이다. 세계적 경기예측 전문가의 발언은 모처럼 듣는 한국경제 희망의 빛이었다. 전광우 이사장은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문제를 이해당사자들과 국민이 이해하고 함께 해법을 찾는 노력을 한다면 3.0% 성장도 희망고문이 아니라는 말이다. 전 날 새벽부터 행사를 준비하느라 바쁜 하루를 보냈을 전 이사장을 아침 일찍 방문한 것이 송구했다. 피로감이 없지 않을 터였지만 언제나처럼 전 이사장의 모습은 활기 넘치고 댄디했다.

-어제 조찬 강연회에서 사이나이 대표가 한국 경제에 매우 희망적인 진단을 했습니다.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얘기를 했어요. 끝에 잠깐 얘기한 것이라서 맥락을 조금 조심해서 봐야 할 것 같아요. 3.0%는 높은 전망이라서 저도 놀랐습니다."

-국민들이 좋아할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정부가 반겼을 거 같아요. 혹 감사하다는 전화를 받으시지 않았습니까.(크게 웃음) 그런데 사이나이 대표가 근거 없는 말을 하지 않는 분 아닙니까.

"사이나이 박사는 과거 20~30년 통계를 보면 경기 예측에서 가장 정확하게 본 분 중 한 분입니다. 전 세계 경제예측가들 가운데 에코노매트릭스라고 하는 수량적 분석을 통해 경제가 어떻게 될 것인지 예측하는 전문가 중에 가장 신뢰도가 높은 사람 중 한 분입니다. 예측의 정확성에 있어서 높은 평가를 받는 분이지요. 어제 긍정적인 얘기를 했는데, 요즘 분위기와 너무 다르다 이렇게 폄하할 일은 아니라고 봐요. 나름의 시각이 있기 때문이지요."

-미국 경제도 매우 긍정적으로 봐 우리 수출에도 희망을 갖게 하는 것 같습니다.

"감세효과가 핵심 포인트 중 하나입니다. 일반적인 재정지출, 가령 인프라 투자나 복지 지출 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것보다 감세가 경기부양효과가 강하다는 겁니다. 지속적으로 감세정책이 이어지기 때문에 그 효과가 상당히 클 거다 이렇게 본 것 같고 상당히 근거가 있습니다."

-우리는 그런 감세정책을 언감생심 바랄 수 없겠지요.

"어떤 정부이든지 지향하는 가치, 철학, 국정운영의 목표 이런 것이 있지 않겠습니까. 그 정부는 또 국민들이 선택한 거고요. 그렇게 봤을 때 현 정부에서는 당연히 취약계층에 대한 복지지원, 양극화에 대한 정부의 역할 등을 생각할 거고 이런 것을 하기 위해서는 세수를 당연히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볼 겁니다. 또 소득양극화를 염두에 둔다면, 가진 사람들이 사회적 책임과 비용을 충분히 부담하지 않고 있다는 시각을 갖고 있을 테고요. 또 기업도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차이가 있는 상황에서 감세는 쉽지 않을 겁니다."

-제한적이지만 법인세는 오히려 올렸습니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이 법인세를 인하하는 흐름에서 우리만 올린 것은 아쉬운 대목입니다. 상대적으로 우리 경쟁력이 약화되는 요인이라고 봐야 하겠지요. 정부의 정책과제와 기조가 있을 수 있지만, 문제를 좀 달리 봐야 합니다. 예를 들어 파일럿에 비교할 수 있다고 봐요. 예상 루트에서 안 좋은 기류를 만나면 궤도 수정을 하는 것이 파일럿의 책임입니다. 용기있는 판단이고요. 지금 대내외적 경제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이라면 소득주도성장 등 정부의 기본 경제 전략을 궤도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기업 활력이 살아나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내도록 해야 하죠. 그것이 현 정부가 갖고 있는 가치나 철학하고 상치된다고 생각지 않아요. 왜냐하면 파일럿의 목적은 승객을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모시는 것이거든요. 중간에 궤도 안 바꿔 위험에 빠뜨리는 게 좋은 파일럿이 아니지요. 우리 정부도 좀더 유연성을 보여야 한다고 봐요. 너무 경직된 정책은 민생에 도움이 안 됩니다."



-올해 세계 경제는 불확실성이 큰 해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은데요.

"바로 오늘 새벽에도 영국의회에서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합의안이 부결됐는데요, 유럽 뿐 아니라 세계경제에 적잖은 영향을 줄 겁니다. 영국이 우리와 직접적 교역량이 많지 않더라도 세계 통상 관계에서 혼란이 예상됩니다. 이밖에 지금 차관급 협상이 진행 중인 미중 무역분쟁 문제가 있고요, 중국 자체적으로도 엄청난 부채 문제를 안고 있어요. 신흥국 금융시장 불안도 언제든 다시 불거질 수 있어요."

-지금 우리 경제가 "위기다 아니다"라는 논란이 있는데요.

"올해 전반적인 전망은 세계적으로도 그렇고 재작년 작년보다 좀 안 좋을 것이라는 게 지배적이죠. 그러나 전망이라는 것은 항상 에러가 생기기 마련이니까 꼭 집어서 얼마나 나쁘다 이렇게 말하기에는 어폐가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경기 추세입니다. 지난 1년보다 성장이 둔화된다는 시그널이 강한 건 사실이잖아요. 주요 경제지표들이 악화하고 있는 것도 분명하고요. 지금 이 상황이 경제 위기냐 아니냐 하는 것은 논란의 소지는 있다고 봅니다. 그것은 위기를 어떻게 정의 내릴 것이냐에 따라 달라지겠죠."

"`우리 경제 좋다`만 말고 難題 해결의지 보여야 국제사회 신뢰"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에게 고견을 듣는다]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前 금융위원장

박동욱기자 fufus@


-경제주체들이 어떻게 마음을 먹고 대처하느냐에 따라 다르다는 건가요.

"위기 논란은 소모적이고 생산적이지 않아요. 핵심 포인트는 우리가 어느 때보다도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정부도 그런 자세를 갖는 것이 시장과 투자자들에게 오히려 믿음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2008년 금융위기 때 금융위원장을 하면서 해외투자지들에게 국가 경제상황 등 소위 IR를 많이 했는데, 크게 느꼈던 것 중 하나가 우리 경제가 좋다는 식의 말을 하는 것이 투자자들이나 국제사회에 신뢰를 주지 못한다는 겁니다. 왜냐하면 그 사람들이 듣고 싶은 것은, 지금의 어려움을 진솔하게 얘기하고 우리도 그런 문제를 진지하게 인지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이며 어떻게 해소해나가겠다는 의지거든요. 마찬가지로 현재 경제가 어려움에 처해 있는데 국민들에게 좋다고 말하는 것은 국민들이나 시장을 안심시키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정책 전환의 필요성이 있지 않나요.

"양면적이예요. 저도 길지 않는 기간이지만 시쳇말로 '어공'(어쩌다 공무원)을 하지 않았습니까. 공직자 입장이 되면 어렵다는 말을 하는 것이 조심스러울 때가 있어요. 자칫 위기의식을 갖고 있다는 것이 위기를 확산시킨다고나 할까, 시장이나 국민들을 더 불안하게 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안 할 수 없습니다. 그런 부분은 이해를 해야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또 한편에서는 지금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것은 사실 아닙니까. 새해 들어 우리가 믿었던 수출도 둔화되고 있지요,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 증가세가 확연하게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고 고용의 문제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고요. 거기다가 기업투자라든지 소비도 위축되는 상황이라면 기업 활력 제고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 바림직하다고 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5개 기업그룹 총수를 비롯한 기업인들을 초청해 청와대에서 대화를 가졌습니다. 기업들이 여러 가지 제안을 했다고 합니다.

"그런 자리 자체는 환영할 일입니다. 많은 소통이 이뤄지고 기업 현장의 애로를 대통령이 경청한다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현장에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는 겁니다. 정책이 기업, 국민 모두에게 피부에 와닿는 실질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립서비스로 끝나서는 안 되지요."

-사이나이 대표의 말씀을 다시 여쭙겠습니다. 참 희망적인 전망을 했는데요, 특히 미국 경제에 대해 일반적 경제 전문가들과 좀 다른 시각인 거 같습니다.

"요즘 IMF, 세계은행, OECD를 포함해 세계적 투자은행들의 보고서들이 전반적으로 안 좋은 전망을 해서 우리가 최근 어두운 얘기에 익숙해 있었던 차에 희망적 얘기를 한 것이 주목을 받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제시한 근거들이 설득력이 있어요. 특히 미국 경제는 상당히 견고한 경기확장세를 유지할 거로 보고 있는데 근거가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감세정책을 통한 경기부양효과가 강하게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고 경제성장을 위축시킬 수 있는 연준의 급격한 금리인상이 본래 우려했던 것보다는 줄어들지 않겠느냐는 것이죠. 당초에는 세 번 또는 네 번 금리인상을 예측하는 사람이 많았는데, 지금은 한 번 두 번 정도로 예측을 하고, 어떤 경우는 한 번도 두고 봐야 한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분위기가 바뀌었어요. 통화정책 면에서도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고 든 것이죠. 여기에 재정 효과에 고용에서도 거의 완전고용에 다다라 있다는 거죠. 그런 와중에도 인플레이션 요인이 크지 않다는 것이 또 특별하죠."

-언뜻 봐도 연준이 금리 인상을 밀어붙여서는 안 되는 상황인 거 같은데요.

"이러한 미국 경제의 상황은 전통적인 경제학적 분석하고는 좀 다른 면이 있는데, 그 근거로 제시되고 있는 것이 근년에 들어와서 노동생산성이 많이 늘어났다는 겁니다. 생산성이 늘어나니까 고용이 늘어나도 바로 그것이 비용이나 물가 상승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대부분의 주요 중앙은행들이 2% 인플레이션을 타깃으로 삼고 있는데, 미국 인플레이션이 그 범위 안에서 유지될 것으로 보는 것이죠. 연준으로서는 추가적인 금리인상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해석입니다."

-또 다른 주요 경제국인 중국의 올해 경제를 이사장님은 어떻게 보시나요.

"중국에 대해서는 우려가 있습니다. 다만, 중국이 지금 그림자 금융 등 부채문제에다 최근에는 소비도 줄어들고 있거든요. 작년 한 해 추정치를 보면 1990년 이후 그러니까 근 30년 동안 처음으로 자동차 판매가 줄어드는 해로 기록될 거라고 하잖아요. 그만큼 소비 위축이 상당히 심각하지 않느냐 생각합니다. 닥터 사이나이 같은 분도 그렇게 보고 있고요. 다만, 중국은 통제경제 아래서 경제문제 제어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 변수이긴 합니다. 최근에 인민은행이 지준율 인하 등으로 돈을 푸는 방향으로 가고 있어요. 이것은 최근까지 세계적인 추세에 매우 예외적인 움직임입니다. 대부분의 나라들이 긴축 또는 동결을 유지하고 있거든요. 중국 정부가 위기적 상황을 인식이 맞고 위기 타개 노력이 기울인다고 봤을 때 경착륙 시나리오까지는 생각 안 합니다."

-중국의 올해 GDP 성장률 전망치가 6% 정도로 보는 것 같아요.

"그 이하까지 점치는 경우도 있지요. 그런데 사실 6% 정도도 높은 편입니다. 그런데 성장률이라는 것은 아까도 언급했지만 추세가 중요해요. 사실 중국은 얼마 전까지 두 자릿수 성장을 하던 나라 아닙니까. 하지만 1인당 GDP(2017년 말 기준 8800달러)를 보면 중진국 수준이죠. 우리나라도 1인당 GDP가 중국 수준이었을 때는 지금 중국보다 더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거든요. 그런 면에서 볼 때 중국의 6% 성장은 경고 시그널일 수 있습니다. 심지어 그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있거든요. 그만큰 불확실성이 중국경제에 드리웠다고 봅니다."

-중국 성장률 하락은 한국경제에도 파급력이 클 텐데요.

"우리 수출의 4분의 1을 점하고 있는 중국 경제가 위축되면 당연히 우리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죠. 미국과 합쳐 수출의 40%를 차지하는 우리의 주요 수입국이죠. 자동차 같은 내구재나 사치품 등이 벌써 수요가 줄고 있고 세계적으로 이미 영향을 받고 있어요. 유럽 명품 브랜드들의 매출이 많이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뭐 당연한 얘기겠지만, 우리의 대중 수출 의존을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급성장 중인 베트남과 인도 시장을 좀더 밀착해 개척해야 한다고 봐요. "

-아까 세계경제 불확실성에 브렉시트가 주요 변수라고 말씀하셨는데, 그에 대비를 해야 하지 않습니까.

"오늘 새벽에 계속 외신이 답지하는 것을 봤거든요. 압도적 표 차로 부결이 됐어요. 그만큼 앞으로 어떻게 진행이 될 것이냐, 소위 '노 딜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는 거 아니냐, 다시 국민투표를 해야 하는 거 아니야 하는 얘기가 나오고 있어서 향후 추이를 전망하기가 쉽지 않아요. 그러나 한 가지 유념해야 할 것은, 우리가 미중 통상마찰에 대한 관심이 많은데 반해 브렉시트는 우리와 멀리 떨어져 있어서 가볍게 보고 있어요. 사실은 그 파괴력은 적지 않다고 봐요. 영국 시스템의 문제로 끝나는 게 아니라 EU 시스템 전반에 걸쳐 영향을 주거든요. 파열음을 키우는 방향으로 가게 되면 기존의 리스크 요인들 예를 들어 미중 무역분쟁, 트럼프 리스크, 신흥국 위기 리스크 등과 상승 작용해 상당히 글로벌 파장이 클 것이라고 봐요. 우리가 예의주시하고 대외 리스크 관리에 더욱더 초점을 맞춰야 된다고 봅니다."

-장관님 금융위원장을 하실 때도 글로벌 금융위기로 참 어려울 때였지요.

"2008년과 지금은 질적으로 좀 차이가 있어요. 2008년은 단기 유동성 위기로 촉발된거죠. 리먼브러더스 파산이라는 충격이 전 세계로 확산이 된 겁니다. 소위 위기의 스필오버(spill over) 효과 직격탄을 맞은 거죠. 1997년 IMF 외환위기 때도 외화유동성 위기였고요. 이런 단기 유동성 위기에 대한 대처는 우리가 상당히 잘 하는 것 같아요. 응급실에 쫓아가고 조치를 하는 것은 우리가 강합니다. 당면한 위기에 대해서는 국민적인 컨센서스를 모으기가 쉬운 편입니다. 왜냐하면 누구나 체감하는 위기니까요. 정책 수립이나 집행에 탄력이 붙는 환경이 돼죠. 반면 작년부터 올해로 이어지는 경기침체는 경제에 활력이 떨어지고 잠재성장력이 하락하는 위기거든요. 국제기구들은 우리가 10~20년 안에 거의 제로 퍼센트의 잠재성장력으로 갈지도 모른다는 경고를 하고 있어요. 특단의 대책이 없으면 이런 구조적 위기상황으로 갈 수 있는 상황입니다. 몸으로 따지면 만성질환인 셈이죠."

-만성질환은 자각하는데 시간이 걸려 치료하는게 쉽지 않다는 말씀인가요.

"일단 국민적 컨센서스가 쉽게 이뤄지기 어려워요. 왜냐하면 이해상충 문제가 있어요. 구조적 만성질환 위기를 극복하는데 필요한 것은 우선 과감한 구조조정이 필요하고 체질개선을 위한 투자가 필요합니다. 여러 가지 상황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체질 변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경제가 가라앉는다는 데 대한 문제의식을 갖기가 힘들어요. 이럴 때는 리더십이 중요합니다. 이런 문제는 정책집행자, 제일 위로는 대통령으로부터 이런 문제에 대한 확실한 인식, 정책집행 의지, 대국민 메시지를 분명히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위기극복에 동참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죠. 결국은 잠재성장률을 올리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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