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회장님의 워라벨 점수는 몇점인가요?"(직원). "음…꽝입니다. 60점 정도 될까요. 제가 그렇다고 해서 여러분까지 그렇게 일하라는 건 절대 아닙니다. 그렇게 말하면 꼰대죠."(최태원 SK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직원 등 구성원과 사회의 행복을 키워나가기 위한 '100번의 행복토크' 소통 행보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13일 SK그룹에 따르면 최 회장은 지난 8일 서울 서린사옥에서 점심시간을 이용해 1시간 30분 가량 구성원들과 행복토크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그룹의 콘트롤타워 격인 SK수펙스추구협의회를 비롯해 SK이노베이션 등 서린사옥 내에서 근무하는 직원 300여명이 참석했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현장에서 구성원들이 질문이나 의견을 즉석에서 올리면 이에 최 회장이 답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최 회장도 구성원들에게 의견을 묻는 등 틀을 깨는 파격적인 소통을 했다.
최 회장은 화려한 색상의 양말을 선보이며 "이렇게 양말 하나만 변화를 줘도 주변에는 뭐라고 할 수 있겠지만, 본인 스스로 행복 창출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일이 있으면 주저하지 말고 자발적으로 추진해달라"며 농담 섞인 말투로 분위기를 이끌었다.
그는 이어 "업무 현장에서 생기는 불편과 애로, 각자가 느끼는 불합리는 대화와 소통, 제 3의 대안을 찾는 방식으로 간극을 줄여야 한다"며 "이런 솔루션은 구성원들 스스로도 함께 고민하고 디자인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또 "우리가 추구하는 행복이 외부의 이해관계와 상충한다는 선입견을 갖지 말자"며 "외부의 이해관계를 반영하고 함께 공유, 공생하는 방안을 찾아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자리는 사전 각본 없이 진행됨에 따라 격의 없고 솔직한 대화가 오갔다고 SK 측은 전했다. 넥타이를 맨 정장 차림의 참석자도 거의 없었다.
아이 셋을 둔 남자 직원이 "남성 육아휴직을 더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은 뭔가요"라고 묻자, 최 회장은 "여러분, 애 셋 아빠에게 일단 박수!"라며 박수를 보내고서는 "육아와 일을 모두 챙길 수 있는 좋은 상품을 함께 고민해 만들어 봅시다"라고 답했다.
민감할 수 있는 질의응답도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한 구성원이 "팀원이 팀장을, 팀장이 임원을 택해 일하는 인사제도 도입은 어떠겠느냐"고 질문하자, 최 회장은 "장단점이 있을 수 있겠지만, 그런 류의 과감한 발상을 하는 퍼스트 펭귄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본다"고 답했다.
행사 마지막에 최 회장은 행사장 바닥에 앉아 있던 구성원들 옆으로 자리를 옮겨 기념 촬영도 했다.
앞서 최 회장은 지난 2일 그룹 신년회에서 올해 임직원을 100차례 이상 만나겠다고 밝힌 바 있으며 지난 4일 SK㈜ 구성원들과 '100번의 행복토크'를 시작했다. 당시 신년회도 별도의 신년사 없이 주요 관계사 CEO(최고경영자)가 패널로 참여해 사회 공동체 구성원의 행복을 주제로 대담·토론하면서 최 회장이 마무리 발언을 하는 형식으로 진행했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최태원 SK회장이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열린 '행복 토크'에서 구성원들과 행복키우기를 위한 작은 실천 방안들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