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기술發 `사회적 신뢰`, 불가능하지 않다

이경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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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1-09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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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기술發 `사회적 신뢰`, 불가능하지 않다
이경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지난해에도 사이버공간에서 많은 개인정보 유출사고가 발생했다. 5000만명의 개인정보가 털린 페이스북 해킹사고에서부터 천명에 가까운 탈북민 개인정보 유출사고에 이르기까지 국내외 구분없이 지역과 방식에 치우치지 않고 다양한 침해사고가 일어났다. 정부에 접수된 개인정보 유출신고 건수를 기준으로 2017년 대비 약 2배에 달한다. 최악이었던 2014년 카드대란 사태 때보다도 많다.

개인정보를 탈취하고자 하는 이유는 개인정보가 돈이 된다는 것에 기인한다. 개인정보를 확보하면 해당 고객의 성별을 식별할 수 있고, 사는 동네를 알 수 있고, 지출 규모, 선호하는 쇼핑 상품, 자주가는 상권, 선호하는 음식 종류도 알 수 있다. 이러한 정보를 확보하면 적절한 광고를 고객의 구매 시점에 근접해 제공함으로써 광고주의 매출을 일으키고 이 때 발생하는 수익을 통해 다시 광고비에 지출하도록 하는 순환고리가 탄탄하게 작동하고 있다. 범죄에도 활용된다. 보이스 피싱, 장터 사기 등 각종 인터넷 범죄에 이용된다. 초기에 범죄 대상자를 제압하여 공황 상태에 빠지게 함으로써 범죄를 완성한다. 개인정보는 정치 현장에서도 유용하게 사용된다. 특히 선거 시즌에는 유권자의 투표 성향 등을 파악해 부동층을 공략하는데 이용하며 유권자 분석 데이터베이스를 확보한 선거캠프는 매우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된다.

결국 개인정보를 활용하고자 하는 궁극적 목적은 대상이 되는 개인이 공격자가 의도한 행동을 하도록 하는데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가짜뉴스가 판을 치고 있다. 이러한 가짜뉴스의 생산, 유통 및 소비는 유투브를 통해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유튜브의 시장점유율은 작년 모바일 동영상 앱 부문에서 90%에 육박하고 있다. 가짜뉴스를 동영상으로 제공하는 현상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동영상 플랫폼을 통한 정보전달은 종이에 쓰인 글 또는 그림으로 전달되는 정보나 문자 메세지, SNS를 통한 정보 전달 등에 비하여 전달력이 최소 열배에서 수백배에 이른다. 이를 구독하거나 시청하는 행태는 동영상 제공 플랫폼에서 인공지능 기술등을 활용하여 분석되고 있으며, 지속적인 소비가 가능하도록 개인에 맞는 동영상이 추천되고 상기되고, 고착되도록 한다. 특히 인간의 본능을 자극하는 요소들, 즉 경쟁, 갈등, 성욕 등이 가미되어 개인에 최적화 된 맞춤형 콘텐츠가 24시간 내내 반경 0.5 미터 내에 항상 존재하는 스마트폰을 통하여 제공되는 것이다. 이러한 플랫폼 위에서 매우 적은 비용으로 특정 개인 또는 무리에게 공격자의 목표에 부합하는 행동을 유발할 수 있게 할 수 있는 것이 '영향력 공격'이라고 알려진 사이버 공격이다. 이런 공격 사례 중 대표적인 것이 지난 미국 대선 과정에서 밝혀진 러시아 해킹 스캔들이며 국내에서도 유사한 건이 드러나고 있다.

정보를 보호한다는 것은 무엇을 목적으로 해야 하며 어떻게 행해져야 하는가? 무척이나 근본적인 질문인 것 같지만 이러한 의문에 답할 수 없다면 시민들과 조직이 진정한 행동을 하도록 설득하기 어렵다. 지켜야 할 것이 있을 때 자물쇠를 사는데 지갑을 열 수 있는 것이다. 지켜야 할 대상은 정보다. 지킨다는 것은 개인정보나 비밀정보가 유출되는 것을 막는 것 뿐만이 아니라 유투브에 있는 정보가 가짜정보가 아닌 진짜로 만드는 것도 포함될 것이다. 정보를 지키는 이유는 신뢰를 유지하기 위함이다. 신뢰는 사람들 간에 존재하는 기대되는 특징 중의 하나이며 이런 것들을 모아서 사회적 자본이 형성된다. 국가별 사회적 자본의 수준에 대한 조사에서 우리나라는 OECD 평균보다 낮게 나타난다. 그에 따르면 신뢰의 폭 영역에서는 오직 소수의 사람만 믿음으로 측정되었고, 신뢰의 질 영역에서는 타인이 나를 이용하고 있음으로 측정되었다. 정치효능감에서는 정부에 대한 영향력이 없음으로 측정됐다. 사회적 신뢰에서 폴란드보다 약간 못하고 불가리아 보다 조금 높은 수준이다. 가짜뉴스로 대변되는 영향력 공격이 사회적 자본을 무너뜨리는 원인의 전부는 아니지만 가짜뉴스를 억제하며 진실이 보편화 되도록 자정하고 교류하는 문화가 기술적 뒷받침 속에서 형성될 수 있다면 사회적 자본을 보다 높은 수준으로 끌어 올리는데 기여할 것이다.

2019년에는 근본적으로 취약한 사회적 자본 위에서 2020년 총선을 앞두고 많은 정치 캠페인이 있을 것이다. 유권자가 특정한 후보를 선택하는 의사결정을 하도록 많은 정보가 전달되고 개인이 속한 커뮤니티에 유통될 것이다. 최근의 정치 캠페인의 트렌드를 보면 첨단 정보기술이 사용되는 것을 알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동영상 플랫폼을 이용한 가짜 뉴스 보급,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한 뉴스 왜곡과 유통, 이를 위한 대용량 클라우드 컴퓨팅 파워의 활용 등이다. 하지만 이에 대응하는 공공의 자원과 문화 및 대처역량은 과거의 형식에 머무르고 있다. 따라서 선악과 정의의 관점을 넘어서 볼 때 기술을 장악하고 제대로 방향을 조정할 수 있는 집단만이 캠페인에서 승리할 것이다. 지금 유권자의 표심을 정하는 요인은 이념이나 공약 같은 거대한 담론이 아니다. 캠페인 동안의 각 사건에 대한 관점과 이를 프레임으로 형성해서 의사결정에 다다르는 과정의 데이터를 읽어 낼 수 있는 기술적 토대와 운영 역량이 표심을 확보 할 수 있는 단초일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각종 정보보호 사고에 대하여 강한 대응을 주문해 왔다. 물론 이는 효과가 있었고 많은 변화의 시작이 돼주었다. 하지만 공격자의 기법과 보호 대상의 주류가 변했다. 이제는 섬세한 대응이 필요해졌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실효적인 방어가 되어야 현재의 시스템과 구조를 신뢰하고 계속 운영해 나아갈 수 있다. 만약 이를 걸러내지 못 한다면 사이버 공간의 사회적 자본은 형성되기 어려울 것이다. 가짜뉴스와의 전쟁이라도 선포해야 할 상황이다. 기술이 만드는 사회적 신뢰가 결코 불가능하지 않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첨단 정보기술을 통해 상식이 기본이 되는 사회, 신뢰가 있고 서로를 믿을 수 있는 사회로 한걸음 나아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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