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민 연세대 기계공학과 교수
![[포럼] 新시대를 위한 현대車의 변신](http://contents.dt.co.kr/images/201901/2019010902102369640002[1].jpg "[포럼] 新시대를 위한 현대車의 변신")
드디어 현대차그룹이 변화를 선택했다. 언론이 전한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올해 시무식에서 보여준 모습은 과거의 권위적인 현대차의 이미지와 많이 달랐다. 그동안 자동차산업이 빠르게 변화하는 가운데 유독 현대차그룹이 너무 보수적으로 대응해 그 추세를 못 쫓아갔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변화와 혁신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일상에서부터 열린 마음으로 서로 다름의 가치를 존중하고, 새로운 시도와 이질적인 것과의 융합을 즐겨 달라"라는 정 수석부회장의 말에서 기다리던 변화가 시작되었음을 느낀다. 더구나 "실패를 회피하고 비난하는 문화에서 탈피해 실패를 인정하고, 실패로부터의 교훈을 성장의 동력으로 삼는 문화로 전환해 나가야 한다"고 한 말은 현대차가 가장 필요로 하는 철학의 변화이며 미래에 대한 도전을 가능하게 한 말이다.
그럼에도 현대·기아차가 올해 글로벌 판매목표로 설정한 760만대를 달성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과 중국의 경기가 나빠지고 있고 무역 분쟁의 앞날도 예측하기 힘들다. 독일 프리미엄 회사들도 배터리 전기차를 선보이고 중국의 토종회사들이 상품성 높은 자동차를 내 놓는 등 경쟁사들은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다양한 차종을 시장에 선보이고 있다. 국내에서는 최저임금의 인상에 따른 비용 상승과 경영자들의 의욕상실 등 어려운 여건이다. 이와 같은 역경을 어떻게 하면 잘 해결할 수 있을까?
먼저 어려움의 원인을 잘 분석해야 한다. 한국 자동차 산업의 위기는 하루아침에 온 것이 아니라 점차적으로 문제점이 쌓이면서 경쟁력이 약화된 것이다.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일부 전문가들은 가파른 임금상승에서 찾지만 필자의 생각에 더 중요한 원인은 한국 산업의 장점인 빠른 변화 대처 능력이 발휘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자동차산업이 SUV, 배터리전기자동차 등 친환경차위주로 재편되고 자율주행자동차, 차량공유화로 넓어질 때 발 빠르게 대처하지 못했다. 이제 현대차가 이런 문제점을 파악하고 변화의 방향을 제시했으니 남은 일은 현명하고 신중하게 갈 길을 찾아가는 것이다.
이런 변화의 시기에 새로운 분야에서 성공하는 전략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하나는 외부의 전문가를 영입하고 외부에서 가능성이 보이는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다. 현대차가 알버트 비어만 사장을 신임 연구개발본부장에 임명하고 미국의 레이더 전문기업 메타웨이브(Metawave), AI 스타트업 퍼셉티브 오토마타(Perceptive Automata)에 투자하고 이스라엘에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센터인 '현대 크래들 텔아비브'(TLV)를 오픈한 것이 그 예이다. 이 방식은 빠르게 선진기술을 습득할 수 있고 협업을 통해 상승효과를 얻을 수 있어 유용하나 투자한 회사의 구성원들이 현대차에 맞는 전용 서비스 제공보다는 다른 여러 투자사들의 취향에 맞는 연구를 할 가능성이 높고 언어 장벽의 문제도 있어 협력이 쉽지 않을 수 있다.
다른 하나는 국내 연구진과의 협력이다. 2000년에 설립한 현대엔지비(NGV)가 현대기아차의 산학협력과 인재양성을 담당하고 있다. 현대차에서 친환경차를 책임지던 이기상 대표이사가 맡아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자율주행자동차, 커넥티비티, AI, 빅데이터 등을 포함한 미래기술교육과 산학협력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명심해야 하는 것은 미래기술에만 집중하기보다 기존의 자동차관련 기술들 예를 들면 엔진, 변속기, 생산 기술 등도 꾸준히 산학협력을 통해 개선을 이뤄야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것이다. 그러려면 좀 더 과감한 R&D투자가 필요하다. 현대기아차가 R&D 비용을 꾸준히 늘려가고 있지만 경쟁사에 비해 크게 뒤진다. 2016년 현대기아차의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율은 2.7%로 폭스바겐의 7.3%에 비해 훨씬 작다.
부품업체들과의 협력도 필수적이다. 그동안 부품업체의 자체 기술개발력 향상보다는 완성차업체의 리드에 의해 제품개발이 진행되었고 수직계열화가 심해 납품도 보통 한 완성차업체에 집중했던 만큼 완성차업체의 생산 감소는 바로 부품업체의 위기로 이어졌다. 장기적으로는 부품업체가 자체 제품 개발력을 확보하고 다양한 업체에 납품해야겠지만 단기적으로는 손실을 줄이고 공장을 가동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와 완성차업체, 부품업체, 학계가 힘을 합쳐 수년에 걸친 치밀한 전략을 세우고 부품업체의 기술 독립을 이뤄야 한다.
과연 2019년에는 그동안 축소되던 현대기아차의 위상이 나아질 수 있을까? 새로운 리더십이 등장하고 그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는 시간이 걸리고 일부 변화는 진통을 수반하기 때문에 새로운 변화에 의문을 갖는 사람들도 생기고 변화에 반대할 수 있다. 혹시 올해 실적이 빠르게 나아지지 않더라도 현대기아차 관련자들은 실망하지 말아야 하고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꾸준히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현대기아차의 방향을 잘 설정해 빠른 시간 내에 다시 상승세를 회복하고 일자리를 창출해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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