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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현장] 스스로 프레임에 갇힌 정부

박미영 정경부 정치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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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현장] 스스로 프레임에 갇힌 정부
박미영 정경부 정치팀장

'프레임'은 벗어나려 안간힘을 쓸수록 몸을 죄오는 '덫'과 같다. 정치에서 프레임은 승패의 관건으로, 여야 할 것 없이 프레임을 짜서 상대를 공격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프레임 이론의 선구자 조지 레이코프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저서 '코끼리는 생각하지마'에서 "상대편에 반대하는 주장을 펼치려면 상대편의 언어를 사용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프레임의 기본 원칙"이라고 했다. 상대편의 프레임에 묶이지 않으려면 다른 논리를 개발해 프레임을 재구성해야 한다는 말이다.

19대 대선 과정에서 이런 원칙을 입증한 사례가 있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TV로 생중계된 후보 토론회에서 문재인 후보에게 "제가 MB 아바타입니까"라고 되물었고, 이후 안 후보는 그 순간부터 'MB 아바타'로 낙인찍혔다. 청와대도 이런 우를 똑같이 범하고 있다. 청와대는 최근 한 달 넘게 6급 감찰반원과 기재부 5급 사무관이 각각 폭로한 '민간인 사찰'과 '의도적 적자 국채발행' 의혹을 신명난 듯 확대 재생산하고 있는 자유한국당의 '신적폐 프레임'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레이코프 교수의 조언은 알지도 못하는 듯, "문재인 정부에는 민간인 사찰 DNA가 없다"면서 상대의 언어로 반격하려다 부메랑이 돼 더 깊은 수렁에 빠졌다. 또 '개인의 일탈'이라는 프레임을 만들어 김태우와 신재민의 비도덕성을 부각하려는 아마추어적 대응을 하고 있다. 청와대와 여당이 '미꾸라지' '망둥이'라고 칭한 김태우와 신재민이 도덕적인지는 국민들에게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폭로 의도도 부가적으로 따질 문제다. 폭로 내용이 사실인지, 그런 시스템이 여전히 작동하고 있는 지가 핵심이다.

단언컨대 기재부의 적자 국채 발행 결정 시스템도, 청와대 감찰반 운영 방식도 모두 비상식적이다. 국민들은 이제 더 이상 문재인 정부엔 민간인 사찰 자체가 있을 수 없다거나, 청와대가 적자 국채 발행 과정에 개입하지 않았다는 말을 신뢰하지 않는다. 국민들이 신뢰를 갖게 하려면 정부의 의사결정 과정이 어땠는지, 첩보로 올라온 정보를 낱낱이 어떻게 처리했는지 명백히 밝히면 그만이다. 미꾸라지·망둥이 프레임보다는 훨씬 '도덕적'이다.

여기에 청와대의 딜레마가 있다. 허접한 정부 시스템과 기존의 관행을 답습하고 청와대가 부처의 결정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해야 하는데, 이건 자유한국당이 좋아하는 '신적폐 프레임'이다. 그래서인지 청와대는 언제부턴가 입을 다물어버렸다. 김태우 건은 언급하지 않겠다 했고, 적자 국채발행 건은 기획재정부에 물어보란 식이다. 이제 청와대에게 남은 선택은 하나 뿐이다. 신적폐가 아니라면 이전 적폐와 다른 점을 설명하면 되고, 혹여 다르지 않았다면 이제부터라도 다르게 하면 된다. 정부에 대한 심판은 집권 3년 차를 맞은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가능하다면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직접 이 문제에 대해 해명해줬으면 한다.

시스템을 바꾸기에도 지금이 적기다. 마침 문재인 대통령은 임종석 비서실장을 교체하는 등 청와대 인사를 준비 중이다. 일부 부처 장관 교체도 예상된다. 청와대는 집권 3년차를 맞아 내부인사 개편을 통해 국정동력을 마련하고 경제 성과를 내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한다. 사람을 바꾸는게 개혁·혁신의 시작인 건 분명하다. 그러나 국정 기조나 운용 방식을 바꾸려면 단순한 인물 교체만으로는 안 된다. 낡은 시스템부터 뜯어고칠 각오로 시작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진영 논리에 빠진 사람들을 청와대에서 걷어낼 생각부터 해야한다. 대통령에게 싫은 소리도 할 줄 아는 경륜 있는 인사의 기용도 필요하다. 그러나 벌써 청와대 비서실 개편 방향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노영민 주중 대사, 강기정 전 의원, 이철희·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현재 거론되는 인사들을 보면 지지층에선 환영할 지 모르겠지만 반대편에서 봤을땐 썩 만족스럽지 않은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 하는 시각들이 많다. 또 김태우 수사관 폭로전을 야기한 조국 민정수석 교체 없이는 '반쪽 쇄신'에 그쳤다는 비난도 나올 수 있다.

청와대 개편설이 나돌 때마다 거론되는 이가 있다. 문 대통령의 최측근인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비서관이다. 그는 복귀설을 부인하면서 "참여정부 때 '죽어라 일하는데 왜 안알아 주나'하고 억울해했지만, 민심과의 간극을 절박하게 느끼지 못했다"면서 "축구 경기는 선수가 제일 경기를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관중이 더 절박하고 더 정확하게 본다. 바로 여기서 출발하는 지혜가 필요한 것 같다"고 했다. 20개월 째 해외를 유랑하며 문 대통령에 '민폐'를 끼치지 않으려는 그의 이런 충언이자 경험에 근거한 '시인'을 귀담아 듣길 바란다.

박미영 정경부 정치팀장 my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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