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목 칼럼] 新보호주의, CPTPP 가입으로 대응해야

[최원목 칼럼] 新보호주의, CPTPP 가입으로 대응해야
    입력: 2019-01-07 18:04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원목 칼럼] 新보호주의, CPTPP 가입으로 대응해야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19년 새해 국제통상 분야 최대 사건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공동체(CPTPP)의 출범이다. 일본 멕시코 싱가포르 뉴질랜드 캐나다 호주가 국내절차를 완료해 지난해 12월 30일 부로 발효했다. 현재 베트남 말레이시아 페루 칠레 브루나이가 발효를 위한 국내절차를 진행 중에 있고, 대만 태국 영국 등이 신규 가입을 검토하고 있다.

CPTPP(이하 TPP)에 특별히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그것이 세계 GDP의 13%, 무역의 15%를 차지하는 거대경제동맹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미국발 신보호주의 압력을 견제할 수 있는 글로벌 교두보 역할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트럼프 미 대통령의 전방위적이고 변화무쌍한 무역보복 정책에 대해 WTO를 중심으로한 다자 통상체제는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다자 통상회의에 참석해보면, 정부 대표들이 이제는 더 이상 국제규범 이야기를 비중 있게 하지 않는다. WTO 규범이 금지하고 있는 관세보복, 수입쿼타 규제, 국가간 차별조치가 WTO체제를 출범시킨 장본인인 미국 정부에 의해 공식적으로 취해지고 있으니 말이다.

유럽지역 기반의 다자경제공동체인 유럽연합(EU)도 영국의 탈퇴(브렉시트)로 인해 다자체제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고, 북미 3국간의 다자무역협정인 NAFTA는 트럼프식 신보호주의를 반영한 양자무역협정의 집합체인 USMCA로 대체됐다. 선진 20개국 모임(G20)도 미국의 압력으로 신보호주의를 견제하는 선언문 하나 채택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뭄 상황에서 TPP 발효는 새로운 다자주의 동력을 출범시키는 단비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본격적으로 장관급 TPP 위원회가 정기적으로 열리게 되면, 국제경제의 전반적인 사항에 대한 협의가 진행된다. 보호무역주의 파고 극복, 새로운 수출시장 확대, 새로운 다자무역규범 확립을 위한 구속력 있는 채널로 활용해야한다.

원래 TPP 설립을 주도하던 미국이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 TPP 서명 탈퇴를 단행하며 이탈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나머지 11개국을 달래며 TPP를 발효시켰다. 일본이 민감하게 여기는 농림수산물의 98.5%에 대해 자국 관세를 철폐하면서까지 말이다. 글로벌 시대에 국가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길은 경쟁우위 품목을 중심으로 수출기회를 확대해주고, 부품과 원료 조달시의 비용을 절감해주는 것이다. 현지 투자를 용이하게 하고 누적원산지 규정을 활용할 수 있게 해 글로벌 제조기지의 위치를 확립하도록 해주어야 한다. TPP의 높은 자유화 수준, 포괄적인 다자규범, 기업친화적인 누적원산지 규정 등은 이런 목적을 달성하게 해준다.

TPP가 출범에 성공한 것은 경제적 이익 때문만은 아니다. 미국에 안보를 의존하는 일본 입장에서는 한 없이 트럼프의 신보호주의의 제물이 될 위치에 있기에 대미협상 레버리지를 장기적으로 확보해두는 포석도 필요하다. 자동차 분야 무역적자 감축, 환율개입 금지, 농산물 개방을 양자적으로 요구해오는 트럼프 정부를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교두보로서 그 가치를 일본은 알아본 것이다.

여러모로 비슷한 처지에 있는 한국은 그동안 양자 FTA의 승리에 취해 TPP와 같은 메가FTA의 지경학적 가치를 알아보지 못했다. 미국 EU 중국을 비롯한 52개국과 FTA를 맺고 경제영토를 전세계로 확장했다는 것이 정부의 FTA정책에 대한 설명의 전부다. 한국 일본 중국 인도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등 16개국이 참가하는 역내포괄적동반자협정(RCEP)의 타결에 가속도를 내고 있으나, RCEP은 타결되더라도 TPP에 비해 개방 및 규범화 수준이 낮고 느슨한 협의체 성격을 지닐 뿐이다.

만시지탄이지만 우리는 지금이라도 적극적으로 TPP 가입을 추진해야 마땅하다. 기존 체약국들과의 협상을 거쳐 가입해야 하니 가입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지만, 글로벌 가치사슬 게임에 더 이상 뒤쳐져서는 안 된다. 신보호주의에 대한 다자적 견제그룹에 정식멤버로 참여하는 데 따른 이익 또한 신보호주의가 강화될수록 커진다. 미국이 빠져있고, 일본이 주도하고 있는 체제에 가입하는데 따른 국내외 정치적 부담을 논할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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