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화의 혁신경제 훈수두기] 기술 쇄국주의를 경계한다

이민화 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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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1-06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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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화의 혁신경제 훈수두기] 기술 쇄국주의를 경계한다
이민화 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

대한민국은 국내 산업 보호를 통하여 한강의 기적을 이룩했다. 수입은 통제하고 수출은 보조금을 주는 산업 보호 정책으로 대기업들이 성장했다. 대기업과 제조업 중심의 국가 발전 전략이 성공하면서 다양한 방법으로 자국 기업을 보호하는 것이 한국 정책의 기조로 자리잡았다. 소비자보다는 공급자가, 서비스보다는 제조가 국가 정책에서 중요했다. 그런데 제조에서 서비스로 이동하는 3차 산업혁명에 적응하지 못한 결과 1997년 IMF위기라는 국난을 직면하게 되었다. 그리고 금융을 포함한 많은 서비스 부문이 개방되었다. 물론 일부 과도한 개방도 있었으나, 대한민국이 2000년 IT강국이라는 벤처대국으로 부상하는데 개방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대한민국이 개방을 통하여 실패한 사례는 거의 없다. 가전 산업 개방의 결과, 한국 전자업체가 일본을 압도했다. 유통 산업 개방의 우려는 월마트와 까르푸의 철수로 귀결되었다. 문화 산업 개방으로 일본 J팝을 넘어 한국 K팝 세계화가 이루어졌다. 한국은 개방으로 경쟁하면 강해지고, 통제로 보호하면 갈라파고스화한다. 개방하지 않은 금융·의료·교육·노동·법률 등의 서비스 분야는 국제 경쟁력 하위권으로 국가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개별적인 산업 정책에서 강력한 대기업의 논리로 개방이 아니라 보호를 밀어 붙이고 있다. 이제 기술 쇄국주의 실패의 대표적인 사례를 들어보자.

IT 강국 대한민국의 추락은 아이폰의 도입 지연으로 촉발되었다. 2007년 등장한 애플의 아이폰은 전세계의 삶의 형태를 바꾸고 있었다. 그런데 한국은 무려 3년 늦은 2010년에야 보급되었다. 4차 산업혁명의 기폭제가 된 스마트폰 경쟁에서 잃어버린 3년의 경제적 가치의 총합은 국가 GDP를 넘어선다는 것이 필자의 의견이다. 스마트폰 자체도 중요하나, 스마트폰 기반 산업 생태계의 형성이 늦어지면서 글로벌 벤처 경쟁에서도 뒤쳐지게 됐다.

아이폰의 도입 지연은 각종 규제가 주된 요인이었다. 강력한 대기업의 영향력과 정책부처의 애국심이 결합된 결과다. 2009년까지 한국에서 출시되는 휴대폰에는 WIPI라는 한국형 운영체제를 탑재해야 했다. WIPI 의무 탑재가 폐지되자 GPS(위치인식 시스템)규제로 연기되어 2009년 말에야 출시가 결정됐고,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보급되면서 한국은 뒤 늦게 스마트폰 시대에 합류했다. 그리고 이 3년의 차이는 지금도 한국 산업의 아킬레스 건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의 인터넷을 왜곡시킨 공인인증서 규제도 동일한 맥락이었다. 한국만의 보안 방식을 사용해야 한다는 기술 쇄국주의가 국내 기업의 이해관계와 맞물리면서 한국의인터넷 상거래와 홈 페이지 운영을 갈라파고스로 만들었다.그 결과는 웹 표준에 부합되지 않는 공공 홈페이지와 해외 직수출이 어려운 전자 상거래라는 결과로 귀착되었다. 글로벌 서비스 산업을 한국만의 기술 쇄국주의로 보호한다는 애국심의 결과는 쪼그라든 왜소한 산업으로 나타난다.

숱한 시행착오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대기업들은 또 다시 4차 산업혁명의 고속도로인 클라우드분야에서 기술 쇄국주의를 주장하고 국회와 정부부처의 호응도 일부 받고 있다. 공청회에서는 아마존과 구글 등의 글로벌 거인에게서 한국의 클라우드 사업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그런데 서비스 산업에서 공급자와 수요자 중 무엇이 더 중한가를 생각해 보면 답은 명확하다. 수요자가 중요하다.

한국의 벤처기업이 국내에만 머물러서는 미래가 없다. 글로벌화 과정에서 글로벌 클라우드 사업자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클라우드 데이터 규제로 숱한 한국의 벤처들이 해외로 이전한 이유다. 클라우드의 지렛대(레버리지)효과는 엄청나다. 즉 클라우드 사업자의 매출보다 클라우드 활용 기업의 매출이 수십 배에 달한다. 그런데 클라우드 사업자의 1이라는 이익을 위하여 10이 넘는 기업의 경쟁력을 끌어 내리면 결국 국가 경쟁력이 저하되는 결과가 초래된다.

지난해 8.31 '데이터 고속도로' 선언이후 올해 클라우드 산업의 급성장이 예상되고 경쟁은 격화될 것이다. 그런데 진입 규제가 아니라 서비스 혁신으로 경쟁해야 글로벌 산업 경쟁력이 배양될 것이다. 정부는 보안인증과 같은 진입 규제가 아니라 국내 사업자들에게 더 적합한 스마트시티와 같은 시장 창출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도입 기업들은 글로벌 클라우드 사업자와 국내 사업자를 동시에 활용하는 멀티 클라우드를 채용하면 데이터의 중립성도 보장된다. 전세계적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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