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원 칼럼] 기업이 돈 벌 수 있게 해야 한다

박병원 前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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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1-02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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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원 칼럼] 기업이 돈 벌 수 있게 해야 한다
박병원 前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경제 전망이 안팎으로 암울한 가운데 경제가 잘 되는 것은 대기업만 아니라 중소기업과 영세자영업자까지 모든 기업이 돈을 잘 벌 때 뿐이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사실을 되새기고자 한다. 정부가 기업이 돈을 잘 벌게 해 줄 수는 없다. 그것은 나라의 소임이 아니다. 사업을 잘 하는 사람들이 역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게 해 주고 그들이 세금을 많이 내게 해서 스스로의 삶을 다 책임지지 못하는 사람들을 보살피는 것이 나라가 할 일이다.

임금, 사람 값을 올리는 것은 경제정책의 최종목표다. 1986~88년 3년간으로 연 평균 33%씩, 그러니까 3년간 2.4배 임금이 오른 것이 최고의 기록인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는 최저임금 인상 없이 이루어졌다. 기업이 감당할 수 있을 때에는 이런 초고속 임금인상도 감내할 수가 있었다.

그런데 작년, 금년 2년간의 최저임금 29.1% 인상은 당초 기대 대로 내수를 진작시키고 일자리를 많이 만들기는커녕 정반대의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식당, 편의점 등도 자본을 투입하고 다른 사람들을 고용하기도 하는 기업인데, 총체적 공급과잉과 과당경쟁에 시달리고 있는 이 업종이 감당하기 어려운 속도의 임금인상의 부담 때문에 일차적으로 고용을 줄이고 그래도 못 견디면 문을 닫고 있다. 통계가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일상의 생활에서 나날이 목격되고 있다.

게다가 이들 영세자영업자들에게 미치는 부작용을 완화한다면서 정부가 내 놓은 대책들이 또 다른 기업의 수익성을 훼손하고 더 나아가 고용을 망가뜨리고 있다. 예컨대 상가 임대료를 규제하고, 카드 수수료를 삭감하고, 심지어는 서울페이라는 이름의 수수료 없는 지불수단을 개발해서 영세기업 비용을 줄여주려는 노력은 다른 기업의 수익성을 훼손해 이들이 사업을 줄이고 고용을 줄일 수 밖에 없게 만든다. 카드 업계만 해도 최근의 조치로 수익이 8000억원 감소하고 그 결과 최대 1만 명까지 고용을 줄어 들 수 있다고 한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들이 다른 문제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카드회사나 부동산임대회사쯤 되면 영세사업자를 위해 희생시킬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요즈음처럼 직접 주식을 보유하지 않는 국민들도 펀드 투자나 연기금의 투자에 의해서 거의 모든 국민의 재산과 소득이 주가와 배당의 영향을 받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큰 기업들의 이익은 좀 희생시켜도 내수를 위축시키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참으로 단견이다.

또 다른 예는 성급한 탈원전 정책이다. 탈원전 자체는 불감청이언정 고소원이다. 그런데 관련 업계나 근로자가 적응할 시간도 없이 과속을 하는 바람에 원전 건설을 주업으로 하는 두산중공업의 주가가 반 토막이 나고, 최고급 원전 기술자들이 하루 아침에 실직을 해서 중국 중동으로 일자리를 찾아 다니게 만들었다. 그리고 전력 공급에 차질을 빚을 수는 없는 한전과 5개 발전 자회사들이 비싼 발전수단에 더 의존할 수 밖에 없게 돼 모조리 적자를 내고 주가는 떨어지게 되었다.

인위적인 수익 훼손, 주가하락과 고용 위축 사례는 얼마든지 더 있다. 은행은 영세기업과 중소기업이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단골로 희생양으로 동원된다. 요즈음처럼 돈이 흔한(이자율이 낮은) 세상에서 은행이 이미 갑의 처지에 있지도 않은데 경기가 좋아서 이익이 좀 나면 '이자와 수수료를 깎아라, 중소기업 대출을 늘려라, 고용을 늘려라, 사회공헌을 더 해라'하고 압박을 당하는데 불황으로 이익이 급감할 때는 오불관언이다. 금융업에서 일자리가 늘기 어려운 이유이다.

잊을 만하면 한번씩 이어지는 끝없는 통신요금의 삭감, 10년간 사립대학 등록금 동결, 병원이 흑자를 낼 수 있게 책정해 준 적이 없는 건보 수가 등도 이들 업종에서 투자와 일자리 창출이 부진한 이유이다. 아무리 영리 사업이 아니더라도 적자는 안 나야 투자할 사람이 더 있을 것 아닌가?

지난해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투자로 10조원의 손실을 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주가하락이 전부는 아니라도 상당 부분은 선의에서 비롯된 정책의 탓으로 생각되고 있다. 과감한 규제개혁은 이제 기대하지도 않는다. 내수진작을 원한다면 자산효과로 내수가 위축될 일이라도 그만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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