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현장] 기업 氣살리는 元年

박정일 산업부 재계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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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현장] 기업 氣살리는 元年
박정일 산업부 재계팀장

"오너 문제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사업을 잘 키우는 것이 우리 회사의 가장 큰 숙제다. 최근 경영진들은 기업이 오너 개인의 것이 아니라 주주와 직원의 것이라는 인식을 확실하게 가지고 있는 것 같다." 2018년의 끝자락에서 한 대기업에 다니는 친구가 해준 말이다.

황금돼지의 해인 '기해년(己亥年)'을 맞아 기업인 뿐 아니라 정치인과 모든 국민의 소망은 "국민 모두가 잘 사는 나라"일 것이다. 모두가 2019년 우리 경제가 만만치 않은 상황에 직면해 있음을 알고 있고, 일자리 창출과 경제 성장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소원은 같지만 생각은 다르다. 문재인 정부는 여전히 '소득주도 성장'을 고수하고 있고, 각종 규제완화 관련 법안은 여·야 정치권의 정쟁(政爭)에 휘말려 제대로 논의조차 못하고 있다. 노동조합과 이익단체들은 정권 창출에 대한 지분을 주장하면서,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겠다며 철통 방어를 하고 있다.

정권 교체 이후 졸지에 '공공의 적'이 된 재계는 제발 규제를 풀어 성장의 길을 열어달라며 간절하게 읍소하고 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신년사에서 "새해에는 우리 기업들이 미래를 내다보며 보다 도전적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기업의 기(氣) 살리기'에 힘을 모으는 한 해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당부했다.

하지만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이후 반(反)기업 정서가 팽배해 이 같은 목소리는 여론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정부와 여당은 주52시간 근무제, 최저임금 인상 등에 이어 산업안전보건법·공정거래법·상법 개정안 등 기업 부담을 가중시키는 법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기업들은 답답한 상황이다. 최근 여러 경제전문 기관과 연구소들은 2019년 우리 경제 성장률을 2%대 중반으로 낮췄다. 반도체와 스마트폰, 자동차 등 주력 산업의 전망은 불투명하다. 여기에 환율과 미·중국 간의 무역전쟁 등 보호무역 움직임, 세계경기 침체, 후발국가들의 성장, 4차 산업혁명 등 급변하는 대외 환경에 재계의 불안감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물론 일부 오너들의 정경유착·갑질 등이 비난 여론의 도화선 역할을 한 만큼, 재계의 잘못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일부 정치권과 이익단체들은 이를 빌미로 다수의 재벌 총수들에 '주홍글씨' 낙인을 찍었고, 개혁해야 할 대상으로 여론을 몰아댔다.

재계는 총수와 기업을 동일시하는 여론몰이에 억울함을 호소한다. 예를 들어 올해 우리 경제를 이끌다시피 한 반도체 투톱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은 20%를 조금 넘는 수준에 불과하다. 이 두 기업이 성장할 길을 막으면 20%의 최대주주도 어렵지만, 80%의 나머지 주주들도 함께 금전적 손해를 얻는다.

과거 주식회사 체제나 기업공개 시스템이 부실하던 시절에는 총수가 기업을 좌지우지한 적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현재 기업지배구조 관련 제도는 선진국 수준이거나 그 이상인 상태라 주주들 몰래 총수가 회사를 전횡(專橫)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 재계 관계자는 "총수가 법을 어긴 것이 있다면 마땅히 법에 따라 처벌을 받으면 될 일"이라며 "하지만 기업의 주인은 소수의 지분을 가진 총수가 아닌 다수의 주주와 직원들이고, 결국 기업이 성장해야 주인도 행복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결론은 기업 역시 이제는 소수의 재벌을 위해서가 아니라, 국민 모두가 잘 살기 위해 성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재계뿐만 아니라 정치권과 이익단체들 모두의 바람과 일치한다. 다만 그 방법이 다를 뿐이다. 확실한 것은 정부가 대신 돈을 벌고 일자리를 창출할 수는 없다. 경영자는 노동자 없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없고, 노동자는 일자리가 없으면 돈을 벌 수 없다. 대립과 상하 관계로만 보던 시대는 끝났다.

새해는 노·사, 대·중소기업이 대립이 아닌 상생으로 타협하고, 정부는 기업의 목줄을 풀어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혁신의 원년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정일 산업부 재계팀장 comja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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