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석의 건강수명 연장하기] 가족이 먼저 쓰러지는 치매

이현석 대한흉부외과학회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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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2-27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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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석의 건강수명 연장하기] 가족이 먼저 쓰러지는 치매
이현석 대한흉부외과학회 상임이사

65세 이상의 인구가 전체 인구의 7%가 넘으면 고령화 사회인데 우리는 이미 2000년에 고령화 사회가 되었고, 14% 이상을 의미하는 고령사회에는 예상보다 1년 빠른 2017년에 진입하였다. 그리고 20%가 넘는 초고령 사회에는 2026년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했었지만 지금은 더 빨라질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금도 광역자치단체 중에서는 전라남도가 그리고 226개 기초 지자체 중에서는 41%에 달하는 93개 지자체가 이미 초고령 사회에 도달한 상태이다.

그리고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2017년 9월 기준으로 725만 명인데 이 중 치매 환자는 76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급격한 노령화로 인해 최근 5년간 치매로 진단받은 환자 수는 무려 50% 증가하였다. 그런데 주목할 점은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치매에 걸릴 가능성도 급격히 높아진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 65~69세의 연령층에서 치매 환자는 약 2~3% 에 불과하지만 80세 이상에서는 무려 20%가 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따라서 베이비 부머들이 고령화되면서 급격하게 치매 환자가 늘어날 수 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또한 작년의 경우 치매 환자 실종 신고가 1만건을 넘어섰고, 그 중 100명 이상이 숨진 채 발견되어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이현석의 건강수명 연장하기] 가족이 먼저 쓰러지는 치매

치매 환자가 급격히 늘어남에 따라 치매 환자를 돌보는 가족들의 문제도 심각해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치매환자를 돌보는 부양가족의 수는 며느리, 딸, 배우자 순이며 나이로 보면 30-40대, 60대, 그리고 50대 순서이다. 배우자가 돌보는 경우에는 배우자 역시 건강이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 금년 8월에는 치매에 걸린 아내를 홀로 돌보던 70대 노인이 숨진 채 발견되어 주위를 안타깝게 하였는데 점점 이런 사건들이 늘어나고 있다. 자녀들도 치매환자를 돌보다 보면 자신의 건강을 돌보거나 운동을 할 시간이 없어지고 혼자서 모든 일을 감당하다 보면 탈진, 우울증, 분노 등이 생길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정신적인 질환 뿐만 아니라 각종 육체적인 질환 역시 증가하게 된다. 특히 환자를 옆에서 지켜보지 않는 가족들이 돌보는 사람의 고충을 이해하지 못하면서 더 심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치매 환자의 자녀들도 이미 고령인데다 유교적인 관습으로 인해 부모의 치매증상을 얘기하는 것을 불경스럽게 생각하다 보니 말도 못하고 혼자 고통 받는 경우가 흔하다. 금년에 초고령 사회가 된 일본에서도 치매에 걸린 부모보다 이를 돌보던 자녀가 먼저 사망하는 경우가 종종 보도되고는 한다.

치매에 걸린 것은 암이나 심장병에 걸린 것처럼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병의 증상일 뿐이기 때문에 보호자가 겪는 심리적 어려움을 주위 사람들에게 털어놓고 수시로 대화를 나누면서 도움을 청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보호자도 의사나 치매관련 단체에 도움을 청하여 정기적으로 상담을 받는 것이 좋다. 특히 치매는 계속 진행될 수 밖에 없다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장기적으로 어떻게 대처해 나갈 것인가에 대해 가족들과 솔직하게 대화를 나누는 것이 필요하다. 치매 환자를 돌보다 보면 환자의 증상이 심해지면서 자신이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는 죄의식에 빠질 수도 있는데 이는 보호자의 책임이 아니며 치매 자체가 계속 진행되는 질병이라는 점을 이해하면서 끊임없이 스스로를 격려하고 칭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정부나 각종 단체에서 하고 있는 주간노인보호시설, 재택간병보조, 방문간호사 프로그램, 식사배달 등의 프로그램을 잘 이용하여 조금이라도 부담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

치매 환자는 같은 행동이나 말을 계속해서 반복하거나 그날 발생했던 일을 기억하지 못해서 거짓말이라고 하고 반대로 없었던 일을 있었다고 주장하기 때문에 각각의 말이나 행동에 너무 의미를 부여하다 보면 돌보는 가족이 심리적으로 무너지게 된다. 그리고 보호자가 더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면 요양시설에 모시는 것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치매환자를 돌보면서 받는 스트레스로 인해 돌보는 가족 역시 치매에 걸리거나 다른 질환에 걸릴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치매란 말은 어리석을 치(癡) 어리석을 매(매)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는 매우 적절하지 못한 병명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환자를 돌보는 가족의 심정을 고려해서라도 적절한 이름을 찾아 고쳤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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