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사고의 틀 깬 `박항서 매직`

박영렬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  
  • 입력: 2018-12-23 18:13
  • 프린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포럼] 사고의 틀 깬 `박항서 매직`
박영렬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의 영웅이 됐다. 박 감독은 올해 개최된 AFC U-23 축구 선수권대회에서 준우승, 아시아안 게임에서 4강, 그리고 지난 15일 스즈키컵에서 베트남 축구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특히 스즈키컵은 동남아시아 축구연맹(AFF) 가입국들만 출전하는 경기로 동남아시아 국가들에겐 '작은 월드컵'으로 불리고 있기 때문에 이번 우승이 베트남 국민에게 주는 기쁨은 더욱 컸다.

박항서 감독은 스즈키컵 우승 후 인터뷰에서 "이 우승을 베트남국민들께 바친다" 그리고 "제 조국인 대한민국도 사랑해 주었으면 좋겠다"라고 이야기했다. 지난 해 10월 베트남 축구팀 감독으로 지휘봉을 잡고 계속된 도전을 자기 희생으로 이겨낸 감격의 일성이었다. 축구를 사랑하는 베트남 국민들이 그토록 갈망했던 꿈을 이뤄낸 박 감독은 열렬히 본인을 믿고 응원해준 베트남 국민들에게 우승의 영광을 바쳤다. 베트남이 열광한 '박항서 매직'이 오랫동안 계속되기를 기원함은 물론 우리 국민 모두 박 감독이 베트남에서 승승장구 하도록 열렬히 응원하고 지원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 이후 우리 정부는 신남방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으나 그 성과는 미미하다. 그 이유는 최근 거대 투자를 하고 있는 일본 및 중국에 비해 재원이나 국력에서 한국이 열위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 정부가 박 감독과 같이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 국가가 원하는 꿈을 이루게 해 준다면 신남방정책은 빛을 발하게 될 것이다.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우리의 능력을 과시하는 냉정한 리더십이 필요할 것 같으나 베트남과 같은 개도국에서는 우리의 따뜻함을 보여주는 온화한 리더십이 제격일 수 있다. 우리 정부는 이제라도 신남방국가 국민의 꿈을 이루어 줄 수 있는 따뜻함을 담아내는 실질적인 정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한국 기업 역시 베트남 시장을 새롭게 접근해야 한다. 그 동안 한국 기업은 베트남 시장을 저렴한 노동력을 활용하는 제2의 중국 시장으로 생각했으나, 베트남 경제가 발전함에 따라 최근 소비시장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한류의 열풍이 베트남 소비자로 하여금 한국 제품을 구매하는 촉진제가 되기를 기대했으나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이번 스즈키컵 우승을 통한 박항서 매직이 한국 기업의 베트남 시장에서의 매출 증가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이것은 너무 성급한 바람이라고 생각한다. 베트남 국민이 한류를 좋아했듯이 박 감독을 사랑한 것이지 한국이나 한국기업 더 나아가 한국 제품을 더 원한 것은 아니다.

한국 기업은 아직도 대우그룹의 베트남 신화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베트남 시장이 한국 기업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베트남에 가보면 대우그룹 해체 이후 베트남 시장은 더 이상 한국 기업에게 용이한 시장이 아니다. 우수한 일본 제품과 가격 경쟁력이 높은 중국 제품, 그리고 구매하고 싶은 유럽 및 미국 제품들이 베트남 경제 성장의 소용돌이 속에서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더 이상 베트남 시장은 개도국 시장이 아니라 성장을 쫓는 세계적인 다국적기업의 격전장이다.

1990년대 대우그룹의 김우중 회장은 창조·도전·희생 정신을 바탕으로 베트남 시장을 질주했다. 대우그룹 해체 이후 지금은 베트남을 중심으로 동남아 국가에서 GYBM(Global Young Business Manager)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베트남에서 대우그룹이 질주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이유는 베트남 국민이 열망하는 꿈인 잘 사는 나라를 만드는데 도전과 희생을 했기 때문이다. 지금보다는 미래 보상을, 그리고 50대 50으로 베트남과 대우그룹이 항상 성과를 반반씩 공유하는 희생이 있었기에 대우그룹은 한국 베트남 전쟁 참전의 아픔을 뛰어넘어 한국의 위상을 드높였다.

지금이라도 한국 기업은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과 박항서 감독이 추구했던 베트남 국민의 꿈을 찾아서 도전과 희생 정신으로 무장해야 한다. 김 회장이 베트남에서 인재 양성을 하듯이 그리고 박 감독이 우승의 영광을 베트남에 바치듯이 한국 기업도 성과를 베트남에 남기겠다는 정신을 가져야 한다. 한국 기업이 베트남 국민의 꿈을 찾아 도전과 희생으로 베트남을 위해 지속적인 기여를 하겠다는 의지가 베트남에서 믿음으로 바뀌는 순간 재원과 국력에 열위가 있어도 한국 기업은 베트남 국민들과 함께 또 다른 매직을 만들어 갈 것이다.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추천기사



가장 많이 본 기사

스타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