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의 힘은 경제력서 시작… `내수 산업` 키워야 협상력도 커져" [김철수 前 상공부장관에게 고견을 듣는다]

선진국들 내수 비율 우리보다 배 이상 커… 국내도 여력 있다는 뜻
끊어진 '투자 → 고용 → 소비 → 투자' 선순환 구조 회복 시급한 문제
소득주도성장 내세운 文정부, "소득 어디서 나오나" 질문에 답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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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의 힘은 경제력서 시작… `내수 산업` 키워야 협상력도 커져" [김철수 前 상공부장관에게 고견을 듣는다]
김철수 리인터내셔널 고문ㆍ무역투자연구원 이사장ㆍ前 상공부장관

박동욱기자 fufus@


[]에게 고견을 듣는다

김철수 리인터내셔널 고문ㆍ무역투자연구원 이사장ㆍ前 상공부장관




"통상은 우리의 레버리지를 통해 상대국 시장을 개방하게 하는 협상술입니다. 레버리지란 경제력인데 그것을 키우는 것이 통상의 출발이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내수가 커야 우리가 상대국에 주장할 수 있는 힘도 커집니다. 세계 무역질서에서 미국이 강한 파워를 갖고 있는 것은 군사력이 아닌 경제력, 즉 미국 시장의 내수파워입니다. 그런데 요즘 우리 경제에 많은 근심거리가 생겨서 안타깝습니다. 투자가 일어나지 않아 갈수록 우리 경제가 위축되고 내수가 죽어 걱정입니다. 소득주도성장을 얘기하는데, 그럼 그 소득이 어디서 나오느냐에 대한 답이 없어요. 평생 산업통상 분야에서 일해왔는데 제가 갖는 확신은 투자가 이뤄져야 성장이 일어난다는 겁니다. 소득주도성장이 과연 족보가 있는 경제정책인지 잘 모르겠지만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은 우리 기업들이 투자를 하도록 독려하는 일입니다. 통상외교가 힘을 갖기 위해서는 우리 경제 기반이 튼튼해야 합니다."


대담 = 이규화 논설실장


우리 경제의 고도성장기에 통상정책의 책임자요 협상대표로서 혁혁한 활동을 펼친 김철수 전 상공부장관과의 대화는 줄곧 유쾌했다. 그도 그럴 것이 김 전 장관이 상공부 통상진흥국장과 차관보, 장관에 이르는 15년 동안 한국 통상의 역정은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 통상외교의 1세대 전문가요 관료다. 2017년 1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세계 무역질서는 보호무역주의로 급격히 변하고 있다. 다자간 자유무역 논의가 진행 중이긴 하지만, 미국 중심의 쌍무협상이 주무대가 됐다. 80년대 미국의 거센 개방압력을 받을 때와 비교해 결코 미국의 보호무역풍이 약하다 할 수 없다. 미국은 무역확장법 232조를 내세워 수입자동차에 대한 추가관세 부과를 저울질 하고 있다. EU 일본도 우리와 같은 입장이지만 만약 관세부과가 되면 우리 수출과 산업에 재앙적 결과를 가져올 것은 불문가지다. 그만큼 현재 우리의 통상외교는 거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김 전 장관이 80·90년대 한국 통상의 도전에 성공적으로 응전한 경험을 들어봤다.

-올해 반도체를 제외하면 수출이 제 자리 걸음입니다. 내년에 더 우려스러운 전망들이 나오고 있는데요.

"철강 자동차 가전 등이 선진국들의 각종 수입제한의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세계 각국이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에 대응하다보니 자국 시장 보호에 나선 것은 사실이에요. 그러나 분야별로 수요가 줄어든 영향도 커요. 올 들어 미국의 냉장고에 대한 세이프가드 발동 영향도 있겠고요, 태양광 패널에 대한 세이프가드 조치도 있었죠. 철강 제품에 쿼터가 도입되는 상황을 보면 보호무역주의 영향이 적지 않았다 봐요. 그렇지만 반도체라든가 석유화학 기계 컴퓨터 품목들은 두 자릿수로 증가를 했거든요. 그래서 어려운 가운데서도 수출이 버텨줬기 때문에 그나마 우리 경제가 2.6~2.7% 성장하지 않았나 싶어요. 물론 올해 3.0% 성장 목표에는 미달이지만 수출 덕분에 이나마 성장할 수 있었다고 봐요. 통상은 우리 경제성장의 버팀목입니다."

-장관님이 우리나라 본격 통상외교 1세대 관료로서 걱정이 남다르겠습니다.

"우리나라에 통상의 중요성이 본격 부각된 게 70년대 수출이 10억 달러를 넘어서면서부터예요. 80년대 90년대를 거치면서 상공부 우수 인재들이 거의 다 통상 쪽에서 일을 했어요. 평창올림픽조직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이희범 전 장관이라든가 한덕수 총리도 원래 통상 쪽에 일을 했습니다. 한 총리와는 같이 일을 많이 했죠."

-수출 주도 경제성장을 추구하는 우리로서는 실력있는 통상관료가 계속 나와야 할 텐데요.

"우리 기업이 커가고 기술 경쟁에서 이기려면 해외 시장으로 진출해야 하고 넓은 시장에서 경쟁해야 해요. 이런 과정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고 그러기 위해서는 통상정책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에 대한 전략을 세워 정책을 실행하는 것이 통상관료지요."



-무역은 호혜의 원칙이 잘 작동해야 하는 분야이고 우리가 타국에 시장 개방을 요구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내수 시장을 키워야 협상력을 키울 수 있다고 하는데요. 내수가 지금 매우 위축돼 있는 상황입니다.

"우리나라가 60년대부터 수출 주도형 성장을 채택했던 것은 불가피했죠. 60년대 초 국민소득이 100달러에도 못 미쳤으니까요. 해외시장으로 나갈 수밖에 없었고 일찍 수출주도형 정책과 중화학공업정책을 써서 우리 산업이 세계적 산업으로 발전하는 발판을 마련했죠. 이제 소득 수준도 3만 달러를 넘고 인구도 5000만이 넘는 경제규모를 갖고 있으니까 만만치 않은 내수 규모가 됐습니다. 이런 점이 무역협상에서 하나의 레버리지로 활용되는 거죠. 통상 협상력은 내수시장 규모와 비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내수를 어떻게 성장시킬 수 있겠습니까.

"우리의 대외무역의존도가 약 65% 정도 되니까 한 35%가 내수거든요. 우리보다 먼저 발전한 나라들을 보면 내수 시장 비율이 우리보다 배 이상 큽니다. 그런 차이가 난다는 것은 우리가 내수시장을 키울 만한 충분히 여력이 있다는 것이지요. 일종의 기회다 이렇게 봅니다. 그런데 내수는 가만히 있어서 크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그럼 어떻게 키워야 하느냐, 결국은 투자입니다. 산업 투자나 SOC 투자를 유도하는 정책이 절실합니다. 그래서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것이 시급합니다. 그러면 소득이 올라갈 것이고 아울러 구매력이 올라가 이런 사이클이 선순환해서 다시 다른 투자로 연결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런 선순환 고리가 문재인 정부 들어와 끊어져 버린 게 아닌가요.

"고리가 끊어졌다고 봐요. 소득주도성장이라는 것을 내세우는데, 그러면 그 소득이 어디서 나오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 지금 없는 상황입니다. 저는 평생 산업통상 일을 해온 사람으로서 확신을 갖고 있는 것이 투자가 이뤄져야 성장이 일어난다는 겁니다. 또 투자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규제를 완화해 기업이 투자하고 경쟁하게 해야 한다는 겁니다."

-소득주도성장이 원인 없이 결과만 좇는 허구라고 비판받고 있습니다. 마차가 말을 끄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을 상상을 하고 있다고도 하는데요.

"저는 경제학을 전공하지는 않았지만, 소득주도성장이라는 게 과연 족보가 있는 정책이냐 이런 논쟁을 보고 있는데요, 오랜 산업통상 정책의 경험을 통해 알고 있는 것은 소득이 높아지려면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는 겁니다. 그런 일들이 먼저 이뤄지도록 정책을 펴길 바랍니다. 이런 생각은 저만 하는 게 아니라 많은 분들이 공감하고 있습니다."

-소득주도성장을 주도했던 정책실장을 교체했고 제2기 문재인정부 경제팀이 출발했습니다. 그런데도 소득주도성장 기조는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어요.

"정책 핵심 기조는 바꾸지 않을 거라는 말이 많습니다. 하지만 최고 정책 담당자를 바꿨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어떤 변화가 좀 있지 않겠습니까. 저는 희망을 갖고 변화될 거로 기대는 하고 있습니다. 그러지 않으면 더 큰 문제에 봉착할 테니까요. 새 경제팀에 기대를 걸어봐야지요."

-70년대 이후 한국의 고도성장은 수출시장으로서 미국시장이 든든히 받쳐줬기 때문이고 미국의 관세나 보복을 잘 피해온 결과로 볼 수 있지 않나요.

"70년대 초까지 한국에 대한 미국의 통상 압력은 별로 없었습니다. 하지만 수출이 점차 늘고 한국의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점점 미국의 통상압력이 강해지기 시작했죠. 1970년대 후반 이후 미국의 통상압력은 한국을 제2의 일본이라고 하면서 타깃으로 삼았어요. 70년대에는 미국으로 오는 수출을 억제하는 정책을 썼고 80년대는 우리 시장을 개방하라는 정책을 썼어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가 무역질서를 바꿔놓고 있습니다. 가장 큰 이슈가 미중 무역분쟁인데요. G20 미중 정상회담에서 향후 90일간 추가관세 부과를 보류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소강상태로 들어갔습니다. 미중 무역분쟁이 어떻게 전개 되리라 보시는지요.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페어플레이 무역을 요구하고 있는 겁니다. 중국은 2001년 WTO(세계무역기구)에 가입하면서 개방된 시장경제로 갈 거로 기대를 했는데, 오히려 반대 방향으로 갔기 때문에 실망이 큰 거죠. '중국 제조2025'라는 것은 정부가 기업에 엄청난 보조금을 주고 국영기업을 직접 운영하기도 하면서 불공정 경쟁을 하고 해외기업의 기술이전을 강제하는 것이 그 주 내용이에요. 미국이 이런 것을 이젠 그냥 나둬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을 한 겁니다. 겉으로 중국의 불공정 무역에 대한 보복이지만 실은 중국의 '불공정 행위'에 대한 제재라고 봅니다. 중국이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국을 따라오려면 한참 걸릴 것이다 생각했는데, 최근에 와서 발전속도가 빠르고 경제규모만 놓고 보면 10년 안에 미국을 따라잡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면서 미국이 본격적으로 중국을 견제하고 나선 것이 아닌 가 봅니다. 또 이런 배경이 있기 때문에 문제가 쉽게 해결되리라 보지 않습니다."-미중 무역분쟁이 미중 패권경쟁의 결과라는 것이군요.

"중국이 미국의 셰일가스 등 상품을 더 수입하고 몇 가지를 양보안을 발표했지만, 거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상당 기간 계속 될 거로 봅니다. 대중국정책에 대해서는 공화당 민주당이 의견일치를 보이고 있거든요. 민주당이 오히려 중국에 대한 압박을 더 강하게 해야 된다는 입장입니다.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인 척 슈머 의원같은 사람도 오래 전부터 유명한 '차이나 배셔'거든요. 또 많은 민주당 의원들의 지역구에서 중국의 수입품으로 인해 일자리를 잃고 있으니까 더 강경해진 상황입니다. 무엇보다 중국이 불공정한 행위를 그만두지 않는 이상 미중 무역분쟁을 상당 기간 계속될 것으로 봅니다. 또한 EU와 일본 등 많은 나라들이 미국과 동조하고 있어서 미국은 이런 데서도 대 중국 압박의 명분이나 에너지를 축적해나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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