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현장] 美中분쟁, 적의 적 아군 아니다

심화영 ICT과학부 통신콘텐츠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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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현장] 美中분쟁, 적의 적 아군 아니다
심화영 ICT과학부 통신콘텐츠팀장

이달 초 찾은 미국 하와이 마우이섬. 이 곳에서 퀄컴은 성탄 연휴를 앞두고 세계 미디어와 애널리스트 300명을 불러 첫 5G(세대)폰에 들어갈 칩셋 '스냅드래곤855'를 공개했다. 내년 5G 상용화를 앞두고 스마트폰 칩셋 1위업체인 퀄컴의 5G 이동통신 전략에 관심이 집중된 자리였다. 스마트폰의 두뇌인 5G 칩셋이 장착돼야 5G 상용화가 가능하다.

동시통역은 중국어만 제공된 가운데 외국계 벤더 행사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APJ로 일본만 따로 분류하던 관례는 이곳엔 없었다. 5G IT 패권을 둘러싼 미·중 분쟁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눈길을 끈 것은 최다 초청된 중국 언론의 숫자였다. 중국만 60명, 대만은 별도로 10명이다. 미국이 80명, 유럽이 70명과 대등한 수준이다.

왜일까. 이유는 중국이 퀄컴의 큰 고객이기 때문이다. 퀄컴 관계자는 "(스마트폰)제조사 점유율 등을 고려해 분배했다"고 전했다. 세계 스마트폰 점유율 상위 10위권 업체 중 삼성전자와 애플을 빼면 모두 중국 제조사다. 중국에 공을 들일 수밖에 없는 퀄컴의 본심이 읽혔다.

미국 기업도 이럴진대 우리나라는 미·중 무역전쟁으로 현재 살얼음판을 걷는 게 역력하다. 미·중 무역전쟁의 본질은 세계 패권국인 미국이 자국에 도전하는 중국을 견제하려는 데 있다. 우리나라에게 미·중은 모두 수출의존도와 경제의존도가 높은 G2다. 이 무역전쟁에서 누가 승리할까 득실을 따져 행동해야 할까.

그러나 퀄컴의 사례에서 보듯 나라의 적이 반드시 기업의 적일 순 없다. 국내 통신사 빅3 중 하나인 LG유플러스가 국민정서에도 불구하고 중국 화웨이의 5G 통신장비를 도입한 건 무슨 까닭일까. 표면적인 이유는 LTE와의 '연동'과 '가성비'다. 그러나 LG그룹 입장에선 중국과 화웨이는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 지난해 LG디스플레이는 전체 매출의 65% 가량을 중국에서 벌어 들였다.광저우 게스트하우스에 머물며 중국 고객과 밀접하게 일하는 국내 인력이 상당하다. LG화학은 내년 10월 양산을 목표로 중국 난징에 배터리 공장도 짓고 있다.

송년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은 "화웨이 통신장비의 보안검증을 하겠다"고 밝혔다. 전날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5G 통신장비 보안검증 자문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받아 본 적 없는 국제기관 보안검증을 화웨이는 스페인 국제인증기관에서 하기 위해 소스코드와 관련 자료를 이미 넘겼다고 했다.

그러나 우려점은 다른 곳에 있다. 중국은 시장경제가 아닌 계획경제 성격이 강한 나라다.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강력한 영향력으로 시장에 개입할 수 있다. 중국은 이미 정치적인 이유로 롯데마트 매장을 일시에 영업정지시키고, 한국 예능과 드라마의 수입을 차단하고, 단체관광을 막는 식의 사드(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보복을 단행한 바 있다.

화웨이를 거부하는 미국의 움직임 이면에는 무섭게 성장하는 중국 기술 굴기에 대한 견제와 차세대 통신망인 5G 시장을 둘러싼 패권 경쟁이 있다. 어느 기업을 거부하고 어느 기업을 받아들일 지는 보안검증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정치외교적으로 풀 사안도 아니다. 이해관계가 얽힌 국제관계에서 적의 적은 더 이상 동지가 아닐 수도, 오늘의 아군이 내일의 적군일 수도 있다.

정부의 보안검증 발표에도 국민 정서는 이렇다. "과기정통부가 보안장비 검증을 하겠다고 한다면 해킹을 하지도 않았는데 해킹을 조사한다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면서 "아니면 중국 편들어 주고 싶어서 안달이라도 난 것인가"라고 반문한다. 미국, 유럽, 일본 등이 우리보다 보안점검 능력이 떨어져서 거부하는 게 아니라 IT장비 유지보수 시에 하드웨어 프로그램 수정 등을 통해 정보를 빼내는 걸 알기 어렵기 때문에 점검이 아닌 거부를 하는 것이란 점이다.

우리에게 뼈아픈 6.25 전쟁이 이웃나라 경제 성장의 기회였듯이 기업에게 무역전쟁은 또 다른 사업 기회가 될 수 있다. 국내 기업들도 미·중분쟁을 기회로 간주하고 전략적으로 접근하길 바란다. 미·중 무역전쟁은 앞으로 중국이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면 할수록 격렬해질 수 있고, 중장기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무역전쟁은 전 세계적인 저성장의 시대 돌파구가 될 수도 있다. 우리나라는 대국 간 싸움으로 벌어지는 틈새를 살펴 오히려 우리 경제성장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첨단 기술의 확보야말로 국가 안보경영의 핵심이라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이럴 때일수록 메모리 반도체·공유경제·4차산업 등 첨단산업의 내실화에 전력질주하지 않는다면 미래는 없다.

심화영 ICT과학부 통신콘텐츠팀장 dorot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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