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현장] 홍남기호, 혁신성장에 올인하라

안경애 ICT과학부 과학바이오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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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현장] 홍남기호, 혁신성장에 올인하라
안경애 ICT과학부 과학바이오팀장

한국판 우버는 다시 한번 길에 멈췄고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은 국회 문턱을 못 넘고 있다. 과학기술 연구현장은 정부의 적폐인사 정리 논란에 홍역을 앓고 산업계는 시계제로 상황이라고 호소한다. IT 강국을 자랑해온 나라에서 통신사 화재로 경제활동이 중단되고 국가 방어의 최전선인 국방부 작전시스템까지 불통됐다.

미래를 내다보고 달려야 하는 시점에 국가 인프라의 후진성이 잇따라 드러나고 있다. 머리는 내일에 가 있는데 현실은 숨이 턱턱 막힌다. 산업과 정책, 현장과 정치, R&D와 혁신성장이 따로 놀고 있다. 표와 이해집단 눈치에 혁신을 밀어붙이지 못하는 정치권, 소명의식을 잃은 공무원 조직이 시간을 죽이는 동안 혁신가들은 한국에서 뿌리내리지 못해 사업을 접고 떠난다. 글로벌 투자자본은 시장이 없는 나라에 투자하지 않는다. 혁신의 물결이 대한민국을 비껴 흘러간다.

물길을 돌려놓는 방법은 '돈'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희망을 걸어본다. 기재부는 예산편성권을 갖고 있다. 또 정부 혁신성장 정책을 지휘하고 있다. 홍 부총리는 기재부 주요 조직을 두루 거친 기획통이면서 전 정부에서 미래창조과학부 1차관을 지내며 과학기술·혁신 정책까지 이끌었다. 국무조정실장을 지내며 규제개혁도 총괄했다. R&D와 혁신성장, 규제개혁으로 연결되는 사이클이 정확히 어떻게 연결돼야 하고 어디가 끊어져 있는지 파악해 작동시킬 경륜을 갖췄다.

홍 부총리는 관리형이 아니라 변화를 공격적으로 이끄는 '파괴형 부총리'로 뛰어야 한다. 규제 샌드박스 현장 뿌리내리기와 R&D·혁신성장간 끊어진 고리 잇기를 주문한다. 규제 샌드박스가 정책 현장에서 실행에 옮겨지도록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 정보통신융합법·산업융합촉진법 등 4개 법률이 국회를 통과했고 행정규제기본법이 처리되면 규제 샌드박스 5대 입법이 마무리된다. 신기술과 서비스 관련 규제를 면제 또는 유예할 수 있게 됐다. 기업들에 새로운 실험 기회가 주어졌다.

그러나 법제화보다 더 험난한 것은 행정현장에서 바뀐 법이 작동하게 만드는 것이다. 공무원들이 움직이지 않으면 소용 없다. 스마트시티·스마트팩토리·자율주행차 등 신산업 분야에서 각 부처가 어떤 규제혁파와 산업생태계 조성 노력을 기울이는지 평가해 예산편성 시 확실한 당근과 채찍을 줘야 한다. 부처별 예산실링제를 과감히 깨고 관성적으로 일하면서 예산만 받아 챙기는 부처와 변화에 적극적인 부처에 차등을 줘야 한다. 일정 규모 예산을 규제 샌드박스용으로 할당하고 부처들이 아이디어를 갖고 오면 상시 지원하는 것도 좋다. 기재부가 하는 공공기관 평가도 같은 식으로 해야 한다.

R&D 투자가 혁신성장으로 연결되지 않는 문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에 더 많은 힘을 주면 풀린다. 혁신본부는 국가R&D 예산 배분조정권을 갖고 있지만 기재부가 정해준 부처별 총액 내에서 하다 보니 실권이 별로 없다. R&D가 R&D로만 그치는 것은 각 부처가 기술개발을 할 뿐 기술이 쓰일 운동장을 만들어주지 않기 때문이다. 빠른 산업화가 필요한 영역에서 제도와 생태계를 안 만들면서 R&D 예산만 받아가려는 부처에는 채찍을 가해야 한다.

다행히 혁신본부는 신산업 관련 R&D 예산 배분 시 부처별 제도개선 계획을 함께 평가하기 시작했다. 한발 나아가 일정 예산을 혁신본부가 확보하고 있다가 규제 개선과 산업 생태계 조성, 타 부처와의 협업에 적극적인 부처에 예산을 더 얹어주는 시도가 필요하다. 대부분의 신산업은 융합 영역에서 나오는데 예산할당이 부처 단위로 이뤄지다 보니 부처들이 자체 예산을 써가며 협업하려 들지 않는다. 규제 샌드박스 실행에 적극적인 부처에 R&D 예산 인센티브를 주는 것도 필요하다.

정부가 기업에 적절한 대가를 주는 것도 기본이다. 기업을 망가뜨려 가며 예산을 덜 쓰는 것은 공허한 일이다. 제값 주지 않는 부처는 예산 편성 시 페널티를 줘서 고질병을 고쳐야 한다. 52시간 근로제 관련, 탄력적·선택적 근로시간제 단위 기간 연장도 반드시 필요하다. 내년이 중요하다. 위기 가운데서 변하지 않으면 돌이키기 힘들다. 홍 부총리가 파괴적 혁신의 바람을 불러일으키길 기대한다.

안경애 과학바이오팀장 naturea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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