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찬 연세대 명예특임교수·과실연 명예대표
![[시론] 연구자를 귀하게 여겨야 한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812/2018121702102369640002[1].jpg "[시론] 연구자를 귀하게 여겨야 한다")
요즈음 과학기술계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 2017년에 들어선 새 정부에서도 과학기술 관련 기관장들이 임기를 상당히 남기고도 여기 저기 자리에서 물러나더니, 최근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들이 언론에 오르내렸다. DGIST 손상혁 총장은 이미 사표 냈고, KAIST의 신성철 총장은 과기정통부의 감사에 이어 검찰에 고발됐다. 이사회에서 신 총장의 직무정지 결정을 유보했지만 진행형이다. 그 절차의 적절성에 대해 논란이 크다.
이 두 대학은 어떠한 기관인가? 국민의 세금을 집중 투자하며, 우수 학자와 학생들을 받아들여 우리나라 첨단과학기술을 책임지며 선도하게 하는 연구중심대학이다. 특히 KAIST는 50년 역사와 함께 국제적으로 명성과 신망이 높은 우리나라 대표 대학의 하나다. 이러한 대학의 총장이 국가의 연구비를 횡령한 것이라면 해외 기관이나 학자들은 대한민국을 어떻게 볼까?
그런데 신 총장에 대한 의혹과 연계된 미국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LBNL)는 "연구비의 집행에 문제가 없다"는 서한을 보내왔다. 노벨상 수상자 13명을 배출한 기관이다. KAIST의 교수협의회, 총동문회 그리고 790여명의 국내외 과학기술계 인사들은 과기정통부의 신 총장에 대한 직무정지 추진에 반대하며, 신중한 절차와 충분한 소명의 기회를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확대해나갔다. 국제저명학술지 네이처지도 이를 기사화했다.
정부와 사회는 과학기술이 4차 산업혁명시대를 선도해야 한다면서도 이를 위한 연구 생태계에 대해서는 무감각한 것 같다. 기초연구는 경제성장에 강력한 연결고리가 되며 이는 20~30년에 걸쳐 이루어진다. 이를 위해서는 연구자들의 사기와 안정적으로 장기간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이 절대적이다. 그런데 5년 단위 정부마다 '정치'가 개입되기도 하며,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연구풍토를 크게 침해하고 방해하는 일들이 벌어진다.
최근 '한국경제의 추락 징후가 뚜렷해지고 있다', '한국경제는 '국가 비상사태다'라는 경고들이 잇따라 들린다. 신산업 개발이 부족해 반도체 외의 주력산업들이 붕괴되면서 어려워진 것이라 한다. 어느 때보다도 안정적이며 혁신적인 과학기술 발전이 요구되며, 우수 연구자 확보와 인재양성이 시급한 때다.
최근 서울대 공대와 자연대 대학원 석사, 박사, 석·박사 통합 과정이 모두 미달됐다. 서울대 교수와 제자들이 창업한 자율주행차 스타트업은 사업거점을 실리콘밸리로 옮기며 짐 싸들고 나갔다. 탈 원전 등 정부의 정책 기조변화로 최고 전문가들이 해외로 유출되고, 대학생들은 유학을 떠난다. 세계는 인재유치전쟁을 벌이고 있는데 말이다.
정부와 사회는 과학기술인들을 귀하게 여겨야 한다. 연구자들이 연구비만 잘 주면 되는 대상이 아니다. 국가 연구개발 예산이 20조원 넘어선다고 연구 성과가 바로 나오는 것도 아니다. 연구자들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 과학기술 발전은 결국 과학기술인의 긍지에 달렸다. '자율과 책임의 과학기술 혁신생태계 조성'이라는 현 정부의 국정과제의 의미와 성공도 여기에서 찾아야 한다.
현재 중국은 과학기술력 선도를 위해 무섭게 전략적으로 몰아치고 있다. 다른 선진국들도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러한 때 국가의 생산성을 위해서도 우리 모두는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 되는 일을 잘 구분하는 전략적 지혜와 품위를 갖춰야 한다. 특히 인사는 공정, 투명해야 한다. 정부는 이번 KAIST 사태가 후유증을 가져오지 않도록 잘 수습하기 바란다. 이럴 때가 아니다. 우리 모두가 함께 긴장하며 미래를 잘 대비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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