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출범 이후 주가 10% 급락
코스닥 하락률 주요지수 중 최대
반도체·자동차 등 주력 산업 부진
외인 투자자 '셀 코리아' 가속화
코스닥 하락률 주요지수 중 최대
반도체·자동차 등 주력 산업 부진
외인 투자자 '셀 코리아' 가속화
◇코스피, 박근혜 탄핵일 때보다 '뒷걸음'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출범일인 작년 5월10일(2270.12)부터 전일 종가(2053.79)까지 코스피는 9.5% 하락했다. 지난 1월29일 기록한 연중 최고점(2598.19)과 비교하면 21% 수직하락 했다. 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일인 작년 3월10일(2097.35) 보다도 2.1% 더 떨어진 수준이다.
'검은 10월' 이후 주가 낙폭을 일부 회복했지만 여전히 시장은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문 정부 출범 당시 올해 코스피 3000포인트 돌파, 임기 내 4000포인트에 도달할 것이라는 전망을 쏟아내던 때와 비교해 정반대인 분위기다.
지난 10월 코스피는 1985.95선까지 내몰렸다. 10월 한 달간 코스피 평균 하락률은 13.37%를 기록했다. 이 기간 코스닥지수는 21.11% 떨어졌다. 한국 증시 추락 속도는 주요국 가운데서도 가장 두드러졌다. 특히 코스닥지수 하락률은 주요 20개국(G20)과 홍콩 등을 포함한 전 세계 27개 국가 지역의 30개 주요 주가지수 중 가장 높았다. 코스피 하락률은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는 아르헨티나 메르발 지수(-12.06%)나 미중 무역분쟁의 당사국인 중국의 상하이종합지수(-8.98%), 홍콩 항셍지수(-11.53%)보다도 낙폭이 더 컸다.
외국인의 거센 셀 코리아(Sell Korea)로 한국 증시는 유난이 휘청였다. 외국인은 올해 들어서만 국내 증시에서 6조8620억원(코스피 6조490억원·코스닥 8130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주력 산업 잇단 부진에 돌아선 外人…실적 '경고음'=외국인이 유독 한국 증시를 외면한 이유에는 주력 산업의 부진이 뼈아팠다. 그 동안 국내 기업 실적 버팀목 역할을 하던 반도체 사업마저 내년 전망에 먹구름이 꼈다. 전체 코스피 상장사 534개 중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영업이익 비중은 40%에 달한다.
반도체업종의 성장발판이었던 반도체 슈퍼호황은 올해 정점을 찍고 성장 둔화 국면에 접어들 전망이다. 반도체 공급부족으로 해마다 치솟던 반도체 가격이 하락 전환했기 때문이다. 여기다 반도체 굴기를 선언한 중국이 치킨게임은 물론, 국내 인재를 가로채는 사례도 속출했다. 당장 내년 1분기 실적에서부터 경고음은 감지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내년 1분기 삼성전자 영업이익 컨센서스(추정치)는 전년 동기 대비 9.6% 감소한 14조1350억원을 기록했다. 삼성전자 주가는 4만원선에 겨우 턱걸이 중이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경쟁 우위에서 밀려난 조선·자동차·철강 등 전통적인 산업 역시 위기에 봉착했다. 현대차 3분기 영업이익은 288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6% 감소했다. 지난 11월23일 주가는 9만원선으로 추락하며 10년전으로 회귀했다. △글로벌 경쟁 심화 △노조 파업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5% 관세 부과 가능성 등 악재가 산재해 주가 반등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오, 화장품업종에 대한 기대도 예년만 못하다. 특히 바이오산업의 경우 최근 연구개발(R&D) 비용 처리에 대한 금융당국의 규제 강화로 한 차례 곤욕을 치렀다. 분식회계 이슈도 바이오주의 악재다.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이어 대장주 셀트리온도 분식회계 의혹으로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감리를 받기 시작했다. 이날 셀트리온은 장중 10% 이상 떨어지기도 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거래재개로 바이오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겨우 살아나는 듯 했지만 다시 셀트리온이 발목을 잡은 셈이다.
◇내년에도 증시 비관론 팽배…반 기업 정책 투자 발목 = 시장 전문가들은 산업 전반에 불어 닥친 불황의 그림자를 쉽게 걷어내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본다. 한국 증시는 한동안 침체를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가뜩이나 글로벌 경기 둔화세가 뚜렷해지는 가운데 반 기업 규제까지 발목을 잡고 있어 돌파구 마련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문재인정부의 반 기업 정책이 경제 정책의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고 평가했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시행된 주 52시간 근로제, 최저임금 인상, 법인세 인상 같은 정책이 한국 경제 내부의 불확실성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외부 부정적 변수의 영향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증권사들은 내년 코스피 하단이 2000선에도 못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상단 최고 예상 범위도 2550선이 한계로, 대다수 증권사는 코스피가 박스피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내년 세계 경기 둔화, 수출동력 약화 등 기업 실적 변수들이 많다"며 "국내 상장 기업의 영업이익 증가율이 내년 하반기 감소세로 돌아설 것이며 감소율이 두 자릿수에 이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주기자 stella2515@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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