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미만 신혼부부 44% '무자녀'
소득 오를수록 출산 기피 뚜렷
양육비 지원보다 제도보완 시급
소득 오를수록 출산 기피 뚜렷
양육비 지원보다 제도보완 시급
통계청이 11일 낸 '2017년 신혼부부통계'에 따르면 결혼한 지 5년이 지나지 않은 신혼부부 중 소득이 1억원 이상인 부부의 무자녀 비중이 44.4%로 나타났다. 두 사람의 소득이 1억원이 넘는 초혼 가정 10쌍 중 4쌍은 자녀를 갖지 않는 것이다.
소득이 오를수록 이 같은 모양새는 뚜렷했다. 소득 1000만원 미만인 신혼부부의 무자녀 비중은 30.2%였다. 이어 1000만~3000만원 미만(32.8%), 3000만~5000만원 미만(33.5%), 5000만~7000만원 미만(38.8%), 7000만~1억원 미만(43.2%) 순이었다.
통계청은 맞벌이 여부와 관련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진우 통계청 행정통계과장은 "소득이 높을수록 출생아 수가 줄어드는 것은 맞벌이 부부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며 "맞벌이의 경우 전문직이나 고임금 직종에 종사하고 있을 경우 출산으로 인한 경력 단절이 생겼을 때 기회 비용이 높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평균 출생아 수에서도 맞벌이 부부가 모든 소득구간에서 외벌이 부부보다 낮았다. 맞벌이 부부 중 소득 1억원 이상인 가구의 평균 출생아 수는 0.64명으로 1000만~3000만원(0.81명)보다 낮았다. 반면 외벌이 가구의 경우 1억원 이상이 0.86명, 1000만~3000만원 미만이 0.85명으로 소득에 따라 평균 출생아 수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혼인 연차가 올라도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출산을 기피하는 현상은 그대로 유지했다. 소득 구간 7000만원 미만인 부부는 4년차가 돼서야 평균 출생아 수가 1명을 넘었지만 7000만~1억원 미만과 1억원 이상 부부는 5년차가 돼서야 평균 출생아 수가 각각 1.20명, 1.17명으로 1명을 간신히 넘었다.
결국 돈이 아니라 시간이 문제라는 의미다. 그러나 우리 정부의 저출산 대책은 유아 휴직 등의 제도적 보완보다는 양육비 지원에 방점이 찍혀 있다. 결국 각종 지원제도를 펼쳐도 육아 휴직 제도가 정착되지 않은 사업체가 많은 데다 궁극적으로 여성의 경력 단절을 해소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 효력을 발휘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육아휴직을 1년 이상 사용한 후 직장을 6개월 이상 유지할 확률은 44.5%에 불과했다. 임금 수준이 낮고 육아휴직 기간이 길수록 복귀 수준도 떨어졌다. 통상임금이 월 100만원 미만인 직장인이 1년 이상 육아휴직을 썼을 때 직장을 6개월 이상 유지하는 비율은 28.9%에 불과했다. 통상임금 300만원 이상인 경우에도 49%로 나머지 절반은 직장을 잃었다.
남성 육아휴직 비중도 여전히 낮다. 한국노동연구원의 '한국 남성 육아휴직 현황'에 따르면 한국 남성의 육아휴직 비중은 전체의 13.4%에 불과했다. 육아휴직의 소득대체율 역시 32.8%에 불과했다. 남성 육아휴직 참여율이 높은 국가들은 남성 할당제와 같이 육아에서 특정 부모를 지정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고 소득대체율도 높았다. 노르웨이는 97.9%에 달해 육아휴직을 써도 소득을 충분히 보상 받았다.
양서영 KDB미래전략연구소 연구원은 "일과 가정생활을 양립할 수 있는 육아시스템을 위해 민간 베이비시터 시장을 체계화·제도화하는 방안 등을 강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조은애기자 eunae@dt.co.kr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