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주환 한국정보통신산업연구원 고문
![[포럼] `網투자 불감증`이 부른 KT화재](http://contents.dt.co.kr/images/201812/2018121102102369640001[1].jpg "[포럼] `網투자 불감증`이 부른 KT화재")
이동통신 3사는 12월 1일 0시를 기해 세계 최초로 5G 상용화를 선포할 야심적인 계획을 추진하고 있었는데 하필이면 엿새 전 지난달 24일 서울 서대문구 KT 아현지사 지하 통신구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서울 서대문구 뿐만 아니라 마포구와 은평구 등 인근 지역까지 인터넷, 스마트폰, IPTV 등 유무선 통신을 사용하는 모든 서비스가 영향을 받았다. ATM과 카드 결제도 되지 않아 이 지역의 영세 상인들이 고통을 당했다. KT는 직접 사과와 함께 보상을 약속했지만 사고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제시되지 않아 미봉책으로 끝나지 않을까 염려된다.
이번 화재는 민간분야뿐만 아니라 군 통신망에도 영향을 줬다. 지난 3일 국방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KT 화재로 남태령 벙커에서 한미연합사령부, 청와대, 국가정보원, 군사안보지원사령부를 연결하는 군사정보통합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고. 화재 이틀 후인 11월 26일 오전 7시께 모두 복구했다고 한다.
그런데 국방 지휘통제시스템이 이틀간 단절되었으나 삼성SDS, LG CNS, SK C&C 등 주요 대기업들의 데이터센터는 3중·5중으로 통신망을 구성하여 이번 화재 사건에도 불구하고 시스템을 정상 운영했다고 한다. 국방 통신시스템이 기업보다 허술하게 운영되고 있는 형편이다.
유사한 통신구 화재 사건으로는 1994년 동대문 지하구에 화재가 발생했는데 배수펌프의 자동분전반이 타면서 불이 통신선에 옮겨 발화한 것으로 수도권 통신 두절, 무선호출기 불통, 방송 송출 중단, 은행 전산망 마비 등을 겪은 바 있다. 2000년 여의도 공동구 화재 사고 때는 사흘간 통신장애가 이어졌다.
사고가 나면 의례적으로 하듯이 각종 대책이 쏟아졌으나 정부 차원의 지속적인 관리는 이뤄지지 않고 사고는 반복되고 있다. 이번에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오는 19일까지 17일간 통신사의 모든 통신시설 관리실태를 특별점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재 정부는 통신사 지사들을 사고 시 피해 범위에 따라 A·B·C·D 등급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A∼C 등급은 정부의 직접 관리대상이나 이번에 화재 사고가 발생한 서울 KT 아현지사와 같은 D등급 통신시설의 경우 통신사가 자체 관리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번에는 모두 점검키로 했다고 한다.
그사이 통신인프라에는 관심도 두지 않고 통신요금 내리는데 정부가 통신사에 압력을 가했고, 보편요금제를 도입 등 통신요금을 깎아 내리는데 모든 노력을 집중하다가 사고가 터지니까 국회를 비롯한 정치권은 호들갑을 떨고 있다.
D지역까지 우회경로를 확보하려면 엄청난 통신인프라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인프라 투자가 이루어지려면 적정한 요금체계를 통한 투자 여력 확보가 필수적이다.
이동통신망에서 무선 구간은 단말기에서 기지국까지 극히 짧은 구간이고 대부분 광섬유 등 유선통신망으로 구성된다. 유선통신망은 주로 지하 통신관로에 수용되어 있다. 5G 통신망도 예외가 아니다. 5G는 전송 속도가 4G(LTE)보다 20배 이상 빠르다. 5G 통신망에 문제가 발생한다면 파급력은 현재보다 훨씬 더 클 것이다.
5G는 4차산업혁명을 뒷받침하는 국가 차원의 인프라다. 국가 경제를 좌우할 핵심 요소이다. 이번 화재 사고는 5G 성공을 위해 그 사이 게을리 해온 통신인프라 투자와 관심에 대한 경고이다. 오늘의 아픔이 내일의 번영을 위한 밑거름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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