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철의 까칠하게 세상읽기] 강사 내모는 강사법

홍성철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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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2-09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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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철의 까칠하게 세상읽기] 강사 내모는 강사법
홍성철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지난달 29일 강사법(고등교육법 일부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강사법이 시행되면 대학의 시간강사들도 교원지위를 법적으로 보장받게 된다. 또 수업이 없는 방학에도 학기중과 동일한 임금을 받게 된다. 임용기간을 1년 이상 보장받고, 재임용심사를 통해서 강사직을 3년동안 유지할 수 있다. 또 이 기간 동안 4대 보험에 가입할 수 있고, 퇴직금도 받게 된다. 대학강사들에 대한 처우개선은 너무 늦었다. 강사법은 2010년 열악한 시간강사의 처우를 비관하며 자살한 고(故) 서정민 박사 사건을 계기로 마련되었다. 그러나 법 제정 이후 8년 동안 유예만을 거듭하다가 2019년 8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하지만 시간강사들은 강사법으로 인해 더욱 불안하다고 토로한다. 왜냐하면 대학마다 대형 강의를 늘리고, 졸업학점 축소, 전임교원의 강의확대 등을 통해 시간강사들의 설 자리를 대폭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이를 꼼수라고 지적하지만 대학에 몸을 담고 있는 입장에서는 이해가 되는 측면도 크다. 무엇보다 강사법 시행은 강사의 임금을 최소 50% 인상하는 효과를 가져 온다. 대학의 입장에서는 8개월 강의한 강사에게 12개월 치 임금을 지불해야 한다. 4대 보험료와 퇴직금을 포함한다면 대학의 부담은 더욱 늘어난다. 지난 10년간 등록금을 동결해온 데다 학령인구 감소로 입학정원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강사에 대한 고정비용의 증가는 대학운영의 적신호이다.

강사법을 대학과 강사와의 갈등으로 보자면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제로섬 게임이다. 대학 입장에서 강사들에 대한 비용증가는 결국 다른 부분의 지출감소를 의미한다. 일부에서는 강사법 시행에 따른 부담은 연간 대학예산의 1~3%에 불과하다고 주장하지만 대학측은 다른 부분 지출을 줄이기가 그리 쉽지 않다고 말한다. 결국 교수와 교직원의 숫자를 줄이거나, 학생들 장학금을 축소하고, 도서관 재료구입비를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약 7만 5000여명의 시간 강사들이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시간강사들의 강의비율은 2017년 전체 대학 강의 중 34.2%정도다. 만약, 전임교원들의 강의비중이 증가하고, 한 명의 강사가 2~3과목을 맡으면 다른 강사들의 일자리는 더욱 좁아지게 된다. 그래서 내년 하반기 시간강사들의 강의비율은 적어도 10% 포인트 이상 하락할 전망이다. 이럴 경우, 현재 시간강사들 중 30% 이상이 일자리를 잃게 될 것으로 보인다.

강사법을 대학과 강사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플러스섬(Plus-sum)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대학교육, 특히 사립대학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국내 사립대학들은 지난 70년간 한국사회에 양질의 고급인력을 공급해온 주체였다.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국·공립대학의 역할을 사립대학들이 대신해왔다. 그렇기에 국공립대학뿐만 아니라 사립대학 역시 공공재로서 바라보고, 국가의 지원을 늘려야 한다.

그러나 지난 8일 확정된 교육부 예산안 가운데 사립대 시간강사 처우 개선비로 책정된 금액은 불행히도 217억원에 불과하다. 당초 국회 교육위원회가 배정했던 550억원에서 262억원이나 줄어든 액수다. 전국의 사립대학(전문대학 포함)을 372개로 보자면, 대학 당 5833만원의 지원만이 가능하다. 언발에 오줌누기다. 사립대학들은 개정된 강사법으로 인해 학교마다 10억~60억원의 비용증가를 예상한다. 이러한 차이는 사립대학들로 하여금 강사 숫자를 줄이는 다양한 방법을 고려하게 한다.

시간강사들의 고용 안정성과 처우개선은 꼭 필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강사법은 매우 의미 있는 진전하다. 하지만 대학재정부담에 대한 지원이 없다면 법 취지와 상관없이 힘없는 강사들만 희생자가 되고 만다. 벌써부터 한정된 강의를 맡기 위한 강사와 강사 사이에 무한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강의를 맡으면 3년 간의 강사신분과 방학 중 임금, 퇴직금을 보장받지만 강의를 못 맡으면 각종 혜택에서 배제되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강사법을 유예하는 지난 8년 동안 우리사회는 법시행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후유증에 대한 대책마련에 소홀했다. 사립대학의 늘어나는 재정 부담을 어떻게 경감시킬지, 대학의 개설과목이 축소되면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는 없는 것인지, 강사가 되지 못하는 박사들에게는 어떠한 지원을 할 것인지 등에 대한 사회적 고민이 이제라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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