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홍콩 빈과일보에 따르면 중국 선전의 멍파이기술그룹은 최근 멍 부회장 체포에 대한 보복으로 직원들에게 애플의 아이폰 불매를 지시했다.
이 회사는 사내 지침을 통해 아이폰을 구매하는 직원들의 상여금을 삭감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중국 화웨이나 ZTE(중싱) 제품을 구매하는 직원들에게는 제품 가격의 15%를 보조금으로 지급하겠다고 했다.
또 회사 제품 설계 시 화웨이가 제조한 반도체를 우선 적용하고 회사 내에서 사용하는 컴퓨터, 차량 등은 미국산 제품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회사 관계자는 이 같은 방침에 대해 "경영진과 직원들의 합의에 따라 만들어 진 것"이라며 "이 규정은 향후 3년 간 유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멍 부회장 체포에 따른 '화웨이 지지 운동'은 이 회사 뿐만 아니라 청두, 후난, 산시 등 중국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멍 부회장 체포 후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 "미국은 졸렬한 깡패 같은 수단을 쓰지는 말라"고 일갈했던 후시진 환구시보 총편집인은 아이폰을 쓰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비난을 받았다. 결국 그는 "아이폰 대신 화웨이 제품을 쓰려고 했으나 운영체제에 적응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아이폰을 쓰고 있다"며 "중국이 막대한 대외 무역흑자를 거두고 있는 상황에서 외국 기업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해명에 나섰다.
멍 부회장 체포 사태의 후폭풍이 갈수록 커지는 양상을 보이자 미국 IT 기업인 시스코는 직원들에게 중국 여행을 자제할 것을 요청했다. 시스코는 지난 7일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불필요한 중국 여행을 자제할 것을 당부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9일 전했다. 중국이 멍 부회장 체포에 대한 보복조치의 일환으로 미국 기업인을 체포할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시스코 대변인은 "이메일을 보낸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실수였다"며 "통상적인 중국 출장은 계속될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중국의 한 기업 컨설턴트는 "중국 기업 경영진들은 앞으로 몇 달간 사업 위험을 줄이기 위해 해외여행을 자제할 것"이라며 "그들은 해외여행을 하는 것이 안전한지 우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홍콩의 기업인인 제이슨 라이트 역시 "(중국 정부는) 어떠한 보복 조치라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며 "반독점 조사, 부패 혐의 적용 등 보복할 수 있는 수단은 많다"고 경고했다.
한편 중국 외교부는 전날 주중 캐나다 대사를 초치, 멍 부회장의 즉각 석방을 촉구하며 그렇지 않으면 상응하는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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